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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de

정신과에서 나의 상태를 알기 위한 질문지를 작성할 때 꼭 들어있는 질문이 있다.


나는 지금 벌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질문을 볼 때마다 그럼, 그렇고말고 나는 끔찍한 벌을 받고 있지. 라며 매우 그렇다에 체크하곤 했다.


오늘 아침에도 그런 생각이 내 머리를 가득 채운다. 나는 지금 벌을 받고 있는 거야. 그래. 그때 내가 그런 선택을 성급히 나 혼자 했고 그것에 따른 결과로 나의 가족과 가까운 이들까지 고통에 빠트렸어. 내가 좀 더

현명하게 대처했다면, 좀 더 상의를 했더라면. 그때는 내가 계속 그렇게 돈을 잘 벌고 잘 나갈 줄 알았어. 그래서 그런 결론을 내렸어. 그래서 그것에 대한 고통을 지금 벌로 계속 받고 있는 거야. 어른이라면 잘못된 본인의 선택이라도 그 결과에 따른 책임을 감당하는 것 아니겠어? 그러니 쉰소리 내지 마. 그저 감당해. 너의 벌을. 그리고 유지해. 그 고통을. 어디 감히 행복을 생각해. 아직 넌 그럴 자격이 없어. 너로 인해 네가 준 가까운 이들에 대한 상처, 아픔, 스트레스. 그들이 아직 고통스러운데 네가 무슨 행복타령이야. 넌 그럴 자격이 없어. 그들이 온전히 치유되어 행복해질 때까지는.


나는 벌을 받고 있다. 프로메테우스가 간을 다 쪼아 먹히고 다시 그 간이 자라 또 쪼아 먹히듯이 나의 짓무르러 진 삶 또한 조금이라도 회복되어 딱쟁이라도 앉을라치면 여과 없이 새로운 사건이 사포처럼 나타나 그곳을 박박 문지른다. 새 살은커녕 딱쟁이도 앉을 수 없는 그런 삶을 나는 살아가고 있다.


괜찮은 척 열심히 삶을 굴려보지만 실상은 그렇다. 벌 같은 삶을 굴려가고 있을 뿐이다. 만 원짜리 치즈를 사서 샐러드를 먹고 싶은 마음도 감히 지금 내가 그런 사치를 부려도 되느냐?라는 엄한 꾸짖음으로 돌아오곤 한다. 그러나 가장 큰 벌은 내가 이렇게 벌 받고 있다는 것에 대해 나밖에. 다른 누구도 알지 못하고 내가 그 사실을 말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이해받을 수도 없고 이해받길 원해서도 안 된다. 외롭디 외로운 고독 속에 겉으로는 아닌 척, 웃으며 밝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한다. 속으로는 저는 벌을 받고 있답니다. 이런 고해성사를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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