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바로 우리 가족이 일주일간 머물 곳이다. 크루즈 안을 어떻게 꾸며놓았을까? 아이들과 이곳저곳을 탐험해 볼 참이다. 우리 가족의 발길을 이끄는 곳부터 따라가 본다. 커다란 수영장이 나오자 아이들은 어서 물속에 들어가자고 보챈다. 농구장도 나오고, 선명하게 줄이 그어진 조깅트랙을 따라 걸어 보기도 한다.
이곳에는 내가 해야 할 일도 없고, 전화도 되지 않는다.
나는 온전히 크루즈 라이프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설렘에 기분이 좋아졌다. 바다 위에서도 육지처럼 생활할 수 있다니! 아니,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부푼 가슴을 진정시키고 일단 방으로 들어왔다. 창 밖을 내다보니 이곳이 땅이 아니라 바다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시켜 준다.
육지에서 바라보는 바다
그리고,
바다 위에서 바라보는 바다
모래 위에 발을 딛고 망망대해를 바라보았을 때 도대체 얼마나 멀리 가야 저 끝자락에 다다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곳은 나에게 미지의 세계였다. 나는 내게 보이는 것 이상을 내다볼 수는 없었다.하지만 내가 바다 위에 놓이자 이 거대한크루즈마저도 모형처럼 작게 느껴질 정도로 나라는 존재는 한없이 작게만느껴졌다.
크루즈를 타고 잔잔한 파도에 장단 맞춰 흘러가다 보면출발할 때 보였던 작은 섬들 그리고 숲으로 이뤄진 산맥조차 보이지 않는 시점이 찾아온다. 앞 뒤를 둘러보고, 양 옆을 돌아봐도 오직 물밖에 없는 망망대해. 이곳은 내가 멀찍이서 바라보며 궁금해했던 바로 그곳일 것이다.
나는 그 끝을 궁금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느꼈다.
무한한 세상, 모든 것이 충분히 주어진 세상에서 그 일부만 보고, 일부 속에 갇혀서 너그럽고, 여유롭게 살아가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세상 속의 나는 정작 그 큰 세상을 보지 못하고 한쪽 면만 힐끗힐끗 바라볼 뿐이다. 그런데 바다 위에 놓이자 나는 이상하게도 세상을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생긴 것 같았다.
사실 이번 여행은 알래스카에 가서 아이들과 함께 빙하를 보면 의미 있겠다 생각하고 떠난 여행이었다. 나는 아직 알래스카에 도착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미 여행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느낄 정도로 나의 내면에는 큰 변화가 찾아왔다.
파도는 거세지 않다. 잔잔히 일렁이고 있었는데 내 마음도 그렇게 잔잔하게 요동을 친다. 이유를 설명하기 힘들지만 벅차오르는 상태, 나는 여행 내내 그러했다.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여행이 주는 선물이 나의 내면과 연결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수 있는 것이라면 나는 앞으로도 여행을 계속 떠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