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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디 Madie Oct 06. 2024

26호. 요가, 럭셔리 하우스로 들어가다

네에에? 200만원짜리 요가클래스, 27만원짜리 요가블럭이 있다고요?

구독자님, 혹시... 기억하세요?

아무도 내 운동복에 별로 신경쓰지 않던 시절을요. 


2000년대 초반 웰빙 붐과 함께 요가가 유행하던 때가 있었죠. 그 땐 다들 집에서 입던 옷을 걸치고 요가원에 갔던 것 같아요. 소도구는 말해 뭐해요. 매트나 블럭 모두 공용 공간에 있는 걸 사용했죠. 집에 나뒹구는 오래된 티셔츠 하나로 모든 운동을 다 퉁칠 수 있었던 가성비 좋은 시절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다르죠.


시대가 변하면서 나의 운동과 건강을 위해 쓸 수 있는 심리적인 예산이 크게 증가했거든요. 그래서 요가복을 비롯한 전세계 스포츠 시장은 급성장과 더불어 치열한 전쟁을 치르는 중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럭셔리 브랜드들도 이 게임에 출사표를 던지고 뛰어들었어요. 오늘은 럭셔리 브랜드에서 내놓고 있는 요가 아이템, 그리고 요가에서 부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 Hermes
이 글은 8월 29일 요가레터에서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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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과 스레드에서도 만나요 @theyogacurator



럭셔리 브랜드 속 요가 

최근 인스타그램 스크롤을 내리다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한 이벤트를 봤어요. 멋지게 솟아오른 산을 배경으로 초록 잔디에 복숭아빛 트왈드주이 요가매트가 가득 깔려 있었죠. 


이 행사의 주최자는 바로 크리스챤 디올이었습니다.

ⓒ Coco Bassey


저는 디올 뷰티하면 립스틱 같은 색조화장만 생각했는데, 요가매트라니? 왜 디올에서 요가매트를 팔기 시작했을까요? 흥미로운 변화라고 생각해서 요가매트 사진을 스레드에 공유해보았는데요. 


좋아요 수도 대단했지만 정말 많은 댓글이 달렸습니다. 

"예쁘다, 가지고 싶다, 모셔둬야 할 것 같다" 부터 "근데 이게 요가의 철학에 부합하나? 환경호르몬 나오는 거 아냐?"하는 요가와 사치품의 만남을 바라보는 회의적인 시선까지 반응은 각양각색이었습니다. 하지만 높은 조회수와 좋아요, 빠르게 달리는 댓글은 우리가 모두 본능적으로 이런 고가의 물품에 좋든 싫든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지요.


그래서 오늘은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럭셔리 브랜드 5곳의 요가템들을 같이 구경해보려고 합니다 (구경은 공짜니까요ㅎ)  어떤 브랜드에서 웰니스를 사랑하는 고객을 모셔가려 하고 있을까요? 


1. 디올 리비에라 요가매트 & 웰니스 크루즈 


디올은 프랑스 전통 린넨 패턴인 트왈드주이가 인쇄된 130만원짜리 요가매트를 내놓았어요. 스파 크루즈 컬렉션의 일환으로 작년에는 짙은 파란색, 올해는 코랄색과 아쿠아마린 색을 선보였는데요. 사실 이 매트도 매트지만, 제 눈을 사로잡았던 건 따로 있었어요. 

ⓒ Dior


바로 이 디올 매트를 깔고 진행하는 야외 리트릿입니다. 

디올은 작년부터 여름마다 파리 센강에 웰니스 크루즈를 띄우고 있는데요. 파리의 풍경과 미식이라는 어드밴티지를 백분 살린 이 크루즈 리트릿은, 선상에서 운동하고, 잠시 스킨 케어를 받고, 프렌치 파인다이닝까지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이예요. 


ⓒ Dior

1시간 요가 후 1시간 미식을 즐기는 프로그램이 2인 기준 약 190만원 (1300유로)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론칭하며 웰니스 전문가로 3명의 영국 여성을 선정한걸로 보아 일단 타겟은 미국과 유럽의 부유층인것 같은데요. 꼭 디올이 아니더라도 센강 크루즈를 타며 요가를 한다면 정말 평생 못잊을 추억이 될 것 같긴 하죠?



2. 루이비통 모노그램 요가매트


루이비통도 질 수 없죠. 모노그램을 요가매트에 인쇄했습니다. 

