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 주무관님은 누가 뭐래도 홍보의 본질을 아는 사람
공기관의 홍보 콘텐츠 판도를 바꿔 버린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충주시의 홍보맨이라 불리는 김선태 주무관님입니다. 그의 영향력은 공공기관의 홍보 활동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과거 공공기관의 홍보는 주로 형식적인 측면이 강했습니다. 다른 곳에서 하니까 따라 하거나, 대행사에 맡기는 경우가 많아 겉보기에는 그럴듯해 보여도 정작 메시지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죠.
충주맨이 공기관 홍보계에 독을 풀었다...!
하지만 김선태 주무관님이 만드는 충주시 홍보 콘텐츠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파격적인 시도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이제는 충주시민보다 더 많은 이들이 충주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담은 책 <홍보의 신>을 출간하기도 했죠.
하지만 제가 봤을 때 이 채널의 영상은 소위 때깔은 좋지만 그리 매력 있는 영상은 아니었습니다. 섬네일만 봐도 별로 끌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조회 수를 확인하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수백만의 인구를 가진 그 시가 수억의 돈을 써서 만든 영상 중 가장 낮은 조회 수는 몇 회일까요?
정답은 단 2회였습니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한편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운영되고 있다면 담당자가 엄청 깨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용역업체가 깨지고 있진 않을까? 잠시 생각해 보니 그렇지도 않을 것 같았습니다. 누가 봐야 혼을 내죠. 혼내야 할 상급자들도 이 영상을 보지 않는 것입니다.
- <홍보의 신> 중
김선태 주무관님은 '홍보의 본질'을 잘 이해하고 누구보다 잘 활용하고 있는 분이라 생각합니다. 홍보, 광고, 마케팅은 각각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홍보는 호의적인 관계 형성에, 마케팅은 수익 창출에, 광고는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주력합니다. 이 용어들을 혼동해서 사용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죠.
홍보 : 조직과 공중 간의 상호 이해와 호의적인 관계 형성을 목적
마케팅 : 제품이나 서비스의 판매 증진과 수익 창출을 목적
광고 : 매체 활용을 통해 노출을 극대화화여 제품이나 서비스의 판매 증진(브랜드 인지도, 상기도 증진 목적)
마케팅은 마케팅이고, 홍보는 홍보고, 광고는 광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용어를 섞어 쓰기 시작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왜 홍보 비용을 이만큼 썼는데, 매출이 안 나오냐 등. 홍보는 호의적인 관계 형성을 위해 씁니다. 일반적으로 언론 보도나 기업 홍보, 이벤트를 통해 ‘평판’을 만드는 데 주력하죠. PR팀이 따로 있는 이유기도 합니다.
그래서 하나의 용어가 지닌 의미와 목적을 잘 생각하고, 그 의미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목적만을 생각해야 합니다. 다른 거 다 신경 쓰다가는 이도 저도 아닌 상태가 됩니다. 김선태 주무관님은 누가 뭐래도 ‘충주시’를 홍보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해낸 사람이라고 볼 수 있죠.
김선태 주무관님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게 된 동기는 ‘시장님이 시켜서였지만’, 그는 애초부터 충주를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인구 20만이라는 소도시가 유튜브 구독자는 70만이 넘게 된 건, 그의 콘텐츠가 단순히 ‘충주시민’만을 위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충주시의 유튜브는 충주시를 알리는 홍보 채널이죠. 그렇기에 제작되는 콘텐츠도 단순히 충주 시민만을 타깃으로 하지 않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충주시를 알 수 있도록 ‘재밌게’ 만듭니다.
그동안 지자체의 행보와는 정 반대로 갔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지자체의 콘텐츠는 그 어떤 누구를 대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보는 사람을 고려하며 만들지 않습니다. 지자체의 콘텐츠는 구색을 맞추고 형색을 갖추기에 급급해서 정작 콘텐츠가 지녀야 할 재미라는 요소는 철저히 배제하고 갑니다. 그러다 보니 시민들은 필요한 정보조차 필요 없는 콘텐츠 구색에 끼워 맞춰져 외면하고 말죠.
결국에는 똑같은 정보라도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콘텐츠는 그저 새로운 패키지일 뿐이죠. 윤리적인 문제가 없다면 밈을 활용해 패러디 물을 만드는 건 확산에 크게 기여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밈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거나, 너무 대중적이지 않은 자기들끼리만 아는 밈을 사용해 문제가 발생합니다.
