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년의 아쉬탕가 생애 그리고 그가 남긴 메세지
안녕하세요.
지난 주 초, 미국에서 날아온 소식으로 전 세계 아쉬탕가 요가인들은 깊은 슬픔에 빠졌습니다.
전세계 아쉬탕가 요가 전통의 계승자 그리고 지도자, 샤랏 조이스 선생님께서 등산 도중 급성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는 소식 때문이었죠. 향년 53세, 아직 젊은 나이인데다 평소처럼 해외 교육일정을 소화하다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었기에 그 충격은 더욱 컸습니다.
오늘은 R. 샤랏 조이스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샤랏 조이스는 1971년, 인도 마이솔에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몸이 꽤 약했어요. 4살부터 단핵구증으로 고생했고 11살엔 몇 달간 침상에 누워 류마티스열을 앓았다고 합니다. 13살 땐 탈장으로 관절과 심장이 안좋아졌고요. 7살 때부터 조금씩 아사나를 수련하긴 했지만, 할아버지 파타비 조이스의 아쉬탕가 요가연구소를 제대로 조력하기 시작한 건 스무 살이 다 되어서였습니다.
꼬마 시절, 제 친구들은 거리에서 크리켓을 치는데 저는 요가를 해야했어요. 그래서 샬라에서 아사나를 두어개 하고 나서는 작은 문으로 몰래 나가서 크리켓을 치기 일쑤였습니다. 할아버지가 저를 찾으러 오시면 한참 숨어 있다가 나중에 나와서 크리켓을 마저 치곤 했죠. 샤랏 조이스
1990년, 19살의 샤랏은 할아버지의 샬라로 향합니다. 처음에는 어머니의 권유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아쉬탕가는 그의 마음가짐을 곧 바꿔놓았어요. 매주 6일 수련하며 스스로 변하게 되었다고 해요. 진지하고 열성적으로 임하게 됐습니다. 인터뷰에 따르면, 그 당시만 해도 마이솔로 직접 찾아오는 학생 수는 20-25명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아쉬탕가 요가를 수련하자 에너지가 바뀌고 제 마음도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어렸을 땐 화도 잘 내고, 충동적이었는데 아주 천천히 제 안에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1998년 이후 마이솔을 찾는 학생들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정이 약간 지난 시간 일어나 개인수련을 하고, 새벽 4시부터 이어지는 수업에 참여해 할아버지 바로 옆에서 수련 보조로 일했습니다. 그렇게 그의 두 번째 20년이 흘러갔습니다.
그 사이 샤랏은 아쉬탕가 요가의 마지막 단계인 6번째 시리즈를 마친 유일한 수련자가 되었습니다. 할아버지와 손자 조이스는 1년에 몇 달은 마이솔로 밀려드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나머지 시간 동안에는 전 세계 도시를 돌며 워크숍을 진행했어요. 마돈나, 기네스 팰트로와 같은 유명인들도 있었습니다.
2009년, 파타비 조이스가 세상을 떠나면서 샤랏은 공식적으로 아쉬탕가 요가의 승계자가 되었습니다. 이제 아쉬탕가 요가의 미래가 그의 어깨에 달려있게 되었습니다.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10년간 할아버지의 아쉬탕가 연구소 운영을 이어가던 샤랏에게 위기가 닥쳐요. 2018년 할아버지를 둘러싼 일련의 #metoo 스캔들 이 터진 것입니다.
곧 할아버지의 이름을 단 연구소를 걸어나와 자신의 이름을 딴 아쉬탕가 요가센터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독립적으로 제자들을 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큰 파동이 있었지만 아쉬탕가 요가의 인기는 여전히 건재했고, 400여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그의 센터 SYC에는 매년 5,000건 이상의 지원서가 쏟아졌습니다.
샤랏의 눈동자 속엔, 사나움과 연민이 동시에 비칩니다. 그의 지도 하에 수련하는 것은 엄격함과 기쁨 사이 그 경계선을 걷는 것과 같아요. 샤랏 조이스는 아쉬탕가 요가라는 정신적인 배의 선장입니다. 그렇기에 샤랏은 가족, 학생, 그리고 수련에 헌신합니다. 새벽 4시부터 12시 30분까지 이어지는 티칭 전에 개인 수련을 마치기 위해 밤 12시 45분에 일어나지요. 제가 대체 언제 자느냐고물으면 그는 이렇게 농담을 하곤 했어요. "죽으면 그 때 자지 뭐"
키노 맥그레거, 요가 다이제스트 2016
물론, 그를 둘러싼 부정적인 평가도 없지 않습니다.
스캔들 당시 미온적인 태도를 취했던 것이나 비싼 투어 티켓이 대표적입니다. 아쉬탕가 요가에서 유독 자주 발생하는 부상 이슈, 강박적인 스케줄, '공인과 계보'라는 아쉬탕가 요가시스템 자체에 대한 의심의 화살도 온전히 그에게로 향했지요.
