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AI 시대의 콘텐츠는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

조지 레이코프의 체험주의를 기반으로 AI 시대 콘텐츠의 의미를 돌아보기

by 태완

레이코프의 체험주의는 "인간의 사고는 경험을 통해 형성된다"는 개념을 중심으로 한다.


인간의 개념화 과정은 신체적 경험과 환경적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지며, 언어와 사고도 이러한 체험적 과정 속에서 형성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즉, 우리가 어떤 개념을 이해하고 사용하는 방식은 단순한 정보 습득이 아니라, 신체적·사회적·문화적 경험을 통해 구축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AI 시대의 콘텐츠는 이러한 체험주의적 관점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이제 콘텐츠는 경험과 통찰의 가치를 더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AI 시대에 콘텐츠는 어떤 의미를 가지며, 콘텐츠 마케터로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 질문을 가지고 이번 글을 써보기로 했다.


AI 시대의 콘텐츠는 '체험'과 '맥락'을 잃어가고 있다

레이코프의 이론을 적용하면, AI가 제공하는 정보는 기존의 인간 중심적인 인식 과정과 다른 비체험적 정보의 형태를 띤다는 점이 중요하다.


1. AI는 '맥락 없는 정보'를 제공한다

체험주의 관점에서 인간은 경험을 바탕으로 정보를 이해하고 적용한다. 하지만 AI 기반 검색(AI 모드, 딥서치 등)은 사용자의 체험 없이 맥락을 단절한 채 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사용자가 검색을 통해 정보를 탐색하고 비교하는 과정 속에서 의미를 찾았다.

하지만 AI가 요약된 답변을 즉각 제공하면, 탐색 과정 자체가 사라지며 체험의 기회가 감소한다.

이는, 인간의 사고 과정이 축소되고, 개념적 틀을 형성하는 기회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로 인해 검색을 통한 ‘인지적 체험’이 줄어들면서, 사고의 깊이가 얕아질 위험이 존재하고 맥락이 단절된 정보가 제공되면서, 이해보다는 ‘소비’ 중심의 사고방식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2. AI는 '비(非) 체험적' 콘텐츠를 양산한다

체험주의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개념을 확장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AI가 생성하는 콘텐츠는 기존 데이터의 패턴을 재조합한 것일 뿐, AI 자체가 체험한 결과물이 아니다.


이는 곧 "체험 없는 콘텐츠"의 양산을 의미한다.


AI가 작성한 글에는 실제 경험에 기반한 정서적·신체적 반응이 결여된다. 그로 인해 AI가 생성한 콘텐츠는 기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지만, 창작자의 경험에서 나오는 독창적인 통찰이 부족하다.


예를 들어,


인간이 쓴 여행 블로그는 개인적인 감정, 냄새, 소리, 공간의 감각 등을 담지만,

AI가 쓴 여행 글은 기존 리뷰 데이터를 조합한 객관적 정보만 나열할 가능성이 크다.


이 차이는 결국 AI가 정보는 줄 수 있어도, 체험적 이해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AI가 생성한 콘텐츠가 늘어날수록, 인간 경험의 가치를 더 소중하게 여기는 방향으로 콘텐츠 소비가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체험이 중요한 콘텐츠(스토리텔링, 에세이, 실전 경험을 담은 콘텐츠 등)의 가치가 오히려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AI 시대는 원 창작자와의 계약 관계를 바꾼다

스크린샷 2025-03-12 오후 9.48.10.png Who Will Own the Internet? a16z’s Chris Dixon on AI and Crypto


과거 구글을 포함한 검색 엔진들은 사용자와 암묵적인 계약을 맺고 있었다.


사용자는 질문을 입력하면 검색 엔진이 가장 적합한 웹사이트를 추천해 준다.

웹사이트 운영자들은 검색 노출을 위해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며, 광고·트래픽 등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검색 엔진은 이 중간에서 검색 알고리즘을 개선하며 광고비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익을 얻는다.


이러한 균형이 AI 시대에 깨지고 있다.


