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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랑관장 Jul 16. 2018

조막만 한 가슴으로 산다

지각이 무슨 대수라고

"헉, 개망"이라는 소리에 눈을 뜬다. 동생이었다. 낮고 절망적인 목소리는 강렬하고 날카롭다. 동시에 나는 웃음이 터졌다. 온 사위가 컴컴했다. 시계를 보니 아침 7시 15분이었다. 보통 그 시각이면 동생은 회사에 가 있어야 한다. 늘 새벽 5시 반 경에 집을 떠났는데 7시가 넘었으니 녀석의 깊은 탄식에는 과함이 없다. 동생이 내는 모든 소리가 질주 중이었다. 특히 소변보는 소리는 '어어 저러다 다 튀겠다' 싶을 만큼 급하고 반동적이었다. 여지없이 웃음이 터졌다. 녀석의 짧은 머리에는 새가, 그것도 여러 마리 둥지를 틀었다. 그걸 보자 또 웃음이 터진다. 어제 입은 옷을 그대로 입고 널브러진 가방을 훌쩍 둘러메고는 7시 22분 현관문을 나갔다. 정확히 7분 걸렸다. 고로 나는 7분 동안 실컷 웃었다. 다시 집이 고요하다. 평소 천연덕스럽고 게으른 녀석이 직장이란 걸 가지겠다고 무지 애쓴다. 겨우 지각 좀 했다고 덜컥한 그 마음이 짠하다. 침대에 누워 '지각 그게 뭐 그리 대수라고, 괜찮아'라는 말은 1도 안도가 돼주지 않을 성싶어 " 걍 상사에게 연락해서 죄송하다 해"라고 했다. 부디 회사는 좀 알길. 이렇게들 조막만 한 가슴으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는 걸. 고생이 만타. 내 동생. 회사 가면 머리에 물 묻히는 거 잊지 마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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