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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류 Dec 15. 2023

좋아하는 마음을 원동력으로 삼는 사람들

사랑이란 무엇일까

음,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급작스럽게 말해보자면, 팬미팅에 다녀왔다.

그리고 그것이 내 첫 오프 활동(오프라인에서의 활동)이었다.



내가 ‘덕질’하는 분야는 일반적인 것이 아니다. 누군가는 아이돌, 누군가는 배우, 또 누군가는 애니메이션이나 그의 목소리를 맡는 성우 등 여러 분야를 좋아하겠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단연코 매니악한 것을 덕질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이런 것을 좋아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을 때,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반문하는 경험을 해왔다.

‘뭐? 다시 한번 이야기해 봐. 그게 뭐야?’

그렇기에 나는 대충 ‘뭐... 이것저것 좋아하고 있어요.’라고 둘러대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자면, 내가 좋아하는 것은 일반적인 분야의 것이 아니다.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것은 그 일반적이지 않은 분야 내에서도 인기가 그다지 없는 탓에, 팬미팅이 열린다는 소식에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와... 이게 되네.’

이것이 팬미팅 소식을 접한 나의 첫 감상이었다. 아마 팬미팅이 열리기까지도 매우 어려운 여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 상황들을 직접 옆에서 접했던 것은 아니지만, 나 또한 쉬운 길을 걸어온 것은 아니기에 그렇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팬과 좋아하는 대상은 보통 한 몸이 아니던가. (아닌가? 나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일단 팬인 내 입장에서는 팬미팅 당첨이 쉬워 좋았다. 다른 분야의 팬미팅이 과장 조금 보태서 하늘의 별 따기인 것을 생각하면 나의 경우는 정수기에서 생수 뜨기 정도로 쉬웠다. 마음만 먹으면 그 자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러기에도 약간의 운이 작용해야 했지만, 나는 어째서인지 내가 팬미팅에 갈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놀랍게도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어서였을까? 팬미팅 당첨 소식에는 매우 덤덤했던 것 같다, 나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그 감정을 자각하고 나서는 내가 이 분야에 애착이 있는 것인가 의심하게 될 정도로 나의 당첨 소식이 당연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팬미팅에 다녀오고, 모든 것을 정산하고 나서 보니 아니었던 것 같다. 난 그저 모든 것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 같다. 나의 떨림과 큰 애정까지 전부 다.


팬미팅 전날, 나는 매우 분주했다. 공지된 것이 있었기에 그 공지를 따르기 위해 최대한 신경을 썼다. 내가 만든 비공식 굿즈부터, 공식으로 나온 굿즈까지 전부 챙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생전 껴보지도 않던 렌즈를 껴보겠다고 렌즈 가게에 가서 렌즈를 구입하고, 마스크로 가려 잘 보이지도 않을 텐데 예뻐 보이겠다고 미리 어떤 화장을 할 것인지 연습하기도 했다. 당일 쓸 화장품을 미리 꺼내 둔 다음은 스타일링이었다. 어떤 옷을 입고 갈지 미리 꺼내 주름을 잘 펴고, 걸어놓기까지 했다. 평소에는 그저 전날 입고 나서 정리해두지 않은 옷들을 주워 입고 나서는 통에 준비시간이 10분도 걸리지 않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상황이었다. 아마 이런 준비에만 1시간을 넘게 소요한 것 같다.


당일은 더욱 분주했다. 안 좋은 시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안경조차 빼먹는 일이 빈번하던 나는 아침 일찍부터 렌즈를 세척하고, 오랜 시간을 들여 착용했다.

심지어 하루에 12시간은 우습게 잠을 자던 나는 잠을 오랫동안 이루지 못했고, 결국 새벽에 나가야 하는 스케줄에 ‘불면’의 상태로 임했다. 나는 자각하지 못했지만 아마 나는 설레했던 것 같다.


팬미팅은 즐거웠다. 즐거웠기에 짧게 느껴졌고, 그렇기에 아쉬움도 많이 남았다.

좋아하는 마음을 원료로 하는 행동들이란 무엇일까. 직접적으로 보답받지 못하는데도 우리는 큰돈을 들여 무언가를 만들고, 긴 시간을 사용하여 그들을 보고, 심지어 하릴없이 기다리기만 하는 시간도 감수한다.

누군가는 이것을 사랑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 이 감정은 단순 애정이라 부르기에는 무겁지만, 사랑이라기에는 너무나도 건조하다. 나는 그저 정을 가진다고 하지만, 그들을 사랑한다는 이들과 나의 행동은 별 다를 바가 없다.

연인 한 번 제대로 사귀어 보지 못한 사람이기에 이것을 사랑이라 깨닫지 못하는 것일까? 그렇다기에는 내가 상상하던 사랑과 이 감정이 가지는 거리감은 상당한 것으로 느껴진다.

단순히 ‘관심이 있다’ 말하기에는 내가 허용하던 한계치를 넘은 것만 같다. 무언가에 가지는 흥미가 길어 봐야 반년을 넘기지 못하던 내가 1년을 넘게 같은 것을 바라보고 있으니 말이다.


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오래 좋아하고 싶고, 그렇기에 불안해한다. 그래서 거리를 두고 싶어 하지만 이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웃고 울고를 반복한다. 이들이 보지 못하더라도 나는 묵묵히 이들을 좋아한다는 것을 티 내며 살아가고, 실제로 이들에 의해 나의 기분이 나아질 때도 있다.

어쩌면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은 마냥 동화 같고 일관적이거나 단일한 감정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사랑도 마찬가지일 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사랑을 하는 사람은 희생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리고 인간은 사랑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 그렇다면 희생은 역시 인간의 본질적인 태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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