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경험한 '첫 번째 기획의 벽'을 넘었을 때의 순간
언제부터 본인이 '기획자'라고 생각하였나요? 어떤 일을 할 때 '내가 기획을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셨나요? 저는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제가 기획을 한다고 처음 느꼈습니다. 그때는 카드뉴스 몇 장을 기획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기획을 한다는 생각에 내심 뿌듯했던 기억이 나네요.
제가 2년 차였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기획을 하면서 2년 차에 '첫 번째 벽'에 부딪혔습니다. 음, 우선 제가 생각하는 벽이라는 개념부터 설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회 초년생 일 때 저는 업무의 성장곡선이 우상향 직선인 줄 알았습니다. 기울기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떤 형태이든 우상향 직선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실력이 비례하여 늘어가는 것이죠. 하지만 실제로 경험한 성장곡선은 계단 모양이었습니다. 성장하기 직전에 큰 난관에 부딪치고 이를 이겨내고 비로소 한 계단을 올라간 모습이 되는 것입니다. 그 한 칸 한 칸의 계단들이 전부 '성장의 벽'으로 느껴졌습니다.
이 '성장의 벽'이 생각보다 지독합니다. 시간을 아무리 쏟아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장하는 게 눈에 띄지 가 않아요. 그러다가 번뜩 내가 달라지고 성장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3명의 대장장이가 깰 수 없는 돌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중 첫 번째 대장장이는 "이건 깰 수 없는 돌멩이야"라고 말하고 떠났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 대장장이는 망치로 돌을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10,000번 내려칠 때까지 돌은 깨지기는커녕 깨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때 두 번째 대장장이는 말하였습니다. '이건 아무래도 깰 수 없는 돌멩이인 것 같아'라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습니다. 세 번째 대장장이는 혼자 남아서 절망하였고 포기할까도 고민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보기로 결심한 후 세 번째 대장장이는 돌멩이를 내려쳤습니다. 그러자 돌멩이가 깨졌습니다. 10,001번의 두드림 끝에 깨진 것입니다.
이 이야기의 대장장이처럼 업무의 성장곡선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성장하기 직전까지는 전혀 느껴지지 않지만 한 번 더, 마지막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더가 쌓여서 결국 큰 변화를 일으킵니다. 그 전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요.
다시 첫 번째 벽을 마주한 순간으로 가보겠습니다. 첫 번째 벽을 마주한 순간은 나의 실력이 수행하는 업무에는 여실히 부족하였을 때였습니다. 기관의 홈페이지에 업로드되는 프로젝트성 상세페이지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뷰를 기반으로 대상자가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과 함께 상세페이지라는 포맷으로 구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이 의뢰를 받았을 때는 굉장히 쉽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제 머릿속에는 단순히 '인터뷰를 한다' → '내용을 정리한다' → '디자이너에게 의뢰한다' 이 정도로 기획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수정을 10회나 거쳤는데도 업무가 컨펌이 되지 않았습니다. 의뢰를 주신 분도 그쯤 되니 더 이상 하는 것이 어려우니 이쯤에서 중단하자고 하여 그 프로젝트는 완성도 채 못하고 중단하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슬펐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잘 몰랐습니다. 하라는 대로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뭐가 문제인지를 몰랐어요. 그래서 '의뢰를 주신 분이 유별나서 그런 거다'라는 생각으로 합리화를 했던 것 같습니다. 문제가 무엇이었는지는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의뢰'로 생각하고 이 프로젝트의 목표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분명 프로젝트의 목표가 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프로세스를 제작하고 기획을 하여야 하는데 단순히 '업무'에만 포커스를 맞추어서 수행했던 것이죠. 그래서 결과물은 나왔지만 결과물이 목표를 향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때 당시 의뢰를 주신 분이 원하는 작업물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제 머릿속에는 '상세페이지'만 만들면 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결과물에서 고객사의 니즈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과물이 나온 것 같습니다.
이 외에 다른 사사로운 문제점들이 있었겠지만 사실 잘 기억은 안 납니다. 그때가 제가 성장했던 가장 주요한 지점이었다는 것만 빼고는요. 원래 사람은 안 좋은 기억을 잊으려고 하잖아요. 그나마 위 두 내용은 잊지 않도록 꼭 붙잡고 있었어요.
여기서 저는 기획의 전제를 명확하게 정의하게 되었습니다. '기획의 본질은 계획이 아니라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