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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개같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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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라 Sep 14. 2023

얼떨결에 권고사직을 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채용이 퇴사가 되어버린 순간. 

회사를 운영하다보니 헛웃음이 나는 일이 많습니다. 


밤 11시 전화가 왔습니다. 대표님이 기가 찬듯 헛웃음을 치며 한마디 던졌습니다. 

"엘라, 이거 맞아요? 하하" 


팀원에게도 연락이 왔습니다. 

"헐....? 엘라님...난리났는데요..." 


기분이 묘했습니다. 문제의 화살이 저를 향하고 있었거든요. 

사실 확인부터 지금 이 상황이 왜 발생했는지를 확인이 이어졌어요. 

얼떨결에 제가 오랜 직원이자 고마운 분, 회사 시니어를 해고한 것이 되었습니다. 


자초지종은 이렇습니다. 

특정 부서에 업무가 많아졌고, 새로운 인원 채용이 필요했어요. 그런데 이미 파트타임으로 시니어 팀원이 업무를 보고 있었고, 이제는 풀타임 근무자가 필요한 시점이었죠. 

여기서 중요한건 시니어 팀원은 우리와 해당 부서에서 오래 함께 했기 때문에 어떤 사람을 앞으로 뽑아야할지, 업무 분배나 현재 상황의 문제 해결 요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채용보다 더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부서장은 사람을 뽑으면 문제가 단순히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거죠. 

그리고 물어보지 않고, 시니어 팀원이 지금 업무를 호의로 해주고 있으니 회사가 여력이 되면 일을 그만해도 될거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 채용 전에 업무 협의 하고 오시고, 10월 초에 신규 직원 입사를 희망하시는거면 그 전에 상황이 정리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건 모든 과정을 시니어 팀원과 협의해주세요. 우리가 임의로 통보하지 않도록요. 그리고 서로가 만족하는 방향으로 조율을 해봅시다."

"네, 이해했고, 오늘 통화하겠습니다." 


사실 예민한 종류의 이야기보다는 업무 논의를 해오라고 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내용은 공유받으면 되니까요. 그런데 그는 이렇게 소통했습니다. 


"회사 상황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10월 초에 신규 직원을 채용할 예정인데, 9월말까지 업무하시고 쉬시면 어떨까요?" 


우리 시니어 팀원은 인생의 경험과 회사 경력이 많은 분이기에 이 말을 듣고 눈치껏 업무 정리하라는 말로 들렸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밤에, 시니어분의 동료는 경영진에게 연락을 취했습니다. 이게 사실이냐고 말이죠. 대표님은 모른다고 하니, 제가 해고한줄 알고 대표는 또 '그렇게 되었다.' 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문제는 자주 커집니다. 그래서 무엇이든 소통은 많을수록 좋습니다. 


덕분에 시니어 팀원의 집까지 찾아가 오해를 푸는 많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저는 고객에게 백번을 잘해도 내부 팀원에게 한번을 못할거라면 고객가치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이번 일에 개인적인 충격과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업무 논의가 필요해도 부서장의 역량에 리스크가 있다면 직접 소통하고, 성장이 다 된 후에야 인사관련된 업무를 맡기자 라는 깨달음도 얻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그 팀원은 조직과의 신뢰가 한순간에 부서졌을겁니다. 아마 꽤 자주 시니어는 자신의 위치가 괜찮은지 앞으로 점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회사에 고마운 분이기에 오래도록 그 삶을 책임지고 싶기도 합니다. 필요한 때에 필요한 자리에서 묵묵히 책임과 자리를 다 해줬다면 그에 대한 표현과 책임은 충분히 져야합니다. 


모두 성장 가능한 부분이 있고 아닌 부분이 있나봅니다. 

여전히 정답은 모르겠으나, 시니어 팀원은 저와 함께 회사 운영을 해나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오해가 풀린지는 알 수 없지만 다시 시간을 쌓아 문제를 푸는 것만이 방법일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정직하게 함께하는 시간은 많은 문제를 해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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