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경계의 감정을 느껴본 적은 있는가?
슬픈 건지 기쁜 건지 모르겠는 그 감정
중요한 건 그 사건이 주인공에게 슬픈 일이기도 하고, 기쁜 일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감정의 경계는 모호하다. 마냥 기뻐하지 못하고, 슬퍼하지 못한다.
만 이천 원짜리 선물을 받고도 뛸 듯이 기뻐하는 빛나 언니를 보고 애매모호한 감정을 짓는다거나
'포인트' 월급 때문에 슬프지만 조성진 콘서트 티켓을 예매하려고 기다리거나
지유씨를 보기 위해 후쿠오카에 날아왔는데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거나
여행지에서 만난 인연에게 답장을 하지 못해 마음 한편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거나
기쁨과 슬픔, 각각 한 단어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이 소설은 다룬다.
<일의 기쁨과 슬픔>에는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법한 일들을 다루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사건도 있다.
회장의 트집 때문에 월급을 '포인트'로 받게 되는 거북이알의 사건은 현실에서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녀의 이후 행동, 중고거래를 하거나 조성진 콘서트 티켓을 예매하기 위해 야근하는 장면은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법하다. <일의 기쁨과 슬픔>
뜨거운 아메리카노는 2,000원인데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4,500원인 것 또한 현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뜨거운 여름 무더위를 헤쳐나가 첫 출근을 하는 주인공의 심정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백 한 번째 이력서와 첫 번째 출근길>
위의 두 사례는 현실에서 일어날 거라 보기엔 어려운 '설정'들이 있지만 그 설정을 대하는 주인공들의 태도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 경계를 가르는 선이 애매하다. 선을 넘나드는 것이다.
이 8개의 단편들은 각각 다른 내용이지만, 20,30대 직장인들의 세계관으로 묶여 있다.
이 세계관은 주고, 받고 가 확실한 세계다.
오만 원을 내야 오만 원을 돌려받는 거고
만 이천 원을 내면 만 이천 원짜리 축하를 받는 다.
에비동에 새우가 빼곡하게 들어가 있는 건 가게 주인이 착해서가 아니고 특 에비동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상사의 갑질로 월급을 포인트로 받게 됐지만, 그 포인트로 중고물품을 팔아 돈을 마련한다.
갑작스레 얻게 된 유튜브 유명세는 갑작스레 사라진다.
주고받고가 지극히 현실적이다. 도무지 덤이라고는 없다. 완벽히 선을 지킨다.
그럼에도 이 책에는 덤을 생각하게 하는 캐릭터가 있다.
<잘 살겠습니다>의 빛나 언니, <탐페레 공항>의 노인
만 이천 원짜리 선물을 받고 뛸 듯 좋아하는 빛나 언니나
여행지에서 잠깐 본 청년을 기억하고 편지를 보내는 노인을
보면서 괜스레 감명하는 건
선을 완벽히 지키려는 이 현대 사회에서
선을 조금 허물고 서로에게 다가가고 싶어 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