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바늘에게서 떠나보내는 법을 배운다〉

시작과 끝[共存]

by 루치올라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은

스스로를 떠나보내는 방식으로

새로운 삶을 선택한다.



도깨비바늘은

자신의 끝을 바람과 동물, 사람의 옷깃에 조용히 맡긴다.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살아가기 위해 자신을 이양하는 일.


스스로 끝났음을 아는 풀은

그 자리에서 다음 생을 준비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법으로


붙잡는 대신, 떠나보내는 방식으로.

한 자리에 고정된 채

전 생애를 그 자리에서 마친다.


그렇게 태어났다.

어디로 갈 수 없는 존재로.


그렇게 살아가다가

자신의 생이 다 되어감을 알아차린 순간,

도깨비바늘은 결단한다.


움직이지 못하는 자신을

움직일 수 있는 존재에게

조용히 떠나보낸다.


이것은 포기도, 끝남도 아니다.

때에 맞는 적절한 방식이다.

새롭게 다시 살아가기 위해,

더는 머물 수 없음을 받아들이며

스스로를 놓아주는 선택.


우리는 감정 앞에서 이와 같은 태도를 배워야 한다.

붙어 있는 감정들이 있다.

한때는 나였지만

더 이상 함께 살아갈 수 없는 감정들.

더 함께하면 안 되는 시간들


새로운 시작은 떠나보낸 후

시작된다.



억지로 잊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 끊어내는 것도 아니다.

조심스럽게, 정중하게 떠나보내는 것.


정리할 감정을 떠나보냄으로써

새로운 생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도깨비바늘이 바늘을 품은 이유는

공격을 하기 위함이 아니라

떠나보내려는 생존 전략이었다.


그 감정은 오래 머물렀고,

분명 나였고,

나와 함께였다.


삶에서도 묵은 감정을 보내야 할 때가 온다.

그렇게 다시 자랄 준비를 한다.


지나간 것

보내야 할 것을

떠나보내는 순간,

그 자리에 끝과 시작이 공존한다.




칼 융 (Carl Jung)

“우리는 과거의 감정을 떠나보낼 수 있을 때에야, 진정한 성장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