ⓒ Louis Vuitton


이 요가매트는 금장 체인, 소가죽으로 된 스트랩에 카드지갑까지 달려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가격이 1,700 유로(250만원)에 달해요.

그런데 이 매트는 출시되자마자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꽤 안좋은 쪽으로요. 요가매트에 소가죽이 쓰였기 때문이예요. 인도 힌두교협회에서는 공식 성명을 내 크게 반발했다고 합니다.

이런 논란 때문일까요? 홈페이지 상에서 이 매트는 품절되어 더이상 구할 수 없다고 합니다. 


3. 에르메스 요가복


룰루레몬 별명이 '요가복 계의 샤넬, 요가복 계의 에르메스' 아니던가요? 

ⓒ Hermes


그런데 바로 그 에르메스에서 요가복을 냈습니다. 짧은 레깅스는 77만원, 긴 레깅스는 130만원, 그리고 점프수트는 200만원에 달해요. 룰루레몬 베스트셀러 얼라인의 정가가 13만원 정도 하니까 딱 룰루레몬 10배의 가격이 책정되어 있네요. 

에르메스 스카프를 들고 하는 요가(?) ⓒ Hermes


에르메스는 2021년부터 Hermes Fit 이라는 이름으로 브랜드 제품과 움직임을 결합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어요. 상징적인 에르메스 오렌지 색이 가득한 팝업 짐은 전세계를 순회하며 열렸다고 합니다. 평범한 벨트 대신 에르메스 실크스카프와 벨트로 몸을 늘린다라... 어... 저는 못할 것 같은데요, 신박하긴 하지요?  


4. 셀린느 요가매트 & 요가블럭


고무로 만들어진 디올과 루이비통의 매트와 달리, 셀린느에서는 코르크로 매트를 만들었어요. 그래서(?) 가격은 생각보다 조금 더 비싸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 Celine


매트는 150만원, 요가 블럭은 27만원이라네요. 셀린은 요가매트 말고도 엄청나게 화려한 필라테스 리포머도 출시했는데요. 가격은 여기서 확인해보세요.. �

ⓒ Celine



5. 생로랑 요가볼


이 생로랑 요가볼은 9만 5천원입니다. 위의 어마어마한 제품들을 보다보니 10만원도 안하는 이 제품이 갑자기 착하게 느껴지는 매직, 저만 느끼는 건 아니죠? 

ⓒ Saint Laurent




황금알을 낳는 웰니스라는 거위 


명품 브랜드들은 왜 이런 요가 제품을 출시하고 리트릿과 팝업 이벤트를 여는 걸까요?

이 모든 건 웰니스 시장이 쑥쑥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웰니스 시장은 1조 5,000억 달러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요, 연간 성장률은 5~10% 에 달할 걸로 예상된대요. 한화로는 무려 1500조입니다.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이 650조 정도니까 어마어마한 수치죠. 

웰니스의 여섯 키워드: 건강, 피트니스, 영양, 외모, 수면, 마음챙김 ⓒ McKinsey & Company


개인 관리 및 뷰티 시장은 2030년까지 럭셔리 패션하우스의 패션 산업의 성장률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 럭셔리 브랜드에서는 마음챙김과 피트니스를 아우르는 요가가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지갑을 여는 키워드가 된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돈과 부를 바라보는 요가의 관점


그런데, 요가를 수련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고가의 요가제품을 향한 양가 감정이 들어요. 


왠지 요가 수련자는 이런 사치스러운 물건을 탐하면 안될 것 같은데, 요가 아이템이라고 하니 관심이 가고 궁금하긴 하니까요. 나의 수련과 나의 물욕 사이 그 적정선은 어디 있는 걸까요? 


의외로 요가에서는 수련자에게 청빈함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요가는 극단을 피하고 중도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는 재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거든요. 요가에서는 지나친 빈곤이나 과도한 사치 모두 바람직하지 않으며, 적절한 풍요를 누리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봅니다.

돈과 부를 어떤 물질로 보기보다는 역시 잘 다루어야 할 하나의 "에너지"의 형태로 볼 뿐이죠. 


야마 편에서 소개된 '아파리그라하(Aparigraha)'도 생각해볼 수 있어요.


아파리그라하는 모든 물질적 소유를 거부하라는 뜻이 아니라, 필요 이상으로 소유하려는 욕심을 내려놓으라고 말합니다. 그러니 수련자는 물질적 소유가 마음의 평화를 방해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할 뿐입니다.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상대적이거든요. 

