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배운 이별
이상하게 회사를 다니면서 가장 많이 배운 것은 이별이었습니다. 잘 보내는 법을, 잘 떠나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의 첫 직장은 막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이었다. 입사할 당시 열댓명 남짓한 동료들 사이에서 전우애로 똘똘뭉쳐 사업 확장을 위해 함께 고군분투를 해나갔다. 밤샘을 해나가며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고, 매 주말도 동료들과 시간을 보냈다.
항상 그 다음 스탭을 고민하며 만들어갔던 회사인만큼 모든 과정에 마음을 함께 담았다. 고작 직원 주제에 내 회사인것 마냥 그렇게 그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인지, 사랑하는 동료들이 버거운 무게를 못견디고 퇴사를 결심했던 모든 순간이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울고 웃었던 날들이 마음에 남는다. 어느덧 그 회사에는 그 시간이 함께했던 동료가 3명이 채 남지 않았다.
돈이 없어서 서러운건 회사도 마찬가지였다. 첫 직장에서 처음 동료가 퇴사한다고 했을 때,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잡을 명분이 없다는 걸 알았을 때 할 수 있는건 얼마나 그가 좋은 동료였는지, 함께해서 무엇을 배웠는지, 언젠가는 다시 함께하자는 말 뿐이었다.
언제나 이별은 있을 수 밖에 없음이 슬펐고 더 이상 함께 일할 수 없다는 것이 슬펐다. 모두가 모여 침묵속에 울었다. 할 수 있는게 없어서.
첫 사회생활을 할때는 세상이 내 마음대로 될거란 착각과 야망이 있었다. 내 답이 언제나 맞아보였고, 맞았던 것도 틀렸던 것도 있었다. 그 시간이 지나 알아버렸다. 맞아도 맞는게 아닐때가 있고 틀려도 틀린 것이 아닐 때가 있다는 것을. 다수 맞다고 할 때에는 맞고, 틀리다 할 때에는 아무리 맞는 것도 틀릴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첫 직장을 떠날 때에는 정말 많이 울었다. 무력함과 혼란 속에 빠져있었다. 첫 직장은 조직문화가 강력한 회사였지만, 일하기 좋은 회사는 아니었다. 그로 인해 많은 동료들이 떠났고 결국 알게된 것은 강력한 조직문화는 비즈니스 모델과 떼어놓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불가항력이란 것들이 정말 있었다. 선택과 결정을 하고 싶다면, 내 사업을 해야하는 것이었다. 미약한 나는 포기하기로 했다. 불평하는 자리에 있기보다 응원하는 자리로 옮겨가기로 했다.
매번 이별은 어렵고, 좌절감도 밀려오지만 이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마음을 온전히 쓰지 않고 나를 위한 여유공간을 꼭 둔다는 것이다. 씁쓸하지만, 마음을 다 주기보다는 조금만 사랑하기로 했다.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만, 내 공동체 전체를 사랑하기 위한 여유공간을 가지고 개인을 사랑하기로만 했다.
마음의 여유가 생겨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언제나 나의 첫 스타트업이 씁쓸한 쓴맛의 기억으로 스쳐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