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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Lee Nov 14. 2020

내가 선진국에 살고 있다고 느낀 최근 경험

Vocational Education Support / 직업교육 지원

영주비자를 취득한 후에도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혜택들은 우리와 거리가 멀었다.


- 아프지 않아 병원을 갈 일이 없었고


- 아이가 없어 학비를 낼 일이 없었고


- 남편과 나의 소득 합산이 현금성 지원의 범주 안에 들지 않았다.

세금을 적지 않게 납부하는 편이라 솔직히 아쉬운 부분이긴 하였으나 긍정적인 남편은 우리가 지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아주 잘 살고 있는 거라 당당해서 좋다고 했다.


이것에 첨언하자면, 사실 이 곳에 살면서 Centrelink 지원금을 받기 위해 일을 일부러 해당 소득 수준에 맞춰서 조금만 일하거나 캐시로 임금을 받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그것은 개개인의 가치관에 따른 결정이니 옳고 그름을 논할 수는 없다. 다만 욕심이 많은 남편과 나는 일시적인 지원을 아쉬워하지 않고 그 수준을 스스로 뛰어넘으려 애쓰지 않는다면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나은 미래는 오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이렇게 살던 우리는 최근에 선진국에 살고 있음에 감사하다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바로 직업교육 지원이다.


호주에는 다양한 직업교육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 진학교육과 직업훈련 교육이 잘 나뉘어서 진행된다. 사회에 나가기 전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학교 프로그램 내에서 해당 코스 이수 시 자격증을 발급하기도 하고, 직업훈련학교인 TAFE 수업을 대체할 수도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입학 전 진로 및 직업 탐색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도록 gap year도 매우 활성화되어 있다.


또한 between jobs에 대한 지원이나 인식이 매우 안정되어 있는 듯하다. 이직이 자유롭고 새로운 직업 공부의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 예를 들어 커리어를 새로 갖기 위해 40대 아줌마가 TAFE에 입학하여 nursing을 공부하는 일도 매우 흔하고 그것에 대해 아무도 늦었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해당 직업을 갖게 된 후 일정 소득 이상 연봉을 받을 때 나라에 교육비를 갚을 수 있다. 이에 경제적으로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공부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구직자의 경우 구직활동을 성실하게 할 수 있도록 현금적인 지원도 나라에서 제공한다.


이와 더불어 해당 기술을 더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경우도 있는데 construction industry에서 일하고 있는 나의 남편이 이 중 하나의 혜택을 받으며 공부하고 있다.

현재 남편이 배우고 있는 과정은 Certificate 4 in Building and Construction으로 full pay를 하는 경우 10개월 코스에 $7,010이지만 우리는 CSQ(Construction Skills Queensland) Funding을 통해 거의 10%인 $870불을 납부하고 등록할 수 있었다. 약 6천여 불을 지원받은 셈이다. 영주권자이고,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며, 현재 일하고 있는 분야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기에 받을 수 있었던 첫 번째 주정부 혜택이었다.


- 사실 등록하기 전부터 이 제도를 알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더욱 전문적인 현장지식을 갖고 싶어 하던 그가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후에 알게 된 고마운 일이었다. 남편을 너무 사랑해서 인 걸까, 스스로 발전해가려는 남편의 모습이 멋지다고 느끼는 걸까, 그가 전문지식을 더욱 쌓아야겠다고 결심하지 않았다면 끝내 알지 못해 받을 수 없던 혜택이라고 생각하니 언제나 노력하며 사는 남편에게 선물이 온 것이라 느껴졌다. 하지만 와이프 입장에서 주 6일 새벽 출근의 삶도 버거운데, 일을 마치고 씻지도 못한 채 작업복 차림으로 주 2회 학교를 가는 그를 지켜보는 게 종종 힘겨운 것은 사실이다. 학교를 가지 않는 저녁에는 과제를 하다 지쳐 잠들기 일쑤인데 영어가 원활하지 않는 우리에게 숙제는 문제의 문장 해석부터 시작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나는 최근에 Certicate 3 Design Fundamental Course를 등록하였고 내년 1월부터 매주 2회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는데, 나의 경우에는 Certi 3 guarantee course의 지원을 받아 $5,970의 등록금 중 $625 만을 지불할 수 있게 되었다.

영주권자 혹은 시민권자이며 Vocational education이 필요한 경우(어떤 필드에 상관없이 Certi 3 이상의 자격이 없는 경우)에 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경제적인 상황이 매우 어렵다면 full time student이기에 centrelink의 지원도 요청해볼 수 있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였지만 이곳에서 적용하여 취업이 쉽지 않았기에, 이곳에서 다시 무언가를 시작해보기로 한 나로서는 이 혜택이 무척 고마웠다. 더욱 좋은 점은 지원 할인이 된 $625 조차 10번에 걸쳐 나누어 납부할 수 있도록, 내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payment plan이 정리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남편과 나의 학교 등록 지원금을 합쳐보니 약$11,000 정도이다. 가만히 주저앉아 현실에 안주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삶을 살았다면 오지 않았을 혜택들이라 -그리고 호주 커뮤니티 구성원 일부로서 지원받은 첫 혜택들이라- 더욱 값진 듯하다. 열심히 납세하고 그것이 납세자들에게 올바른 방식으로 돌아왔다고 느꼈기에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선진국에 살고 있음에 감사를 느낀다. 원하는 거 다 욕심내고 그만큼 노력하면서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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