사람이 관심을 갖는 주제 중 건강, 부, 사랑, 재미는 사람이 무조건 클릭을 하게끔 만드는 요소입니다. (내가 좋아요를 누르거나 클릭을 누른 주제 중 이 4가지 카테고리가 아닌 게 있는지 확인해 보자) 즉, 이 네 가지 요소 중 어떤 걸 활용해서 콘텐츠 내에서 잘 보여주느냐가 콘텐츠의 매력을 결정하면서, 공유하게끔 만드는 요소가 되죠.
국내에 <컨테이져스 : 전략적 입소문>이라는 저서로 유명한 조나 버거는 바이럴 마케팅 전략으로 6가지를 제시합니다.
1. 공유하는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높여주세요
이 정보, 이 제품, 이 서비스를 알리는 일 자체가 안목이 높은 사람, 얼리어답터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겁니다. 특히, 그 사람이 그런 정보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큐레이션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1번의 전략은 좋게 먹힙니다. 블로그의 서로 이웃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분께서 '좋은 정보'를 공유하면 믿고 보는 것과 유사하죠.
2. 제품을 떠올릴 계기를 많이 만들어주세요
미켈롭은 주말에 마시는 맥주라는 포지셔닝을 정하면서, 주말이면 미켈롭을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코로나는 해변에서 마시는 맥주로, 해변가를 가면 코로나를 마시도록 만들었죠. 효과적인 계기와 제품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특성을 파악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소비자마다 보는 세상이 다르기 때문이죠.
3. 감정을 건드리는 포인트를 만드세요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이 동요할 때 더욱 깊게 기억하게 됩니다. 특히나 긍정적이거나 강렬한 감정을 느낄 때 그 경험을 주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하죠. 광고에서 감동적인 스토리를 보여주거나 제품이 가져다줄 감정적 가치를 강조하는 것이죠. 예를 들면, 알바몬의 최근 광고나 핫초코 미떼의 광고가 있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남기고 경험을 공유하도록 만듭니다.
4. 사람들이 모방할 수 있도록 제품을 많이 노출하세요
사람들은 자주 보이는 것, 유명한 것에 호감을 가집니다. 제품이나 브랜드의 노출을 높이면 이를 모방하려거나 소비하려는 경향이 생깁니다. 예컨대, 애플은 일전에는 로고의 모양이 사용자를 중심으로 되어있었는데, 애플은 이를 보는 사람의 방향으로 로고 방향을 바꿉니다. 온전한 애플 로고를 외부인들에게 계속 노출해 구매를 유도하려는 전략이었죠.
5. 제품의 실질적인 가치를 강조하세요.
최고의 바이럴 가치입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실질적 가치를 명확히 전달하면, 소비자는 이 제품을 구매하거나 사용하려는 동기를 갖게 됩니다. 삶이 어떻게 개선될 것인지, 지금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줄 것인지가 나타나면 좋겠죠?
6. 단, 그 정보를 이야기 뒤에 숨겨 전달하세요
5번을 하기 위해서는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다들 자기가 잘 났다고 말하는 세상에서, 재료가 좋고, 신선하고, 품질이 좋다고 말하는 걸 소비자들이 믿어줄까요? 해외 믹서기 브랜드가 운영하는 유튜브는 제목이 <이것도 갈릴까요?>입니다. 콘텐츠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믹서기의 기능성, 효과가 전달되는 거죠. 구구절절하게 설명할 필요 없이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킬 수 있습니다.
김선태 주무관님은 누가 뭐래도 ‘재미’라는 요소를 통해 모두가 공유하고 추천하게끔 만드는 콘텐츠를 만들고 시청자들을 ‘홍보맨’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는 ‘충주시’를 알리는 게 가장 1원칙이었고, 이 원칙만을 지키고자 노력했죠. 목적과 타깃이 분명한 콘텐츠가 만들어졌을 때, 그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도 ‘네트워크의 힘’을 받지 못하면 바이럴 되기가 어렵습니다. 알고리즘 해킹이니 뭐니, 알고리즘이 밀어주니 뭐니 해도 콘텐츠라는 본질이 좋지 못하면 아무리 노출이 많이 되더라도 클릭되고 시청이 지속되기 어렵죠. 본질이 괜찮아야 나 대신 일해주는 24시간 영업사원이 될 수 있습니다.
계장님! 양식 먹으러 가시죠!로 시작한 이 릴스는 양식 사준다는 말에 아이처럼 기뻐하는 과장님 모습이 나오는데, 실상은 '마음의 양식'인 동구 구립도서관 홍보 영상입니다. 동음이의어와 반전을 통해서 화가 난 계장님 모습이 그렇게 웃길 수가 없는데, 댓글도 보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편이죠.
