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정말 대충 해도 될까?
#1 대충의 미학, 휴리스틱
우리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서부터 수많은 선택을 강요받는다. 조금 더 잘 것인지, 아침은 먹을 것인지, 샤워를 할 것인지, 머리만 감을 것인지, 옷은 무슨 옷을 입으며,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할 것인지 등등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한다. 이러한 것들 모두 하나하나 신중하게 결정한다면 과부하가 생길지 모른다.
인간은 두뇌를 무한정 사용할 수 없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경우라면 뇌의 사고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상당수의 사람들은 생각하고 판단하는 데 있어 과도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을 꺼려한다. 무언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고 고민해야 되지만 모든 상황에 적용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는 늘 제한된 정보와 시간의 제약으로 인해 이상적인 답을 찾기보다 현실적인 답을 찾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시행착오와 같은 과거 경험이나 특정 지식에 의존해 빠르게 판단하게 된다. 이를 '휴리스틱(heuristics)'이라 한다. 더 나아가 우리는 행동에 특정 루틴(routine)을 만들어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을 최소화한다.
이러한 휴리스틱을 잘 활용하여 의사결정을 한다면 우리는 시간을 단축시키고 효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된다. 진화심리학의 측면에서 휴리스틱은 복잡한 일상을 살기 위한 생존전략이라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휴리스틱에 너무 의존하게 되면 비합리적인 결정과 편견을 낳게 된다. 최근에 발생한 사례만을 가지고 어떤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판단하거나 가까운 지인의 사례로만 전체를 미루어 짐작한다거나 상황과 전혀 관련 없는 즉각적인 감정을 개입해 결정하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주식투자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당연히 주식투자를 할 때에도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강요받는다.
주식 투자할 때 어떤 선택과 고려사항들이 있을까? 이를 가볍게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지금 글로벌 경기가 호황일까? 무슨 지표를 봐야 할까? GDP? 주택 가격 지수? BDI? 실업률?
어떤 자산에 투자해야 할까? 주식? 채권? 부동산? 금? 비트코인? 달러? 원유?
국내 주식에 투자한다면 그 이유는 뭘까? 저렴해서? 상승 추세라서? 환율이 우호적이라서?
무슨 종목을 사야 할까? 매수 근거는 확실한가?
그 종목의 재무적 위험성은 없는가?
언제 사야 하나? 얼마나 사야 하나? 얼마나 보유해야 하나?
한 종목만 살 것인가? 여러 종목을 살 것인가?
여러 종목을 산다면 몇 종목이나 보유할 것인가?
종목 간의 비율은 어떻게 할 것인가?
언제 팔 것인가? 목표 수익률을 정할 것인가?
주가 하락 시 손절을 할 것인가? 추가 매수를 할 것인가?
주식투자를 하게 된다면 우리는 일상에서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게다가 이런 고민들이 전부 돈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그 또한 스트레스이다. 자연스럽게 고민하는 것을 포기하고 무언가에 의존하게 된다. 그로 인해 1달 만에 100% 수익률, 원금 보장되는 투자상품, AI 자동매매 시스템 등에 쉽게 유혹된다. 그 결과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피해 사례들이 속출하게 된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우리가 어려운 주식투자를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할까?
사실 좋은 투자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투자의사결정 과정에서 최대한 많은 것들을 고려하고 고민하고 선택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직장도 다녀야 하고, 여가 생활도 즐기고 휴식도 취해야 한다. 그 밖에도 살면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여기에 투자에 대한 부분까지 얹게 된다면 나의 행복을 위해 하는 투자가 자칫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 특히 30대 전후 사회 초년생의 경우 이 시기에 주식투자에 집중하다가 자신이 커리어적으로 성장해야 하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삶의 질과 행복을 위해 '대충' 투자하는 건 어떨까. 정확히는 우선순위 투자이다. 수많은 고려사항과 선택들 중에서 중요한 순서대로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중요한 요소들을 하나씩 살펴보고, 본인에게 맞는 투자 방법을 찾는 것이 이 책의 주요한 목적이다. 여러분의 투자와 삶의 균형점을 위해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