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읽어주시고 링크를 통해 서명도 꼭 부탁드립니다!
“언니야, 우리 D가 근육병일 수도 있대.”
K에게 저 문자를 받았던 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근육병이 뭔지도 몰라, 문자를 받고 한참 동안 유튜브와 인터넷에서 근육병을 검색했던 기억도 선명합니다. 검사 결과가 나오던 날, ‘언니야, 맞대’라는 연락을 받고 차마 K 앞에서 울 수도 없어서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던 기억도 나고요. ‘괜찮아질 거야, 나을 거야’ 말할 수 없어서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위로도 할 수 없고 희망을 줄 수도 없고 아무런 도움조차 줄 수 없었어요. 그 무력감은 제 몫으로 삼은 채, 그저 K 곁에 머무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K와 저는 오래 언니 동생으로 지낸 사이고, 비슷한 시기에 결혼과 출산을 하면서 근래 몇 년간은 거의 매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만큼 가까운 사이입니다. 친자매지간이나 다름없는, 막역한 사이지요. K의 첫 아이인 D는 저의 둘째 아이와 같은 해에 태어났습니다. 제 둘째가 자라는 모습과 함께 D가 자라는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보았어요. 두세 살까지는 발달이 느린 듯했지만, 다섯 살이 넘어서부터는 언제 그랬나 싶을 만큼 말도 잘하고 기관 생활도 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D가 근육병이라고 합니다.
D가 발병을 확인한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였습니다. 근육병이라고 부르지만 정확한 질환명은 듀센근이영양증이라고 해요. ‘듀센근이영양증은 근육세포의 점진적인 소멸로, 주로 유아기에 대근육 발달 지연으로 발견되며, 10대 초반에 보행능력을 상실하고, 20대에 호흡기를 착용하며, 평균 수명이 30대에 불과한 치명적인 희귀 질환’입니다. 영유아기 때는 눈에 띄는 증상이 없다가 10대 초반 즉 초등학교 입학 후에 보행 장애가 생기기 때문에 영유아기에 발견하기는 어렵다고 해요.
D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병원 치료를 받는 중에 발열 증상이 계속되어 이런저런 검사를 받다가 듀센근이영양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꽤 이른 시기에 발견한 셈이에요. 그때부터 D는 증상 발현이 최대한 늦어지기를 바라며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고 있습니다.(스테로이드제는 치료제가 아닙니다.)
듀센근이영양증은 유전질환이라고 합니다. 모계유전 질환이며, 주로 남자아이에게 유전된다고 해요. 희한한 것은 K의 집안 남자 중 누구도 듀센근이영양증 환우는 없었습니다. 예측할 수 없던 일, 정말 벼락처럼 떨어진 일, 피할 도리 없이 그저 맞을 수밖에 없던 일이었어요.
저에게 말하지 못한 수많은 밤동안 K가 얼마나 많은 자책의 탑을 쌓아 올렸을까요. 감히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숱한 밤이었을 겁니다. 울고 원망하고 미안해하고 그러다 또 일어서고 나아가려 애썼을 K의 시간들을 떠올리면, 수많은 감정들이 와르르 쏟아져 내립니다.
현재까지 국내에는 듀센근이영양증 환아들을 위한 치료제가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유전자치료제인 "엘레비디스"가 미국 FDA의 정식승인을 얻어 사용되고 있다고 해요. 지금 같은 병에 걸린 국내 환아의 가족들은 ‘엘레비디스’가 국내에 도입되어 하루빨리 치료를 시작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얼마 전 ‘사랑이 아버님의 국토대장정’이 기사화되었습니다. 사랑이 역시 듀센근이영양증 환아이고, 사랑이 아버님은 딸의 치료비 모금을 위해 생업을 포기하고 국토대장정에 나섰습니다. 사랑이 아버님의 국토대장정으로 인해 듀센근이영양증이라는 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 이 질환에 걸린 환아들의 (현재로서는) 유일한 희망인 ‘엘레비디스’ 도입 촉구 서명 운동이 진행 중입니다.
저는 오늘 제가 아는 모든 지인들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오래 연락하지 않았던 분들께도 용기 내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로 인해 한 분의 서명이라도 더 받게 된다면, 그리하여 제가 사랑하는 K가 희망을 얻고, D가 더 오랫동안 제 둘째와 친구 사이가 될 수 있다면 무엇도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실 분들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꼭 서명 운동에 동참해 주세요. 작은 힘이라도 보태주세요. 작은 물방울이 모여 거대한 바다를 이루듯이, 여러분의 서명 하나하나가 모여 큰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믿어요. 꼭 부탁드립니다.
<하루하루 근육을 잃어가는 국내 듀센근이영양증 환아들을 위한 "엘레비디스" 도입 촉구 서명 운동>
***엘레비디스의 국내 도입을 촉구하는 본 서명운동에 동참해 주시고, 최대한 많은 분들이 참여하실 수 있도록 가족, 친지, 또는 SNS에 적극 공유해 주셔서 국내 환아들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낼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미국 FDA의 정식 승인을 얻은 듀센근이영양증 현존 유일의 유전자치료제 엘레비디스는 근본적인 디스트로핀 발현을 통한 단백질 생성이 가능하고, 많은 듀센근이영양증 환자들이 적용되는 치료제입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희귀 질환 치료제의 빠른 도입을 위해 Fast Track 등의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희귀 질환의 치료제 도입은 달걀로 바위 치기와 같다고 합니다. 환우회만의 힘으로는 이루기 힘든 일이지만, 많은 대중들이 이에 공감하시고 주변에 공유해 주셔서 힘을 보태주신다면 하루하루 근육을 잃어가는 환자들에게 최대한 빠르게 치료가 시작될 수 있도록 엘레비디스가 fast track을 통해 국내로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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