Mufasa Spreading Good Vibes �� Zakafyah x Bag Raiders Shooting Stars라는 이름의 유튜브 영상은 차에서 내려 bag riders의 Shooting Stars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인데, 이게 숏츠로 유행을 타면서 챌린지처럼 유행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원본 영상은 4분짜리고 무려 4년 전 영상인데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추는 과정이 따라 하기가 용이해서 유행이 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소방관 삼촌님은 이 영상을 패러디해서 <교통사고 예방 홍보영상>을 찍었습니다. 메시지를 먼저 정하고, 영상을 찍었다면 452만 뷰를 찍기 정말 정말 어려웠을 텐데, 딱 맞는 패러디에 딱 맞는 메시지를 넣으니까 사람들의 반응이 남달랐죠.
풍기 인삼 엑스포 홍보를 위해 기획된 숏 드라마 형태로 나왔는데 인삼이 주가 아니라,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에 집중했습니다. 댓글도 보면 선생님이 제발 나를 부르지 않았을 때 선생님 맘대로 번호를 말해서 '내가 불리는 상황'을 연출했죠.
해당 영상은 댓글도 댓글이지만 공감을 많이 사서 그런지, 조회수 1,551만 회를 기록했습니다. 한 번이라도 사람들의 뇌리 속에 들어갈 수 있어야 우리가 전하는 메시지도 의미 있게 '인지'됩니다. 자주 보게 되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기억에 남게 되죠.
책에서도 언급되고 있지만, 영주시 유튜브의 아쉬운 점은 일반 영상이 단순 시정 홍보 영상으로 올라온다는 점인데요. 숏츠와 톤 앤 매너를 맞춘다면 더 좋은 유튜브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공기관에서 다양한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는데, 가장 좋은 건 서로가 협업하면서 좋은 메시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도록 콜라보한 콘텐츠가 눈에 보인다는 점입니다. 위 영상은 대전 경찰청과 소방관 삼촌님이 함께 콜라보한 영상인데, 소방관 삼촌님의 '약 빤 영상'을 마약근절 홍보영상으로 치환해서 잡으러 가는 영상이 연출되었습니다. 영상은 재밌었는데, 타이틀을 아예 처음부터 보여주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홍보의 신>에서도 언급되고 있지만 유행하는 밈, 챌린지라고 해서 무분별하게 쓰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선정성 논란, 비하 논란 여러 가지 논란이 있을 수 있어서 브랜드에서 사용할 때는 톤 앤 매너를 고려해서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간혹 가다 너무 유행이 되어서 기존의 의미가 희석되고 보편적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지만 '문제의 소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과감하게 안 쓰는 게 맞습니다. 유행한다고 마구잡이로 가져다 쓰다가는 진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지도 모릅니다.
김선태 주무관님의 행보는 다른 공기관들에게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광주동구청의 동구 미소계장님, 소방관 삼촌님, 영주시 등 여러 기관에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대중들과 소통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죠.
그 외에도 요즘엔 춤추는 꽃집 비틀즈 뱅크(@beatles_bank) 나 온양석산(@_stonegold)의 김명석 대리님을 보았을 때 '어떻게든 알리는 일'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게 홍보(인지도)인지, 마케팅(매출)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죠.
홍보와 마케팅은 종종 혼용되어 사용되지만, 분명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홍보는 기업이나 제품, 서비스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는 반면, 마케팅은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키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여 판매와 수익 증대를 목표로 하죠.
홍보와 마케팅은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홍보는 마케팅 활동을 지원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며, 마케팅은 홍보를 통해 형성된 긍정적 이미지를 바탕으로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sales로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죠.
요즘 SNS 시대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 홍보인지 마케팅인지를 잘 판단하는 지혜도 필요합니다. 김선태 주무관님의 사례는 홍보의 힘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가 아닐까 싶네요.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늘 쉬운 일이 아니지만,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가장 기쁘게 느낄 때는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의 반응이 나타날 때 같아요. <홍보의 신>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루 종일 우울했는데 이 영상을 보고 처음 웃었다’,
‘야근하다가 퇴근하는 중인데 너무 재미있다’ 등의 반응을 볼 때마다 정말 보람을 느낍니다.
그만큼 남들을 즐겁고 재미있게 만든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 <홍보의 신>, 김선태
오늘도 자사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나를 알리기 위해 열심히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