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주부 8시간전

퇴사 후 찾아온 불안감

자유로부터의 도피 

회사를 나오면, 무작정 좋을 것 같았다. 물론 퇴사 직후는 정말 좋았다. 하지만, 좋음의 유효기간은 생각보다 짧았다. 6개월 동안은 정말 행복했다. 40년 만에 느끼는 자유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주었다. 

40년 간 바쁘게 살았다. 고등학교 때는 좋은 대학교에 가기 위해 열심히 살았고, 대학교에서는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열심히 살았다. 직장에서는 남들보다 빨리 승진하고 회사에서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현타가 왔다. 


"언제까지 이렇게 열심히 살아야 하는 거지?"


친한 선배 중 한 명이 동기 100명 중에 1명만이 될 수 있다는 임원이 되었다. 임원이 되면, 좀 편히 살 수 있을까 싶었는데, 선배는 전보다 더 바쁘게 살았다. 물론 예전처럼 보고서 쓸 일은 없었지만, 실적 하락에 대한 비난을 CEO로부터 매일 들었다. 게다가 예전과 달리 임원은 2년마다 계약 갱신을 해야 하는 비정규직 신분이다. 한 달에 천만 원이 넘는 월급을 받고 전용 차량이 나와도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그 선배를 보는 순간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답이 나왔다. 


"아, 이제 열심히 사는 것은 그만하련다."


퇴사 후 내게 찾아온 감정은  불안감과 고독이었다. 내 친구들의 대부분은 아니 99%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혼자 집에서 빨래를 개고 있는 내가 잘하고 있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감과 고독감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커져갔고, 결국 6개월 뒤에는 입사 지원서를 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어제 쇼생크 탈출을 오랜만에 다시 보았다. 대학 다니던 시절에 처음 보았던 영화인데, 나이를 먹고 보니 영화가 또 다르게 느껴졌다. 영화를 보면서, 퇴사 후 느낀 고독과 불안감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쇼생크 탈출에 나오는 인물 중에 브룩스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교도소에서 50년을 살았다. 교도소에서 그는 인정받는 사람이었다. 저녁 시간마다 죄수들이 읽을 책을 배달해 주고, 모범수로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그런데, 모범수라는 타이틀 때문에 브룩스는 가석방된다. 브룩스에게 자유가 주어졌는데, 브룩스는 자신이 속해있던 집단에서 떨어져 나옴으로 인해 고독과 불안을 느끼다가 결국에는 자살을 선택한다.  


내가 느꼈던 감정이 브룩스가 느꼈던 감정과 동일했던 것 같다. 사람은 자유를 갈망하지만, 막상 자유가 주어지면 원인 모를 불안과 고독에 시달린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과 고독을 해소하기 위해 어딘 가에 소속되고자 한다. 


두 번째로 느낀 점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불러올 거대한 결과다. 영화에서 주인공 앤디는 레드에게 손바닥 만한 암석 망치를 구해달라고 한다. 레드는 조그마한 망치를 바라보면서, 이러한 걸로 땅굴을 파려면 600년은 족히 걸릴 거다라고 말한다. 앤디는 매일 조그만 암석 망치로 조금씩 땅굴을 팠다. 그리고 매일의 일상이 쌓여 20년 뒤에는 탈출도 가능할 정도의 땅굴이 파졌다. 20년이라는 말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20년은 다름 아닌 보통 사람들이 회사라는 감옥을 탈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매번 이야기해서 지겹겠지만, 연간 20% 대의 수익률을 20년간 유지하면, 20년 뒤에는 원금의 100배가 된다. 천만 원은 10억이 되고, 1억은 100억이 된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해도 먹고살기에 충분한 돈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레드처럼 생각한다. 그깟 푼돈 투자해 봐야, 얼마나 모으겠어? 부자와 결혼하지 않는 이상 이번 생은 폭망이야! 하지만, 20년 간의 꾸준한 투자는 20년 뒤 어마어마한 차이를 불러온다. 


회사를 20년 이상 다닌 주변 분들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매월 비슷한 월급 받으며, 비슷하게 산 것 같은데, 투자를 꾸준히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은 20년 뒤에 크나 큰 차이가 난다. 


자산뿐만이 아니라 다른 일들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매일 꾸준히 하는 운동, 영어공부, 독서, 글쓰기 등은 20년 뒤 큰 차이를 불러올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쇼생크 탈출의 영화 포스터에 나온 슬로건을 공유하며, 글을 마친다. 


두려움은 너를 죄수로 가두고 희망은 너를 자유롭게 하리라.  


매거진의 이전글 인천지역 8월 강의 계획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