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오게 될까?
베트남에 다시 돌아올 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글쎄, 아직은 모를 일이다.
활동 국가에 대한 단원들의 평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너무 좋아 재방문을 다짐하거나 그 쪽으로는 침도 안 뱉겠다며 치를 떠는 경우. 누구는 정이든 도움이든 받은 것이 너무 많아서 한 번쯤 다시 가고 싶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방문하기 어려운 곳이기 때문에 더 가고 싶고 힘들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그립다고도 한다. 현지 사람들에게 너무 데여서, 2년 동안 징글징글하게 속고 싸우며 지냈기 때문에 두 번 다시는 안 가겠다는 사람도 있다. 나는 어떨까?
전에 봉사단원들의 수기집을 읽으며 이해하지 못한 말이 있었다. ‘주러 왔지만 받고만 갑니다.’
아이고, 서로 주고받은 거지 뭘 또 받기만 해. 지나친 겸손이라고 생각했다.
겸손하지 못한 나는 내가 줄 수 있는 건 다 주고 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큰 아쉬움이 없다. 무엇을 받았는가도 생각해보지 않으련다. 주러 왔다면 받을 필요도, 굳이 받으려고 애쓸 이유도 없다. 받는 것은 덤이다. 어느 영화 대사처럼 덤은 주는 놈 맘이기 때문이다.
대신 내가 무엇을 어떻게 주었는지 돌아보다 반성하게 된다. 건강한 마음으로 주었는지, 내 욕심을 섞지는 않았는지, 몸과 마음 사린다고 적당히 해놓고 핑계를 대지는 않았는지…. 과연 나는 줘야할 것을 제대로 준 것일까?
내가 그리 좋은 선생은 아니었음을 고백한다. 딱히 유능한 동료도, 친절한 이웃도 아니었다. 순간순간 내가 너무 부족했음을 깨닫자 그럼에도 나를 아껴준 사람들이 생각나 고마웠다. ‘어머나 이것도 받고 저것도 받았네!’하는 마음이 들었다. 다른 단원들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송별회 때 베트남에 다시 돌아올 거냐는 질문을 받았다. 사람들 만나러는 다시 올 거라고 대답했다. 다 못 만나고 가는 우리 학생들, 보고 싶을 우리 기관 사람들, 내게 친구가 되어 준 고마운 이들이 그리울 거다.
단원들에게는 활동을 마무리하며 지난 시간을 꼭 한 번 돌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활동 중에 틈틈이 기록하는 것도 좋지만 부담된다면 순간의 느낌을 녹음하거나 메모장에 적어두기만 해도 좋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문득문득 떠오르는 영상은 있어도 우리가 스쳐 지나갔던, 당시에나 지금에나 감사했어야 할 것들을 영영 잊어버릴 수도 있다. 나는 그럴 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