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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낭소리 Nov 13. 2019

[다낭소리] 서로를 바라보는 눈

 서로를 바라보는 눈

 베트남에 여행 온 한국 사람들은 베트남 사람들이 돈 걱정 없이 사는 것 같아 부럽다고 한다. 우리 학생들은 한국 사람들이 단순하게 사는 것 같아 부럽다고 한다. 베트남에서는 졸업하자마자 취업해야 하는데 한국 사람들은 여행도 하고 일하다 그만두기도 하며 여유롭게 산다는 것이다.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쩌면 이렇게 같을까 싶다. 이들은 알까? 한국 청년들이 취업난에 시달리며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하루에도 몇 명씩 자살한다는 것을. 해외는커녕 하루 이틀 휴가 쓰는 것도 민망해하며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베트남 사람들이 투잡 쓰리잡을 뛰며 생계를 유지한다는 것을. 더운 날에도 외식비가 아까워 꼬박꼬박 집에 돌아가 불 앞에서 밥 지어 먹는다는 것을.  


 물론 지금도 베트남 사람들은 밤마다 술잔을 기울인다. 그리고 아침이면 카페로 향한다. 신기한 건 대부분이 남성이라는 것이다. 그 시간에 여자들은 시장이며 거리에 나가 일하다가 밥 때가 되면 집에 돌아가서 상을 차린다. 베트남에서도 여성들이 육아와 집안일을 전담하고 일도 더 많이 한다. 다행인 건 최근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부임 초에는 나도 몰랐다. 도대체 언제 일하는 건가 싶을 만큼 늦게까지 노래하고 술 마시는 사람들을 보며 참 걱정 없이 산다고 부러워했었다. 정작 내 주위에는 그런 사람들이 없다. 대신 월급이 깎여 고민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물건 팔러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보인다. 식비를 줄이기 위해 좁은 자취방에서 요리하고 냉장고가 없어 날마다 장을 보러 가야 하는 수고로움, 도시 물가를 걱정해 시골에서 쌀과 반찬을 보내는 부모, 그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밤 11시, 12시까지 고된 아르바이트하는 자녀. 우리 학생들과 그 가족들의 삶이다.


 그런 반면 베트남 커피는 믿을 수 없다며 스타벅스에 가고 수입한 유기농 식품만 먹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학생들은 최신 휴대폰을 사용하고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러 해외에 간다. 이 아이러니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학생들과 대화하다 내리는 결론은 늘 똑같다. 부자는 한국에도 있고 베트남에도 있다. 돈은 한국 사람도 없고 베트남 사람도 없다. 그러니 사람 사는 건 어디나 비슷하다는 것. 


 최근엔 베트남과 한국이 같은 노선을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단 먹고 보자고, 인생은 한 번 뿐이니 즐기며 살자고 말한다. 생필품 살 때는 가성비를 꼼꼼히 따지면서도 요즘 유행하는 건 다 사려고 한다. 돈 없다 노래를 부르면서도 월급만 들어오면 옷과 화장품을 산다. 그걸 사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런 주제로 학생들과 토론한 적이 있다. 한 학생이 ‘고생한 나에게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요새 베트남 2,30대는 저축하지 않는다는 기사가 나왔다. 부모님 세대는 돈을 아껴 집을 지었지만 그 자녀들은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것을 택한다. 부담을 내려놓는 대신 결혼 후에도 독립하지 못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다. 그 돈으로 밥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고 sns에 올라온 핫 플레이스를 방문한다. 물론 미래를 생각해 열심히 저축하는 청년들도 많을 것이다. 시간 낭비라며 sns를 일체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하나가 모두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보고 들은 현상만으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새로운 사고방식을 가진 세대가 늘어남에 따라 베트남도 많이 바뀔 거라 생각된다. 점점 닮아가는 한국과 베트남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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