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아 문제는 밤양갱이라고!!!
한동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그 노래.
밤양갱.
지금은 너무 많이 들어서 지겨운 감이 있는 그 노래.
나 역시 그 노래를 열심히 듣고 또 불렀다.
정말 내가 바라는 건 밤양갱하나뿐인데 그 작고 소중한 걸 모르고 다른 자신 위주의 자기만족적인 행동만 해놓고 거봐, 넌 내가 이렇게 해줘도 만족을 몰라 라며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상대방에 대한 원망과 체념이 내 마음과 너무 같았기 때문이었다. 남녀의 관계를 가르자는 건 아니다. 내가 여자니까 그냥 여자는 그렇다고 말하겠다. 여자는 자신이 원하는 걸 남자가 쨘하고 알아맞혀 주길 바란다. 남자는 자신이 하고 싶은걸 여자에게 선심 쓰듯 해주곤 자신이 누린다. 상대방이 아닌 자신에 초점이 가 있는 남자가 많다. 내가 이걸 좋아하니 상대방도 좋아할 거야.
많이 쓰이는 비유가 사자와 토끼의 사랑이야기다. 서로 좋아하는 고기를 사랑하는 토끼에게 계속 갖다 준 사자와 자신이 좋아하는 풀을 사랑하는 사자에게 계속 갖다 준 토끼. 서로 그렇게도 노력했지만 그건 서로의 밤양갱이 아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면 고찰이 아니지.
내가 요즘 느끼는 건데 “내가 바란 건 하나야. 달디 단 밤양갱.” 이 가사 잔인하다.
내 고객 중에 이 노래가 컬러링인 여자분이 두 분 계셨다. 사실 여성의 국민송 아닌가. 하지만 난 소름이 쫙 돋았다. 그 두 분 다 나에게 바라는 게 정말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작업자들도 기겁을 할 정도로 요구사항이 많았다. 확인할 게 있어서 전화를 하면 그 컬러링이 들린다.
너는 바라는 게 너무나 많아. 아냐, 내가 바란 건 하나야.
미쳐버리겠다. 차라리 솔직히 바라는 게 많다고 하자. (물론 정말 바라는 게 없는 분도 있겠지. 당신이 날 좋아해 주기만 해도 너무 감사하고 좋아요.라는 사람도 있겠지) 내가 바라는 건 겨우 밤양갱인데 그것도 못해줘? 진짜 내가 원한 건 밤양갱이라고!! 그 밤양갱이 문제다. 구하기도 힘들고 저 절벽에 핀 치유의 꽃을 득템 해야 하는 미션도 아니고 심지어 그 밤양갱이 뭔지도 모르겠다.
바라는 데 그렇게도 많으면서 바라는 게 없다는 그 말이 너무나 역설적이라 전화를 할 때마다 그 똑같은 컬러링에 극도의 피곤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말하고 싶었다. 아뇨, 사모님 원하는 거 엄청 많아요… 바라는 것도 보통의 수준을 넘으셨고요… 밤양갱 주면 밤양갱으로 뺨 때리실 것 같은데… 밤양갱이 뭔지 알려주지도 않고 날 알아서 유추해서 내가 가장 원하는 밤양갱을 줘. 다른 건 바라지 않아. 아이고. 참 피곤한 노래였구나.
나이 먹으니 금방 지친다. 상대방의 변덕이나 심리전은 날 금방 피곤하게 한다. 밤양갱. 참 무서운 노래다. 요즘은 밤양갱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채널을 돌린다. 비비의 노래는 여전히 좋다. 하지만 날 지치게 하는 고객들로 인해 연애에서의 남자의 심정이 백분 이해가 가는 것이다.
밤양갱 시즌2가 필요하다.
너는 바라는 게 진짜로 많아. 차라리 솔직히 그렇다고 말해. 내숭떨지마. 너의 그런 태도에 나 힘들어. 지쳐. 서로 뭘 바라지 말자.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하자. 밤양갱은 자신이 구해서 먹자. 그런 걸로 서로 진빼지 말고. 밤양갱을 좋아하는 너의 취향은 존중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