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주부 Oct 19. 2023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I shop therefore I am. 

나는 쇼핑을 좋아한다. 작가가 되고 난 후, 집에 있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아졌다. 집을 대충 치우고 나면, 작은 휴대폰 화면에 정신 팔리는 시간이 많아졌다. 휴대폰을 보다 보면 광고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고, 동시에 사고 싶은 물건들이 점점 증가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공급자로 일하기는 힘든 나라이지만, 소비자로 살아가기에는 정말 좋은 나라다. 프랑스에서 인터넷 설치 한 번 하려면 몇 주를 기다려야 했는데, 우리나라는 전화하면 다음 날 바로 온다. 프랑스 식당에서 주문받는 웨이터와 눈 마주쳐서 주문하는데 까지, 30분이 걸리지만, 한국에서 30분 이면 음식 다 먹고 계산할 시간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가 아닌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은 

1987년에 한 미술작가의 작품에서 나왔다. 


I shop therefore I am, 1987, screen print on vinyl


우리 집 옷장에 있는 수많은 옷들과 셀 수 없이 많은 신발들을 보면,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얼마 전 US NEWS에서 발표된 전 세계 국력 순위(Most Powerful Countries in the World)에서 우리나라는 전 세계 6위를 차지했고, 우리나라의 구매력 기준 1인당 GDP는 이미 5만 달러를 넘어섰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잘 살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중학교에 다니는 딸들과 반 친구들을 보면, 학원 뺑뺑이로 놀 시간이 없다. 1980년대에 국민학교를 다녔던 나 보다 훨씬 더 열심히 사는 것 같다. 


이처럼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지 오래되었는데, 우리 모두는 왜 이렇게 열심히 사는 것일까?


같은 고민을 프랑스의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도 했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의 사용가치보다는 기호가치가 더 중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 가방을 사는 이유는 물건 담아서 이동하기 편하기 때문에 구매했는데, 이제 가방은 사회적 계급을 표시하기 위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로 인해 우리는 생존 때문에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니라 남들보다 더 높은 계급에 속하기 위해 열심히 산다. 남들보다 더 나은 동네에 살고, 벤츠를 몰며, 샤넬 가방을 들기 위해 열심히 산다. 


얼마 전에 첫째 아이 학교에서 학부모 총회가 있어 참석했다. 오랜만에 재킷을 꺼내 입고, 지갑과 휴대폰을 담기 위해 하얀색 에코백을 들었다. 학교에 도착하니 풀메이크업으로 힘을 준 학부모님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학부모님들 가방이 대부분 검은색 샤넬 혹은 루이뷔통뿐이어서, 깜짝 놀랐다. 이 분들은 한 달에 도대체 얼마나 벌기에 천만 원을 넘나드는 비싼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일까? 


인터넷이 발달하고 SNS가 널리 퍼지면서 상품의 기호 가치는 인류 사회 어느 때 보다 중요한 구매 요소가 된 것 같다. 옛날 같으면 몰라도 되는 주변 사람들의 사생활이 SNS를 통해 끊임없이 들어온다. 해외여행을 가고, 5성급 호텔에서 밥을 먹고, 외제차를 뽑고, 멋진 몸매를 드러내는 그들을 보고 있으면, 우리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죄다 돈이 넘쳐나는 부자들 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5달러면 만들 수 있는 나이키 신발이 100달러 넘게 팔리고, 엘살바도르 공장에서 3달러면 만들 수 있는 레깅스는 100달러가 넘는 가격에 룰루레몬에서 팔린다. 재미있는 사실은 나이키와 룰루레몬은 자기 생산 공장이 없다. 계약한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고 마지막에 브랜드 로고를 붙이면서, 5천 원짜리 신발은 10만 원짜리로 바뀌게 된다. 그들은 벌어들인 이익의 상당 부분을 광고와 마케팅에 사용한다. 광고와 마케팅에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가끔은 말도 안 되는 품질에 실망하는 경우다 있다. 인터넷에 우스개 소리로 나이키 신발이 정품인지 가품인지 확인하는 방법은 몇 개월 지나지 않아서 신발이 벌어지면 진품이고, 오랫동안 유지되면 가품이라는 말도 있다. 


이미지 구축을 위한 소비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 남들과 끊임없이 비교하고 남들보다 나아 보이려는 습성은 인간의 기본 디폴트 값이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이 유치원 아이들에게 낚싯줄을 감아보라고 하면, 혼자 있을 때보다 친구들과 있을 때 더욱 빠른 속도로 더 많이 감는다. 


우리는 인간의 이런 습성을 이해하고 투자에 활용하면 된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미지 구축을 위해 인기 많은 회사의 주식을 조금씩 모아가면 된다. 요즘처럼 매크로 이슈로 인해 주가가 떨어지고 있을 때 조금씩 꾸준히 모아 나가면 된다.  


<참고 문헌>

- 영향력 있는 국가 순위

https://www.usnews.com/news/best-countries/rankings/power


- Z세대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 

https://finance.yahoo.com/news/gen-z-25-favorite-brands-092948829.html


매거진의 이전글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딸에게 바치는 재테크 조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