1. 검색 결과의 "출처"가 사라진다 → 웹사이트 방문 감소

구글과 같은 검색 엔진이 AI 기반 검색(SGE, Bard, Gemini, ChatGPT 등)을 강화하면서, 사용자는 더 이상 웹사이트를 방문하지 않아도 필요한 정보를 검색 결과에서 바로 얻을 수 있다. 즉, AI가 여러 사이트의 정보를 취합·재조합하여 제공하므로 사용자의 클릭률(CTR)이 급감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존 검색 엔진 최적화(SEO)를 통한 트래픽 모델이 무너짐

웹사이트 방문 감소로 콘텐츠 생산자(언론, 블로그, 기업 등)의 수익성 악화


2. AI는 콘텐츠를 가져가지만, 원본 창작자에게 보상을 주지 않는다

AI 모델은 대량의 웹 콘텐츠를 학습하여 정보를 제공하지만, 콘텐츠 제작자는 AI가 가져간 정보에 대한 직접적인 보상을 받지 못한다. 예를 들어, ChatGPT가 특정 블로그 글을 요약해서 제공하면, 사용자는 해당 블로그를 방문할 필요가 없어지고, 원 저자는 트래픽·광고 수익·브랜드 인지도를 얻을 기회가 줄어든다.



스크린샷 2025-03-12 오후 9.40.32.png 상위 10개 자연 검색 결과의 평균 클릭률(8.63%)을 고려하더라도 매우 낮은 수치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할 인센티브가 줄어듦

콘텐츠 제작자가 검색 엔진을 통해 얻던 트래픽과 광고 수익 감소

콘텐츠 품질 저하 가능성 (AI가 자동 생성한 콘텐츠만 넘쳐날 가능성)



3. 검색 결과의 신뢰성이 위협받는다

검색 엔진이 직접 출처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정보를 제공하면, 정보의 신뢰성이 낮아질 위험이 있다. 전통적인 검색 모델에서는 사용자가 다양한 출처를 비교·검증할 수 있었지만, AI 검색에서는 AI가 선택한 정보만 사용자에게 제공된다. 잘못된 정보나 편향된 데이터가 포함될 경우, 검증이 어렵고 오류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정보 검증이 어려워지고, 가짜 정보(허위 AI 생성 정보)의 확산 가능성

사용자들이 원본 출처를 확인할 기회가 줄어들어 신뢰도 문제 발생


그렇다면 이 변화가 불러올 가능성 있는 미래는?


✔ 웹사이트와 콘텐츠 제작자들의 대처

언론사, 콘텐츠 기업, 블로그 운영자 등이 AI가 자사 콘텐츠를 가져가는 것을 막기 위해 로봇 차단(robots.txt)·유료 구독 모델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OpenAI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소송도 이와 동일한 맥락

스크린샷 2025-03-12 오후 9.58.39.png "데이터 무단 사용"…오픈AI, 저작권 소송 잇따라 / 출처 : 연합인포맥스


✔ 검색 엔진의 역할 변화

기존 "정보를 정리하여 보여주는 플랫폼"에서 "정보를 직접 생성하는 플랫폼"으로 전환됨

AI가 정보를 단순 요약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화된 맞춤형 답변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


✔ 검색 광고 비즈니스 모델의 위기

AI 검색이 사용자의 클릭을 줄인다면, 검색 광고(구글 애드워즈 등)의 가치가 하락할 수 있음

검색엔진은 AI 기반의 새로운 광고 모델(예: AI 추천 상품, 스폰서 링크 내재화)로 이동할 가능성


✔ 정보 검증을 위한 새로운 생태계 필요

AI가 요약한 정보를 검증할 수 있는 출처 기반 검색 기능(출처 표시·출처 보상 모델) 도입 가능성

사용자들이 직접 정보를 검증할 수 있는 플랫폼(예: 구독 기반 뉴스 플랫폼, 전문가 커뮤니티 등)이 부상할 가능성


AI 시대, 콘텐츠 소비 환경은 어떻게 변할까?


이렇게 AI를 통한 콘텐츠가 범람한다면, 우리의 콘텐츠 소비 환경은 어떻게 바뀔까?


1) 경험과 통찰을 ‘공개할 이유’가 줄어든다

과거에는 블로그, 뉴스레터, 강연 등을 통해 자신의 경험과 인사이트를 공유하면 검색을 통해 사람들이 찾아오고, 영향력을 얻으며, 경제적 보상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AI가 이런 통찰을 가져가고, 출처 없이 요약해서 제공한다면?


내가 굳이 무료로 공개할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AI가 베껴갈 텐데, 내 지식은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게 낫겠다.


