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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서 Dec 04. 2019

5.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 제 4 장 >  성취 그 짜릿함

3년 차가 되니 막막함이 밀려왔다. 월급이 쥐꼬리만큼 오른다는 게 무슨 말인지 이해됐고 승진은 먼 산으로 보였다. ‘돈은 얼마나 모을 수 있는 걸까. 결혼 자금은 모을 수 있는 걸까?’ 자극이 필요했다. 주변을 돌아보니 차장님과 팀장님이 보였다. 두 분은 이미 결혼도 했고 아이들도 있다. 안정적일 거라는 생각이 스쳤다. 10년 이상의 경력에 급여도 나보다 훨씬 높았다. 그런 분들이 무슨 고민이 있을까. 그분들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을지 궁금했다.      


어른들을 만나면 두 가지를 꼭 묻는다. ‘제 나이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와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이다. 한 살이라도 많다면 반드시 물어본다. 하루라도 삶을 더 살아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무언가를 했으면 좋았을 걸.' 이라는 대답을 들으면 그 일을 하려고 한다. 혹은 '그때 그렇게 하지 말았었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얘기라도 들을 때면 나도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대답 속에서 인생의 힌트를 찾는 것이다.      


“팀장님, 만약 제 나이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떤 걸 하고 싶으세요?”

“저요? 음…. 나는 여행이요. 해외에 나가서 몇 달씩 살고 싶어요. 어렸을 때 못 가서 그런가 봐요.”

“그럼 앞으로는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카페를 차려서 운영하고 싶어요. 이층집을 사서 1층에는 카페를 차리고 2층에는 우리 집을 갖는 거예요, 그게 내 꿈이에요.”     


가장 많이 들었던 대답은 세 가지였다.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다, 해외에 가서 살고 싶다, 회사 말고 다른 것들을 시도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회사 말고 다른 것에는 '카페'라는 말이 자주 나왔다. 나도 동의했다. 카페는 아늑하고 커피 향이 묻어나고 여유가 있는 곳이니까. 그리고 내가 사장이라면 누가 시키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떠나고 싶을 땐 잠시 문을 닫고 떠날 수도 있을 것이다. 팀장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장님의 대답도 궁금했다. 아빠와 딸이 된 이후 3년 동안 돈독한 신뢰를 쌓아온 상태였다. 사장님은 닮고 싶은 면을 많이 가진 분이다. 60대 후반이라고 믿기지 않는 피부에, 30년 동안 테니스와 헬스로 다져진 단단한 몸, 해외 영업을 하며 쌓아온 유창한 영어 실력, 외국에서 만난 사람들도 ‘브라더’라고 부를 정도로 친근한 성격, 상황에 맞는 위트를 던지는 센스까지 갖춘 분이셨다.     


그런 사장님도 또 이루고 싶은 꿈이 있을까? 질문할 시기를 보고 있는데, 어느 날부터 사장님께서 힘들다는 말을 자주 하시는 것을 느꼈다. 사장님과 점심을 먹고 커피를 한잔하며 질문을 했다.  

   

“사장님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

“힘들어 보이시는데, 괜찮으세요?”

“괜찮지.”

“사장님 요즘 행복하세요?”

“...아니.”

“사장님, 만약 회사를 그만두면 어떤 것을 하고 싶으세요?”

“나? 난 레스토랑을 차리고 싶어. 서울 외곽에 스테이크를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을 차릴 거야. 손님은 많이 안 와도 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초대해서 파티하면서 시간을 보낼 거야. 가끔 문을 닫고 여행하고 싶어. 그리고 자동차로 전국을 일주하는 거지.”      


34세의 나이로 최연소 영업부 임원이 되었고 40세에 사장으로 임명돼 30년을 지낸 분이다. 그런 분이 지금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마음속으로는 퇴사 이후의 삶을 꿈꾸고 있었다. 멋지게 꾸민 레스토랑에 좋아하는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스테이크와 와인을 얘기하며 어린아이처럼 밝은 표정을 지으셨다.    


  

정말로 하고 싶은게 뭐니? (https://www.superookie.com/contents/596723a28b129f791158b613)




자신에게 물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나는 지금 행복한가?’ 지나왔던 선택의 문은 행복을 향한 문이 아니었다. 행복보다는 돈이나 명예를 따라왔다. 해외 마케팅, 승무원, 인사담당자…. 이대로 지낸다면 10년 후엔 팀장님처럼 되겠지, 20년이 지나면 회사의 임원이나 사장까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행복할까? 팀장님과 사장님과 했던 대화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잠깐 들어오세요.”

“네, 사장님”

“커피가 배우고 싶은데, 회사 근처에 배울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알아봐 줄 수 있어?”

“커피요? 사장님, 커피 안 드시잖아요.”

“한번 배워보고 싶어서.”     


며칠 후 사장님은 갑자기 커피가 배우고 싶다고 하셨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딸 수 있는 학원을 알아봐 줄 수 있겠냐고 부탁도 했다. 검색해보니 합정과 상수 근처에 학원들이 있었다. 몇 군데의 학원을 추천드렸다. 사장님은 그중 한 곳과 상담을 했고 주말마다 소수 정예로 커피를 배우기 시작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사장님은 늘 직원들이 커피를 사먹으면 핀잔을 주곤 하셨으니까. 회사에도 커피머신이 있는데 왜 밖에서 커피를 사 먹냐고 말이다.     


월요일일 점심마다 사장님은 주말에 배운 커피 수업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자연스럽게 그 내용을 듣는 것이 일과가 됐다. 커피 원두를 볶으면 어떻게 생두가 커피향을 머금게 되는지에 대한 이론부터 로스팅의 중요성까지 쉬지않고 말했다. 사장님은 즐거운 표정을 지으셨다. 학원 강의로 끝나지 않고 사장님은 유럽과 미국에서 인정받는 SCA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다. 정식 핸드드립과정과 로스팅 과정까지 이수했다. 퇴직 후 카페를 차리겠다고 하셨다. 회사가 아닌 행복해질 수 있는 선택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     


이런 대화를 하고 난 후, 1년도 지나지 않아 우연히 기회를 만났다. 카페를 차릴 기회였다. 창업을 결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음 한쪽에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인가에 대한 질문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의 던졌던 질문들과 사장님의 변화에서 느낀 것들이 모여 하나의 계기가 됐다.      


행복하기 위한 선택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모습은 그동안 해 온 선택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A와 B의 선택지를 놓고 결정할 때, 돈과 명예나 다른 이유보다도 행복을 최우선으로 한 선택을 하며 살고 싶다. 


그리고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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