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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de Apr 20. 2024

#1.

첫 키스

 그녀의 첫 키스는 19살 때였다.

 과외로 만난 대학생 오빠. 그동안 몇 번이나 짝사랑으로 일방적 실연만 당하다 드디어 고등학교 3학년 때 연애란 걸 시작하게 된 것이다. 창대한 시작. 그녀는 정말 처음에는 자기가 꿈을 꾸는 게 아닌가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다니!!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정말 너무나 흔한 표현이지만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았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은 신의 장난인가. 그는 25일 뒤 군대를 가기로 되어 있는 운명. 그녀는 더욱 그 모든 순간순간을 소중히 하기로 했고 최선을 다해 많은 시간을 공유하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군대도 그녀에게 헤어져야 하는 이유가 되지 않았다. 그저 잠시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을 뿐인데 힘들겠지만 기다리겠다고 당당히 선언했다.


 그와 사귀기로 한 5월 5일. 일주일 뒤 데이트에서 그는 그녀와 종로 어느 골목을 걸어가다 “에잇”이런 말을 하며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동안 어떤 스킨십도 없었기에 그녀는 심장이 콩닥콩닥 터져버릴 것 같아 “뭐예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그도 쑥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다음 단계는 키스였다. 문제는 그녀는 연애를 처음 해보는 거라 키스는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것인가. 살짝 고민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기대가 컸다. 군대 가기 열흘 전쯤 그는 으슥한 구석자리의 카페에서 별 말이 없었다. 그녀는 뭔가 어색했지만 그가 뭘 원하는지 알 것 같아서 드디어 그 순간이 온 건가,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예상대로 그의 얼굴과 입술이 점점 다가오고 그녀는 머리에서 온갖 생각으로 터져버릴 것 같아 결국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그에게 안겨버렸다.

 “미안해요…”


 키스를 안 하고 싶은 건 아닌데, 뭔가 너무 부끄럽고 하려니 이성의 끈이 날아가버리는 것 같아 민망스럽고 머리에서 내린 결론은 결국 일단 스톱!!이었다. 그는 김샜다는 표정으로 “가자.”라고 하며 겉옷을 챙겨 입었다. 뭔가 굉장한 잘못을 한 느낌이 들어 왠지 모르게 눈에 눈물이 고였다. 집에 오며 몇 번이나 미안하다고 하며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고, 너무 당황해서 그런 거라고 스스로를 변호했다.


 군대 가기 일주일 전. 그녀는 다시 그런 기회가 오면 이번엔 정말 절대 피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 사람이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까 봐 너무나 걱정이 되고 미안했다. 그리고 그가 바래다주던 그녀의 집 앞 골목길. 결국 키스에 성공했다. 어라. 해보니 정말 좋은걸.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거칠어지는 자신의 숨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부드러운 혀의 움직임. 어느새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키스에 대한 부담 따위는 없어지고 마치 태어날 때부터 알았던 것처럼 부드럽고 포근한 혀와 혀의 만남에 그녀는 자연스럽게 눈을 감고 그 순간을 만끽했다. 부드럽게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혀의 움직임, 그리고 온 입안을 흐트러뜨릴 정도로 강하게 흔들다 다시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부드럽게 어루만져주는 느낌, 살살 빨다가 갑자기 강하게 훅 들어오는 움직임. 귀에 종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이런 게 흥분이구나라고 그녀는 자연스레 깨닫게 되었다. 온몸의 느낌이 살아나는 듯한 전율.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자극. 세포들이 하나하나 깨어나 자신이 살아있다고 외치는 삶의 선포에 그녀는 까만 우주 속에 둥둥 떠 있는 기분이었다.


 드디어 군대 가기 전날 밤. 그녀와 그는 한 공원에서 한 시간도 넘게 키스를 하며 서로의 혀를 느끼며 서로의 존재를 탐닉했다. 키스는 서로의 존재를 더욱 극명하게 그려주는 역할을 하는 듯했다. 그녀는 생각했다. 정말 이 순간 지구가 멸망해 없어져버렸으면.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가장 선명하면서도 몽환적인 이 순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삶이 끝나버린다면 최고일 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야속하게도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그와 함께하는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버렸고 그녀는 막차를 타고 집에 왔고 그녀의 엄마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고…


 그리고 그는 다음날 군대에 갔고 그녀의 군대바라지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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