우리는 앞서 소개된 제품들에 대해 "이런 비싼 것을 누가 사나? 이것이 요가의 진정한 의미인가? 요가가 너무 상업적으로 변질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가 즐기고 있는 요가 인프라를 한 번 생각해보세요. 

ⓒ Pure Yoga

대부분 깨끗한 내부에, 매트가 제공되는 요가원에 다니고 계실 겁니다. 한 장에 10만원이 넘어간다고 비판 받았던 룰루레몬 레깅스를 입고, 50만원이 넘는 애플워치를 차고 기록하며 수련하는 사람들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 않나요? 이런 광경은 이제 비단 미국 뉴욕 뿐만 아니라 싱가폴, 도쿄, 상하이, 서울, 파리, 런던 세계 어느 대도시에서나 꽤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되었죠.


하지만 우리에겐 일상적인 이 모든 것에 대해서도, 누군가는 "이것이 진정한 요가인가?" 라고 되물을 수 있는 것입니다. 


Because They Can 

제 기준에서 이해가 안 가는 소비를 볼 때 스스로 되뇌는 문구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요가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신 "because they can" 이라는 말입니다.

'그 사람들은 그렇게 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한다)'


이 단순한 문장은 저의 시기심과 맹목적인 비판적인 시각을 배제하고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물론 비윤리적인 소비 행태에는 당연히 목소리를 내야하겠지만요. 타인을 해치지 않는 한, 다른 사람의 소비에 대해 내가 굳이 가타부타 가치판단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부자들은 한 끼에 8888위안(약 170만원)하는 식사가 행운을 상징한다며 코스 요리를 즐기고, 중동의 어떤 부자들은 포르쉐를 좋아해 차로 무지개빛 컬렉션을 만들기도 합니다. 어떤 이는 월급을 탈탈 털어 빛나는 보석 한 알을 사기도 해요. 우리는 큰 돈을 들여 요가 워크샵을 듣기도 하죠.


"Because they can."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고 각자의 여정을 존중하게 됩니다. 다른 이의 선택과 행동에 대해 섣불리 비난하지 않는 아힘사를 실천할 수 있지요. 


좋은 유물론 


아름다운 제품, 양질의 제품이 우리 삶에 주는 분명한 기쁨이 있습니다.


저는 할라사나를 할 때도 배를 잘 잡아주는 레깅스에서,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 다운독을 하는데도 손이 미끌리지 않는 매트에서 그러한 기쁨을 느낍니다. 긴 물병이 쏙 들어가는 작고 가벼운 크로스백도요. 누군가는 오늘 소개한 럭셔리 브랜드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사용의 기쁨을 누릴테지요.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우리가 습관적으로 소비하는 물질의 좋고 나쁨이 우리의 지적 기반, 그리고 영혼의 성장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말하는데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니체는 때때로 물질이 영혼의 성장에 도움을 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좋은 유물론' 이라는 중요한 가능성에 주목했다. 유물론은 우리가 끌리는 (그리고 구매해서 소유하고 소모하고 싶어하는) 육체적이고 세속적이며, 육감적인 무언가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심리적 견해를 담는 그릇이자 홍보대사 역할을 할 때 제대로 작동한다. / 알랭 드 보통 『사유식탁』


오늘 레터 요약 & 마디의 한 마디


1. 바야흐로 웰니스가 팔리는 시대, 럭셔리 브랜드들이 속속 고가의 요가 아이템을 내놓으면서 요가는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어요. 

2. 요가에서는 극단적인 빈곤이나 사치 모두를 지양하며, 적절한 풍요와 균형을 추구합니다. 

3. 모든 것은 상대적이에요,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타인의 선택과 소비를 판단하지 않는 습관을 길러요.


요가와 럭셔리의 만남, 어떠셨나요? 화려한 요가 아이템들, 구경하는 재미가 좀 있으셨나요? 민감하다면 민감할 수 있는 이런 주제는 오히려 파고들다보면 우리가 요가 수련자로써 어떻게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성장을 조화롭게 추구할 수 있을지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는 것 같아요.

럭셔리한 요가 매트 위에서도, 소박한 방바닥 위에서도, 그 어디라도 요가를 사랑하는 우리의 호흡과 마음은 같은 리듬으로 흐른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8월 29일 요가레터에서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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