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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페 Mar 06. 2024

난 어쩌면 고장이 난걸까

<오늘 하루 어땠나요> 열두 번째 기록


당신의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아주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마지막 글이 무려 22년 9월이었네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글 쓰는걸 꽤 좋아하는 편이었어서, 없는 시간을 내서도 쓰곤 했던 것 같은데 그것조차 안한지가 이렇게 오래 지났는지도 몰랐습니다.


저는 머리가, 또 마음이 복잡하고 시끄러울 때 글이 쓰고 싶어집니다.

아마 브런치에 글을 쓰는 많은 분들이 저와 같지 않을까 싶어요.

어렸을 땐 제대로 된 일기 한번 쓴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나이를 꽤나 먹고 나서야 일기를 써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다보면 조금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기도, 또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되는 것 같기도 하거든요.



오늘은 유난히 우울한 날이었어요.

우울감을 꽤 자주 느끼기도 하고, 오히려 가끔은 그 감정을 좋아하는 편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는데 오늘은 조금 다르더라구요. 평소에 우울감이 들때는 오히려 그러한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모로 더 힘을 내었어요. 일은 시키지 않아도 더 열심히, 운동은 두배로! 말 그대로 갓생을 살게 만드는 에너지의 원천이 어쩌면 우울감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근데 오늘은 회사에서 문득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일은 여전히 바쁘고, 머리와 입은 쉴틈없이 제 할일을 하는 와중에도 정신은 다른곳에 가 있는 이 기분, 처음은 아니지만 참 지치더라구요. 평소엔 아닌데, 오늘은 거의 모든 상황에서 가짜 웃음으로 하루를 보내지 않았나 생각을 하며 도망치듯이 퇴근해 집으로 왔습니다. 그 누구한테도, 특히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덜' 들키기를 바라면서요.


'혹시 나 우울증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우울증 환자를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제가 내린 결론은 '아니다'였어요. 그럼 뭘까 생각을 해보다가 떠오른 단어는 '고장'이었습니다.

에너지의 원천이라 생각한 것이 원천이 아니라 그냥 나 자신을 갉아먹게 만드는 요소였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좀 지친게 아닐까, 좀 지친게 아니라 많이 지친게 아닐까 그래서 어쩌면 고장이 난 것이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근데 기계는 고장이 나면 고치면 되는데,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얼마나 고장이 났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지? 이런 생각과 함께요.


그래서, 다시 글을 써봅니다.

고맙게도 우울하다라는 한 마디에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저는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다시 찾아야겠죠. 아마 그 방법중에 하나는 글을 쓰는 것이리라 생각이 듭니다.

낯 뜨거워서, 혹은 부끄럽고 들키기 싫어서, 걱정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가까운 사람들에겐 오히려 많은 말을 하지 못합니다. 친구에서 연인, 그리고 가족까지 그 정도는 소중하게 생각할수록 더욱 커지는 것 같아요. 모순적이게도 그런 상황이 공허감을 더욱 키우는 것 같지만, 아마 앞으로도 제 속마음을 털어놓기는 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글쓰기가 이에 대한 해소 방법이 되길,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제 인생이 즐거움으로 가득 차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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