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지니 Nov 20. 2024

캐나다에서 3대가 함께 살기

올해 10월, 부모님이 캐나다에 오셨다.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다.


우리 가족이 캐나다에 거주한 지 6년이 되어가니 부모님이 약 2년에 한 번씩 방문하신 셈이다. 처음 오셨을 때는 약 일주일정도 머무르셨고, 두 번째 오셨을 때 3개월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3개월 동안 머물다 귀국하실 예정이다.


3대가 함께 몇 개월씩 같이 사는 것이 요즘 시절에 흔히 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닐 것이다. 타국에 멀리 떨어져 사는 우리 가족에게 이러한 경험은 그간 애틋하고 그리워하던 감정을 해소해 주기도 하지만 한편 세대차이, 문화차이, 지역차이의 간격이 더 크게 와닿기도 한다.

3대가 함께 모여있는 우리 집, 우리는 지금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모인 집단이다.


서로에 대해 잘 알고 가장 편안한 사이다. 우리는 가깝다는 이유로, 서로 잘 안다는 이유로 남들에게는 결코 하지 않을 행동도 때때로 서슴없이 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장 사랑하는 사람끼리 서로 더 지켜줘야 할 것이 많음을 가슴 깊이 느낀다.


우리가 삶 속에 파묻혀 있을 때는 모른다. 하지만 한 발치 떨어져 삶을 바라보면 꽤나 흥미로운데 그것이 3대가 함께 하는 모습이면 더욱 그렇다. 부모님의 행동에서 나의 모습을 보게 되고 또 아이들의 행동을 통해 내 모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론 그것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분일지라도.


한국에 살았다면 결코 해보지 못했을, 3대가 함께 살아가는 이 특별한 삶의 순간을 나는 소중하게 여긴다.


나만 알고, 내 자식만 알고, 내 가정만 알고 사는 세상에서 우리는 부모를 통해 가슴속에서 우러나는 무한한 사랑을 경험한다. 사랑이 아니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 집안 곳곳에서 일어난다. 큰 일이건 작고 사소한 일이건 간에.


 사랑의 이름으로 행해진 일들이 때론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불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들 또한 사랑으로 포용해야 함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우리가 다르게 살아온 시간으로 인한 행동의 차이를 잘못된 것, 고쳐야 할 것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고 또 이해하고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한 것임을 말이다.


부모님이 이곳에 오실 때마다 하시는 말씀이 있다.


"우리 나이 70이 넘었는데 여기 다시 오긴 쉽지 않을 거야."


나는 요즘 시대에 나이 70이면 한창때라고 말씀드리지만 부모님의 심경이 느껴질 때면 가슴 한편이 콱 막혀온다.


3대가 모여있는 이곳에 한 사람의 인생이 모두 들어있다. 상대방을 바라보며 누군가는 과거를 회상하고 누군가는 미래를 그려본다. 젊음도 나이 듦도 우리 모두가 거쳐가는 시간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 3대가 함께하는 이 순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크루즈를 타고 내가 사는 세상을 바라보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