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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루루루 Jul 20. 2020

엘레베이터 닫힘 버튼

코로나가 한창이던 5월, 우리 집 빌라 엘레베이터 버튼에 항균 필름이 붙었다. 밀폐된 공간이고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이라 내심 걱정했는데 안심이 됐다


그리고 어언 3개월이 지났다. 어제는 엘레베이터를 타고 층수를 누르고 닫힘 버튼을 누르려는데. 항균 필름이 너덜너덜 헤져있었다. 잠깐 멈칫하다가 눌렀다.  나 덕분에 조금 더 헤졌을 것이다. 옆을 둘러봤다. 1층부터 7층 버튼은 깨끗했다. 비상버튼또한 마찬가지, 열림 버튼은 아무도 사용을 안하는 거 같았다.


작년에 런던 여행을 갔다왔다. 내가 묵었던 숙소는 한인 민박이었는데 8층이었다. 처음 도착해서 엘레베이터를 타려했던 순간이 기억난다. 버튼을 누르니 엘레베이터가  내려왔다.  한국에서 보던 꽉 막혀 있는 출입문이 아니라 안이 보이는 격자무늬의 출입문이었다.


한동안 기다려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 격자무늬의 끝에 손잡이가 보였다. 혹시 몰라서 손잡이를 힘줘서 옆으로 옮기니 문이 열렸다. '수동 엘레베이터인가?' 라는 생각을 하며 안으로 들어가니 간단한 설명서가 벽에 붙어있었다. 문을 닫는 법, 버튼을 누르는법, 그리고 영어로 짧막하게 문을 꽉 닫으라는 문구가 써있었다.

설명서대로 문을 완전히 닫고, 8층 버튼을 눌렀다. 닫힘 버튼은 없었다. 엘레베이터는 짧게 팅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아주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계단으로 올라가는 것보다 아주 약간 빠른 속도였다. 한동안 답답했던 기억이 있다.


나는 런던에서 7일정도 있었다. 그새 엘레베이터에 적응을 했는지 퇴실하고 내려올 때는 아주 능숙히 문을 여닫고, 버튼을 눌렀다. 아주 천천히 내려왔다. 여행의 끝이 아쉬워 이 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엘레베이터 안에서 내 시간은 영원하진 않았지만, 꽤 길었다. 


너덜너덜해진 닫힘 버튼을 보고 런던 여행때 탔던 엘레베이터가 생각이 났다.

세상엔 닫힘 버튼이 아예 없는 엘레베이터도 있고

닫힘 버튼을 그 어떤 버튼보다 많이 누르게 되는 엘레베이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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