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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동 누나 Nov 17. 2023

그림 찾기를 해볼까!  런던(4)

세인트 폴 성당  /   코톨드 갤러리

2023년 10월 17일


어젯밤, 딸은 새로운 직장의 사람들이 영국인보다는 다국적인 사람들이 많고 그 다국적인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워했다. 무엇보다 회사 식당 음식 가격이 말도 안 되게 싸고 맛있다고 재택보다는 밥 먹으러 회사를 가야겠다고 웃었다. 얼마나 오랜만인가! 딸의 웃음을 보는 나는 너무 행복하다.


오늘도 딸이 출근하고 나는 간단한 뒷정리를 하고 일찍 빨강 2층 버스를 탄다. 이른 시간 2층 버스의 2층 앞자리에 앉아 리든 홀 스트리트 서쪽으로 달리며 도시를 내려다본다. 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아슬아슬하게 좁은 도로를 달린다. 15분쯤 지나 버스에서 내려 골목길 사이로 보이는 세인트 폴 성당을 향해 걷는다.


세인트 폴 성당은 사도 바울에게 봉헌된 성당으로 604년에 이곳에 지어져 있던 성당을 원형으로 하여 세워졌다. 1666년 런던 대화재 때 불탔지만 1675년 크리스터퍼 랜 경의 감독하에 바로크 양식으로 다시 건축되었다. 국가적인 행사가 열리고 비운의 다이애나 비의 결혼식이 열렸으며 엘리자베스 2세의 즉위 기념행사가 열렸다. 대성당은 여전히 종교적인 용도로 사용되고 매일 집회와 미사가 열린다.


이른 시간 성당은 조용하고 아름답다. 로마 성 베드로 성당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커다란 돔을 올려다본다. 높이가 110m에 이르는 돔과 화려한 천장화를 올려다보며 성가대석 앞까지 걸어 들어간다. 입장료를 내면 무료로 제공되는 오디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지하로 내려간다. 이 성당의 설계자인 크리스토퍼 렌 등 영국을 빛낸 유명인사들의 납골당이 있다.


계단을 올라 전망대가 있는 돔으로 올라간다. 중간에 성당내부를 위에서 조망할 수 있는 갤러리가 있다. 성당의 제단이 내려다보인다.


다시 계단을 오른다. 얼마나 올라갔을까 런던 시내를 360도 조망할 수 있는 골든 갤러리가 나온다. 템즈 강을 따라 테이트 모던과 빅벤 런던 아이, 더 샤드등 런던의 랜드마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거대하고 아름다운 성당의 주교좌와 성가대 석 그리고 화려한 장식을 돌아보다 하얀 조각작품을 발견했다.  헨리 무어의 성 모자상이다. 베드로 성당의 피에타를 재해석한 'Mother and Child'이다.

15세기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와 다른 모습이지만 20세기의 헨리무어의 피에타가 한결같은 어머니의 마음을 전해준다. 차가운 돌이 따뜻하다. 따뜻한 위로를 받는다.


성당의 기념품 상점을 들러 밖으로 나오니 성당입구에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입장을 기다린다. 나는 대성당을 뒤로하고 다시 15번 버스를 타고 킹스칼리지 근처에서 내렸다. 간단히 점심을 먹으려고 'Toklas Cafe'에 들어가니 작은 카페에 학생들이 가득하다. 플랫화이트 커피와 수프와 빵을 주문했다. 콩이 들어간 따뜻한 수프와 통밀빵이 맛있다. 런던경제학교와 킹스칼리지의 학생들인지 시끌벅적한 카페의 분위기가 부럽고 반갑다.


킹스칼리지를 지나 코톨드갤러리 'The Courtauld Gallery'로 들어선다. 아름다운 서머셋 하우스에 위치한 작은 미술관이지만 보석 같은 인상파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2019년 딸과 파리 루이뷔통파운데이션에서 코톨드갤러리 작품 전시를 보았다. 당시 마네의 폴리베르제르 바 그림과 반 고흐의 그림 등 인상파 그림을 보며 행운을 얻었다고 좋아했는데 오늘 작품들이 살고 있는 그들의 집으로 들어선다.

 

Edouard Manet /  A Bar at the Folies-Bergere

떠들썩하고 흥겨운 술집, 표정 없는 여자가 있다.  마네는 생의 마지막 순간, 자신이 느끼는 삶의 고독, 불안을 여인을 통해 나타내고 있다.


Van Gogh /  Self- Portrait with Bandaged Ear                    

반 고흐가 스스로 귀를 자르고 난 뒤 붕대로 감은 모습을 보여주는 슬픈 자화상이다. 초록의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먹먹해진다. 삶의 끝에서조차 그림으로 자신을 보여주었던 그의 마음이 전해진다.

Lautrec / In a Private Dining Room at the Rat Mort

앙리 로트렉은 그가 말년에 자주 방문하던 몽마르트르의 카페 'The Rat Mort (Dead Rat)'에서 만난 여자, 창부였던 Lucy-Jourdain을 초상화를 그렸다. 그녀의 초점 잃은 눈동자와 크게 웃고 있는 입을 향해 전면에서 빛이 들어온다. 몽마르트르의 밤의 여자를 연민과 사랑으로 그린 그림은 웃고 있으나 허전하다. 그래도 따뜻하다. 내가 로트렉을 좋아하는 이유다.


Claude Monet /  Antibes

코톨드 갤러리에는 인상파의 그림 외에도 파르미지아노와 루벤스, 르네상스 시기의 그림도 볼 수 있다.

Sandro Botticelli / The Trinity with Saints Mary  Magdalen and John the Baptist

제단화는 막달라 마리아, 세례요한 , 토비아스, 천사와 함께 하는 성 삼위일체를 보여준다. 대천사 라파엘이 어린 토비아스의 손을 이끌고 있다. 그는 작은 상자를 들고 있고 토비아스는 올가미에 물고기를 싣고 있다. 물고기는 토비아스의 성물이다. 보티첼리의 색감과 표현이 느껴진다.

Peter Paul Rubens / Portrait of Baldassare Castiglione

라파엘로가 그린 초상화를 루벤스가 모사한 작품이다. 라파엘로는 친구이자 외교관이자 인문주의자인 발다사레 카스틸리오네의 초상화를 그렸다.


코톨드 갤러리


코톨드 갤러리에서 나와 번쩍이는 사보이 호텔을 지나고 다시 세인트 폴 대성당으로 걷는다. 밀레니엄 다리를 건너 테이트 모던으로 가려고 하니 마침 밀레니엄 다리가 공사 중이다. 멀리 테이트 모던을 바라본다. 템즈 강 위로 저녁 햇살이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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