이런 흐름이 심화되면, 깊이 있는 통찰을 담은 콘텐츠는 점점 줄어들고 피상적인 정보만 넘쳐나는 시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


2) 정보와 지식이 ‘사유화’된다 → 지불해야만 얻을 수 있음

최근 들어 뉴스레터 유료화(서브스택, 브런치 유료 구독), 온라인 강의, 멤버십 모델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과거에는 검색만 하면 좋은 글을 무료로 찾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진짜 통찰을 얻기 위해 돈을 내야 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AI가 무료로 정보를 제공하면 제공할수록, 창작자들은 더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방식으로 지식을 보호하려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실무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블로그에 글을 쓰는 대신 비공개 커뮤니티나 유료 멤버십에서만 정보를 공유할 가능성이 높아짐

오프라인 모임, 비공개 웨비나, 초대형 강의 같은 폐쇄적 네트워크의 가치가 커질 것

통찰을 가진 사람들이 오픈된 웹에서 사라지고, ‘접근 가능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지식 격차가 커질 가능성이 있음


3) 검색이 아니라 ‘사색’의 시대 → 진짜 통찰을 얻으려면 스스로 탐구해야 한다

AI가 단순한 정보를 빠르게 제공할수록, 진짜 통찰을 얻으려면 더 깊은 고민과 경험이 필요해진다. 과거에는 검색을 통해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었던 것들이, 이제는 직접 경험하고 고민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형태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정보는 AI에게, 통찰은 사색하는 사람에게"


즉, AI가 검색을 대체하는 순간, 진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탐구하는 사람이 더욱 차별화되는 시대가 될 것이다.



AI 시대, 체험주의 관점에서
콘텐츠 마케터가 주목해야 할 것

체험주의적 시각에서 보면, AI가 제공하는 정보는 결국 체험을 대체할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으며, 오히려 인간이 가진 체험 기반 콘텐츠의 중요성을 더욱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1. AI가 줄 수 없는 ‘체험적 가치’에 집중

AI가 모방할 수 없는 인간적 경험(성공과 실패 스토리, 감각적 묘사, 정서적 공감 요소)을 강조한 콘텐츠 제작이 필요하다. AI가 데이터를 정리해 줄 수는 있지만, 그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는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고 판단의 영역이다.


2. 체험이 있는 브랜드 콘텐츠를 강화

브랜드의 철학, 실제 고객 사례, 창업 과정 등의 체험적 요소가 담긴 콘텐츠는 AI가 대체하기 어렵다. 소비자가 단순 정보가 아니라, 브랜드와의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증가할 것이다.


3. 검색이 아닌 ‘경험 공유’를 위한 커뮤니티

체험주의적 관점에서 사람들은 직접 체험한 경험을 나누는 커뮤니티에서 신뢰를 형성한다. AI 시대에는 검색보다 관계와 경험이 중심이 되는 폐쇄형 커뮤니티(멤버십, 유료 뉴스레터, 전문가 네트워크 등)가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AI 시대, 체험적 콘텐츠의 가치 상승

AI가 정보를 대체하는 시대에는 검색이 아니라 관계, 정보가 아니라 통찰, 노출이 아니라 신뢰가 더욱 중요해진다. 콘텐츠 마케터는 단순한 정보 제공자가 아니라 체험적 가치를 전달하는 큐레이터이자 스토리텔러가 되어야 한다.


AI가 무료로 정보를 제공할수록, 창작자들은 더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방식으로 지식을 보호하려 할 것이며, 단순한 정보보다 체험과 사색을 담은 콘텐츠가 더 가치 있게 평가될 것이다.


검색을 통한 정보 습득이 아니라, 경험과 관계를 통한 콘텐츠 소비가 새로운 흐름이 될 것이다. (최근 AI 회사들이 하드웨어를 구축하려고 하는 모습을 볼 때 오프라인 경험은 더 귀한 사치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AI가 모든 것을 대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 고민한다면, AI 시대에서도 의미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


이 글을 쓰기 위해 함께 봤던 글

- 가장 영감이 되었던 비즈까페 인스타 릴스

- a16z Youtube : Who Will Own the Internet? a16z’s Chris Dixon on AI and Crypto

- AI Scraping Is On The Rise. TollBit State of the Bots - Q4 2024

- 더코어 : 구글 AI 모드, SEO 트래픽 감소 부를까? 등 [AIEO 브리핑]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마케터가 리뷰 하나에 열과 성을 다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