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의 Oct 22. 2022

냉장고

꽉 차 있는 줄 알았다


문을 열자마자

축축하고 끈적끈적한

외로움이 튀어나와

가슴을 후벼판다


변덕스러운 곰팡이와

무심한 개미 떼가

가득했던 나의 소중한 것들을

사정없이 물어뜯어

갉아먹고 있었다


하나

썩어 문드러진 것을

도려내고 보니

뱉어내고 보니

다 버려놓고 보니


빈 냉장고 속

냉각팬만 혼자

그릉그릉 울어댄다


찬 플라스틱 선반이 안쓰러워

허무를 가득 욱여넣고

문을 닫아버렸다


매거진의 이전글 정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