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부동 캠핑카
결혼 10년 차에는 떠나고 싶었던 우리의 야무진 남미 여행의 결과로 남겨진 건 1년에 몇 번 움직이지 않는 우리의 캠핑카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주차(야외 주차)가 돼있었는지, 차 근방을 지나갈 때마다 바퀴에 구멍은 안 났는지 새똥은 안 떨어졌는지 아주 잊히지 않을 정도로 봐주는 것이 전부이다. 작년 10월에 마지막 운행을 하고, 겨울 타이어를 구매하면서 함께 교체 서비스도 맡겼는데 세상에, 벌써 6월이라니... 한 번도 겨울 타이어를 굴려보지도 못한 채 다시 일반 타이어로 바꿔껴야 하는 상황을 겪게 되었다.
인건비가 비싼 스위스에서 뭐라도 살짝 하려면 돈 몇십만 원은 금방 나오는 이곳에서 타이어 교체는 우리 부부의 새로운 과제였다. 외국사람들은 뭐든지 쓱쓱 잘만 고쳐대는 만능 맥가이버던데, 공돌이 남편은 우선 알아보겠다며 나갔는데, 1시간 뒤에 바지며 티셔츠며 까맣게 먼지를 묻혀 집에 돌아왔다. 검댕이 묻은 것만 보면 F1 정비사 수준인데 안내책자를 읽으며 실전에 돌입하다 보니 힘겹게 바퀴 1개를 갈아낄 수 있었다고 전해줬다. 그러면서, 누가 알려주면 금방 할 것을 경험 없는 초보가 하니 손발이 고생했다며...
힘 빠졌을 남편을 위해 장갑을 끼고 타이어를 교체해보았다. 역시, 옆에서 알려주고 잘한다 칭찬도 해주니 생각보다 쉽게 진행되는 것이 꽤나 재미있었다. 운전면허도 없는 내가 타이어를 교체한다는 것은 내 인생에 새로운 경험인지라 사진으로도 한 장 남겨두며 이렇게 배워두면 다음에 언젠간 타이어를 내가 교체할 일도 생기지 않겠냐며, 으쓱대기 딱 좋았다.
올해 여름엔 너도나도 캠핑을 갈것같아 8월달 (학교 여름방학)은 스위스 곳곳이 꽉 찼다는 소식은 꽤나 충격이다. 예약 시스템이 아니고, 최소 일주일은 머물러야 하는 옵션이 있다보니 이런 문제점이....아이고 머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