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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카 May 21. 2020

데미안

독서모임 이야기 듣고 데미안 써보기

나는 데미안을 읽지 않았다.

하지만 데미안을 읽고 온 사람들이 데미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화를 듣고 데미안을 한 번 써 보았다.

2020.05.20 안산 질문하는책들


여기엔 두 세계가 있다. 선한 세계와 악한 세계. 선한 세계에 사는 사람은 대표적으로 우리 부모님을 들 수 있다. 악한 세계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을 수 있지만 나는 선한 세계에서 살아야 한다고 알고 있다. 그저 바깥의 악한 세계에서 느껴지는 희열, 우월감이 어릴 적 나에게 특별한 경험이 되었고, 결국 지금도 나는 완벽한 선한 세계의 사람이 되지는 못하고 악한 세계와 번갈아 건너 다니는 것만 같다. 악한 세계의 매력에 이끌려 다니다 보면 문득 아버지의 말씀이 떠오르면서 다시 선한 세계로 돌아가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든다. 어렸을 적, 크로머라는 동네 형이 있었다. 어렸을 적 내 주변에서 볼 수 있던 악한 세계의 대표였던 그를 동경했는지 두려워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애매모호한 마음속에서 나도 모르게 그에게 되지도 않는 허풍을 떨었었다. 그렇게 나는 거짓말의 수렁에 빠졌고, 쿠로머의 함정에 빠진 채로 요즘 말로 멘붕에 빠졌지만 아버지는 그 사실도 모른 채 단지 나의 작은 실수만을 가지고 나를 꾸짖으셨다. 처음으로 아버지가 우스워 보였던 것이 바로 그때였다. 크로머의 악함이 나에게 옮은 것일까? 그를 동경하고자 저질렀던 거짓말을 통해서 나도 악한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일까? 아버지는 언제나 선한 삶을 살라고 나에게 강조하셨지만 극단적인 가르침에 나는 다른 검은 것들을 동경하게 된 것이다. 거지와 왕자 이야기처럼.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나의 소년기 이후로 나의 일생은 어느 누구와 다르지 않게 많은 고민과 선택의 늪에 빠지곤 했다. 그때마다 나를 도와준 것은 데미안이었다. 나는 나의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마다 데미안을 불렀고, 그는 신기하게도 남들과는 다른 사고방식으로 내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제시해주거나 내게 크고 작은 깨달음을 주었다. 데미안은 내가 되고 싶어 하는 이상형의 사람이다. 왜인지 그와 많이 친하게 어울리며 다니진 않았지만 그는 내 주변에 언제나 있었고, 그 관계는 지루하지 않았다. 그가 있는 것이 나에겐 득일까 실일까? 데미안은 내가 꼭 따라야 했던 성경의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는 데미안처럼 생각하는 방법을 몰랐으며, 데미안 덕분에 더 큰 생각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런 나에게 또 다른 이상형의 사람이 나타났다.  남자로서의 이상형이 데미안이라고 치면, 이 분은 여자로서, 혹은 인간 아니면 어쩌면 그 이상의 정말 이상적인 존재로 느껴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처음 본인의 이름을 알려줬다고 한 에바 부인은 내게는 매력적인 여성으로 느껴진 사람이다. 나의 인생에 있어서 데미안 이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이 사람은 전쟁으로 인해 피를 흘리며 병상에 누워있던 나에게 희망이라는 입맞춤을 선사해 준 사람이며 그 이후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해준 사람이다. 데미안과 에바 부인, 이 모든 사람들은 내가 만들어낸 허상일까? 아니면 실존 인물이었을까. 

그들이 진짜인지 아닌지보다 무엇이 중요한가 생각해보면 나의 인생.. 삶을 어떻게 왜 살아야 하는가, 그리고 그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선과 악이 진짜로 있을까? 어떤 건 선이고 선이 정말 전이고 악은 진정 악인가? 선으로 살더라도 인생에 고난은 오고, 악으로 살더라도 인생에 희망이 생긴다. 다만 사람들이 이래라저래라 그들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계속해서 정하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아마 이 알지 못할 세상 속을 어떻게든 해석하고 나름의 평온을 찾고 싶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END


긴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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