이런 가운데, 그의 부재로 인한 아쉬탕가 요가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샤랏은 평소에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며 야생동물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다고 해요. 그래서 해외 워크숍 일정에는 자주 숲이나 바다 걷기나 등산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그가 세상을 떠난 곳이 자연 속이었다는 사실이 그가 늘 강조한 '자연스러운 순환'의 한 부분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샤랏 선생님에 대해 잘 모르는 걸 말씀 드릴까요. 제가 마이솔에서 수련할 때 참 좋아했던 게 있어요. 아침이 되면, 스쿨버스 하나가 샬라 앞에 도착합니다. 선생님의 아들이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면 선생님은 저희를 가르치다 말고 잠시 나가세요. 계단 위에 서서 큰 미소를 짓고 손을 흔들며 오늘도 학교에서 좋은 하루 보내라고 한 뒤 다시 저희를 가르치러 돌아오시는 거죠. 저는 그가 아빠라는 사실과, 야생동물과 자연에 대한 경외감에 대해 얘기할 때 그의 눈이 빛나는 방식이 참 좋습니다.
페그 멀퀸, 아쉬탕가 디스패치
샤랏 조이스 선생님의 생전 인터뷰 문답을 몇 가지 모아 공유하며 오늘 레터를 마무리합니다.
네, 확실히 과정일 뿐입니다. 그 말은, 당신이 당신의 생각을 관찰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것은 당신이 아사나 수행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뜻이기에 좋은 일입니다. 둥둥 떠다니는 것들, 불필요한 것들은 당신의 마음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아사나 수행에 더 집중합니다. 그래서 당신은 그 모든 불필요한 것들로부터 분리됩니다.
(파탄잘리 요가수트라에서) 요가스 치타 브리티 니로다하라고 말할 때, 그것은 당신의 마음이 여기저기, 여기저기, 끊임없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모든 불필요한 생각을 없애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수행은 하나입니다. 당신은 당신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모든 게 거기서 일어나는 과정인 거예요.
모든 사람이 행복과 평화를 원합니다. 모든 사람이 이 삶을 즐기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이 삶을 정말로 즐기고 싶다면,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합니다. 더 활동적이면서도 더 차분해야 하지요. 이런 것들을 어떻게 얻느냐? 아사나를 연습하고 프라나야마를 연습하면 얻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요가를 수련해야하는 이유입니다.
요가에는 언어가 없습니다. 샬라에서 수백명의 학생이 수련할 때 딱 한 가지 공통된 것은, 수련 뿐입니다. 모두 같은 수련, 같은 아사나를 하고 있고, 심지어 그것이 어떤 아사나인지, 몇 번째 빈야사인지도 알고 있습니다. 같은 아사나를 같은 순서로 행하는 것이 많은 평화를 가져다주는 언어입니다. 이런 각자의 에너지들이 섞이고 섞여 하나의 거대한 에너지체를 생성합니다.
수련, 그것이 우리가 나누는 유일한 언어입니다.
여행은 나에 관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을 가르치고 사람들에게 방법을 이해시키기 위한 것이며, 그 여행 동안 나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요가를 전파하는 봉사에 헌신할 뿐입니다.
저는 모든 사람이 마이솔에 올 수는 없고 일부는 직장을 떠날 수 없으며 가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또 마이솔에 오기 위해 지원하는 모든 학생들을 다 받을 수도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여행은 제가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요가를 가르치고, 요가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방법입니다. 마이솔에서는 조금 더 1:1 스타일이지만, 동일한 아쉬탕가 요가이고 장소가 다를 뿐입니다.
요가 수련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줍니다. 요가는 삶과 웰빙을 위한 것이며 나를 더욱 차분하게 만들어줍니다. 인생에는 마음을 산만하게 만드는 다양한 색깔로 인한 우여곡절이 많습니다.
요가와 사다나는 마음을 안정시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이 안정되면 내면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당신은 모든 상황을 좋은 방식으로 처리하고 적절한 결정을 내릴 것입니다.
말 그대로요, 요가가 전부라는 뜻입니다. 요가가 슈퍼스타이지 제가 슈퍼스타가 아니예요. 아시다시피 요가는 모든 사람보다 더 크기 때문입니다. (...)
요즘은 모든 사람이 '나, 나, 나'를 외치지요. 하지만 당신이 지구에서 100피트 올라가면 아무도 당신을 볼 수 없습니다. 우주에서 당신은 안보여요. 대신 깨닫게 되죠. 아! 나보다 큰 존재가 있구나. 그것이 우리가 인도철학에서 파라마트마 Paramatma, 최고의 영혼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당신은 그 안에서 매우 작은 영혼이고요. 다만 우리가 열심히 수련하면, 우리는 그의 일부가 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늙고, 모든 사람이 죽고, 이 몸을 살고, 다시 태어납니다. 이것이 삶의 순환입니다. 인도에서는, 푸나라피 자나남, 푸나라피 마라남이라고 하지요. 태어나고 죽습니다. 또 태어나고 또 죽지요. 요기들은 이 순환에 갇히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목샤를 얻기 위해 수련합니다.
샤랏 조이스, 2017년 인터뷰
저는 아쉬탕가 수련생은 아닙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른 채 요가 수업에 처음으로 등록하던 날, 퇴근 후 유독 우울하던 날, 꽃향을 맡으며 타국에서 수련하던 날, 아쉬탕가의 변함 없는 순서와 호흡 안에서 위로와 기쁨을 얻었던 한 사람으로써, 지혜가 전해지는 모든 통로에 서 계셨던 선생님들께 감사할 뿐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쉬탕가 요가를 수련하시는 많은 선생님과 수련생 분들께 깊은 위로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