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치즈버거 브랜드 매니저 형민 님과의 커피챗
크라이치즈버거에서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시는 형민 님을 만나 뵈었다. 지난번 슨케터님의 마케팅 오피스아워가 크라이치즈버거의 형민 님 덕분에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었기에, 잠깐 나눈 대화로는 아쉬워서 일적인 이야기가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알고 지내고 싶어 만나게 되었다.
형민 님께서 많이 배려해 주신 덕분에, 내가 사는 근처 지역까지 오시기로 했다. 힙하디 힙한 성수에서 만났는데 늘 웨이팅으로 인산인해였던 '소문난성수감자탕'집을 갔다. 늦은 저녁인데도 줄이 있어서 얼마나 기다리려나 했는데, 다행히 별관이 있는 덕분에 3분도 채 안 걸려서 들어갈 수 있었다.
이야기는 서로의 커리어 여정부터 시작해 각자의 브랜드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 브랜드를 더 필요한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지점까지 오고 갔다. BZCF 독서모임도 했었던 공통분모가 있었기에, 이야기가 다채롭게 이어질 수 있었다. 문득, 삶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유사한지에 따라서 이 사람을 더 알고 싶다가 정해진다고 생각했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일을 대하는 태도로도 비치고, 내 일에 진심을 다하는 태도가 곧 동료와 고객들에게도 전해진다 믿기에 대화를 하는 내내 느끼고 배우는 게 정말 많았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형민 님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좋은 환경에 노출시킨다는 점이었다. 형민 님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지인분들은 '긍정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는 분들이 많았다. 특히, 리더가 피드백을 주는 지점에 대해서 '와, 내가 어디 가서 이런 피드백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것도. 일을 막 시작한 시기에는 좋은 피드백이 얼마나 큰 성장 디딤판이 되는지 알고 있기에 크게 공감했다. 매달 매달 스스로 변화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도 함께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팀원과 좋은 피드백이 있기에 늘 재조정하면서 시도하고 있다고 느낀다.
형민 님과 내가 하는 고민 중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진심을 전할 수 있는가'였다. 좋은 브랜드, 오래가는 브랜드는 단순히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경험/환경/문화를 제공한다. 또는 그런 판을 만들어간다. 시장 파이 자체를 키워가는 일을 하기에 오래갈 수 있다. 단순히 세일즈 측면이 아니라, '우리는 이런 사람들이 있고, 이런 생각으로 이 일을 하고, 이 일은 이런 사람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와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의 제안. 일방적인 Push 메시지 말고, Pull 메시지를 어떻게 진심을 담아 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
마침 저번 주차부터 주간 일지 형식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도는 크라이치즈버거 매니저분들이 돌아가면서 편지를 쓰시는 걸 보고 영감을 받았다. 좋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진심을 다하는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겠구나 하고. 사실 우리는 그 브랜드를 만들고, 브랜드 계정을 운영하는 일이 '사람'이 한다는 걸 알면서도 늘 거리감을 느낀다. 일방적인 메시지만을 전달하는 브랜드는 거리감이 느껴져 댓글을 달지 않게 된다. 기껏해야 다는 건 나에게 양질의 인사이트를 주거나, 이벤트 할 때 정도. 물론 도달률을 높이고, 한 번이라도 이름을 기억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활동일 수 있겠지만, 어디서 우리 브랜드와 연관된 상징을 보았을 때 '정말 우리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는 경험일까?'하는 질문에는 섣불리 답을 할 수가 없다. 그저 수많은 이벤트를 하는 브랜드 중 하나였을 테니까. 나 같아도 그럴 것 같다.
결국 '사람 내음'이 나는 브랜드, '사람다움'이 느껴지는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외부 브랜딩이 되기 전에, 인터널 브랜딩이 먼저 되어야 한다. 우리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 브랜드를 운영해나가고 있는지에 대한 내부 임직원들의 얼라인이 되어야 이 진심도 밖으로 표출될 수 있다. '나 혼자만의 진심'은 브랜드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에 어렵다. 함께 같은 메시지를 보내야 의미가 있다.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진심을 다해야 한다. 우리가 같은 마음으로 진심을 다해서, 진심으로 감화된 사람이 우리 브랜드의 구성원처럼 행동할 수 있게,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게 브랜딩의 목적 아닐까? 이야기를 하는 내내 생각했다.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진심을 시스템화한다는 것은 곧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일이기도 하지 않을까. 나와 같이 브랜드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1명에서 2명, 2명에서 4명, 4명에서 8명.. 이렇게 늘어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 아니겠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 한 사람 한 사람 방문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고객 없이 성장하는 브랜드란 존재할 수 없기에.
난 진심을 시스템화 한다는 게 단순히 달달달 외우는 '매뉴얼'의 존재 유무가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달려나가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 브랜드에 이로운 행동인가?', '어떻게 하면 우리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수시로 들게끔 만드는 게 시스템화라고 생각한다. 매뉴얼은 이를 위한 보조수단일뿐. 사람을 얻는 일이, 사람들의 신의를 얻는 일이 우선되어야 시스템도 만들어질 수 있는 법이니까.
형민 님과 나, 모두 BZCF 독서모임을 했기에 독서모임 이야기를 빼둘 수 없었다. 제프 베조스의 Day 1 정신과 장기적 관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목표가 아닌 목적이 이끄는 삶.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삶을, 내가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형민 님은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사람을 리스펙한다고 했다. 나도 그랬다. BZCF 님은 여러 방면으로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와 관점에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일전에는 초기 스타트업에서 단기간에 폭발적인 성장을 바라던 내가, 지금은 그저 '매일매일' 하는 일 자체, 안주하지 않고 매일매일 시도하는 일 그 자체에 초점을 두고 있다. 목표를 정해두고 시간을 쓰는 것보다,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시간을 채워나가는 게 더 유의미한 시간 활용방법이라 생각한다.
브랜드 관점에서 보자면, 허투루 시간을 쓰지 않도록 하는 일. 시간을 단순히 흘려보내는 일이 되지 않게 하려면? 유익한 시간이라고 느끼게 하려면? 좋은 시간이라고 느끼게 하려면?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 관점이 정말 정말 중요하다고 느껴졌다. 어떻게 하면 보다 유의미한 시간이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단순 협찬이 아니라, 더 좋은 경험으로 기억으로 시간으로 남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 계속 안고 가야 할 숙제겠지만 이런 이야기를 심도 있게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라 생각했다.
형민 님이 특히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셔서, 어떤 이유로 그런 것일까? 하는 생각이 대화 도중 문득문득 들었는데 이전에 경험 때문에 그렇다는 걸 이야기하면서 알게 되었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터닝 포인트가 되는 경험들을 하게 되는데, 그러한 변곡점을 몇 번 겪으면서 지금의 형민 님이 되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나 또한 그러한 터닝 포인트가 있었고, 그러한 터닝 포인트에는 항상 '사람'이 있었다.
방향성으로 늘 고민하다, 창업이라는 우연한 기회 덕분에 자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찾은 형민 님의 눈빛은 남달랐다. 늘 느끼는 거지만 눈빛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실행하는 사람들은 늘 멋진 배움과 통찰을 준다.
이런 인연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남부끄럽지 않기 위해, 나 부끄럽지 않기 위해, 오늘도 더 치열하게 살아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