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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카 May 21. 2020

엄마의 생쪽매듭 브로치


이 브로치 한 개를 만들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섬세한 손길 끝에서 완성된 이 브로치를 보자면 예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재킷이나 코트에 달아 놓으면 또 단아한 맛이 있다. 

이 브로치만 보기에는 단점이 없어 보이는 완벽한 브로치다. 그러나 어디에 내어 놓아도, 인터넷 쇼핑몰에 올려놓아도 자주 팔리는 상품은 아니다. 그 이유는 가격에 있기도 하겠지만 요즘은 어디에나 고퀄리티에 가격이 저렴한 다양하고 아름다운 브로치들이 널려있는 세상이라, '포장'을 잘해야만이 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 하나로만 보면 완벽해 보이던 브로치가 왜 이렇게 경쟁력이 없는 것일까? 애초에 브로치라는 제품 자체가 생활에 필요에 의해서라기보다 어떠한 디자인적인 매력 때문에 생겨난 제품이기에 그 제품의 경쟁력은 새로운 소재, 디자인, 가격.. 그런 것들이다.


보기에 좋은 제품도 안 팔리는 상황은 브로치만 겪는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 정말 많은 분류의 제품과 서비스들이 매 순간 만들어지지만 이러한 취급을 받고 있다. 단순히 본인이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 사업가와 발명가들이 문제일까?  경영수업에서 많은 창업자들은 소비자가 원하는 걸 만들지 않고 본인이 만들고 싶은 걸 만들기 때문에 사업이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브로치를 어떻게 팔까? 이 브로치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누운 잠자리에서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문득 이 브로치가 마치 나 자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은 수많은 보통의 사람들은 자연스러운 타의로 세상에 만들어졌다. 그 과정에는 당연 사람들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 있다. 말하자면 각 부모들은 저마다의 다양한 노력으로 이 아이들을 키워낸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사회에서의 경쟁력이 고만고만한 보통의 사람으로 자란다.

고만고만하게 자라난 사람들이 고만고만해진 이유는 그 사람의 타깃 시장(취직 시장)이 달라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걸 수도 있고(예를 들어 수학을 잘하는데 잘 못하는 전화상담을 하고 있다거나), 그저 그런 평범한 이유에서 평범한 사람 이어서이기도 할 것이다. 어쨌든 브로치와 사람의 조금 다른 점은 브로치는 처음부터 끝까지 수동적으로 만들어져야 하지만 사람이란 건 스스로 능동적으로 노력해서 자신의 개성과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세상에는 정말 평범한 브로치와 같은 사람들이 나를 포함해 수두룩 빽빽이다. 나름 노력한다고 해도 나처럼 노력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천재 같은 사람들도 노력에 의해서 더욱 그 재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은 노력만이 살길이기에 많은 이들은 존재 이유에 좌절을 겪고는 한다. '나 같은 사람은 왜 태어났나? 왜 이렇게 살고 있나. 왜 살고 있는가?' 정말 이런 생각을 한 번쯤은 해보는 사람이 많고 더 나아가 삶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해보다 끝도 없이 우울해지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나는 문득 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남들이 가지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을 만드는 걸까? 알고 보면 그런 제품과 서비스는 대부분의 많은 소비자에게 각광받지 못하는 것일 뿐이지 어떤 이에게는 이 작은 브로치 하나를 대단한 작품으로 여길 수도 있고, 감동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저 평범해 보이는 브로치일지라도 이 브로치는 나에겐 소중한 브로치이기도 하다. 이런 제품이나 서비스는 적어도 만드는 이에겐 정말 일생의 작품이고 애정이고 자식이 되는 것이다.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 치킨집 사장님의 치킨이 그런 것이며, 친구에게 선물할 용으로 열심히 접은 종이학이 그런 것이다. (너무 옛날 얘기일까?)

또한 내가 하는 초상화 서비스도 비슷하다. 사람들이 많이 주문하지는 않아서 내가 직접 그려주고 보내주는데, 어떻게 보면 다른 초상화보다 비쌀 수 있는 가격이다. 하지만 고객과의 실시간 1:1 소통을 통해 세심하게 그림을 수정해서 완성하다 보면 그들은 내 그림을 보고 내 생각보다 더 많이 기뻐하고 감동받는다. 그런 것은 그들의 표현에서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그들이 돈을 지불하고 받는 서비스인데도 그만큼 감동받고 표현하는 이유는 아마 그들의 사랑인 가족, 반려동물을 그림으로 잘 표현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이런 경우를 보면 그 제품/서비스의 가격과는 별개로 더 큰 값어치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사람으로 보더라도 대부분은 적어도 부모님에게 소중한 존재이지 않은가? 아닌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부모의 시간과 노력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굳이 부모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각각 누군가에게 또는 무언가에게 소중한 존재일 수 있다. 작은 동물에게 나는 전부일 수 있으며, 길을 알려주었다는 것만으로도 나를 멋진 사람이라 여기는 외국인이 있을 수 있다. 따뜻한 부모나 절친한 친구가 없더라도 우리는 사회의 일부이며, 마치 쓸모없어 보여도 쓸모가 있는 브로치와 같은 존재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우리 엄마가 만드신 이 매듭 브로치가 너무 애틋하고 아까워서 잘 쓰지도 못하고 있다.


온라인에 판매해야 해서 가격을 정할 때는 소비자의 생각을 감안해서 만원에서 이만 원 이 정도로 고민하고 있지만 사실 내게 이 브로치는 그보다 더한 값어치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결국 결론은
우리도 그리고 당신도 누군가에게 무엇인가에게 본인 생각보다 더한 값어치의 소중한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지금 나의 가치가 얼마일까 고민하고 우울해하던 중이라면, 그 가치는 본인이 생각지도 못하게 잴 수 없을 만큼 비쌀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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