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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곰씨 오만가치 Jun 21. 2024

시간에 주눅들지 말기

지치면 조금 쉬고 지겨우면 다른 것 좀 하면 되지

  책을 아무리 읽어도 변하는 걸 느끼기란 쉽지 않다. 꽤 오랜 시간 꽤 많은 책을 읽어왔지만 알량한 몇 가지 지식을 빼면 늘 그대 론 것 같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도 독서량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글쓰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아무래도 독서 능력이 글쓰기 능력보다 훨씬 빨리 향상되는 듯하다. 만족하는 글을 쓰기란 쉽지 않다. 뭔가를 생각하고 끄적이다 보면 어느새 다시 책을 펴서 보고 있는 자신을 만난다.


  책은 글쓰기의 도피처가 되어 버린다. 뭔가를 정리하려고 해도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을 알게 된다. 어느 정도에서 멈춰야 할까 고민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벌써 3년이 지나고 있다. 현타는 밥 먹듯 오지만 그냥 하기로 했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다른 선택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런 거에 비하면 회사 생활은 좋았던 것 같다. 실력이 늘어가는 것이 바로바로 느껴졌으니까. 젊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하나만 파고들어서 그랬을까. <원씽>이라든지 <B플랜은 없다> 같은 책이 주는 메시지를 실천하지 않아서 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금 글쓰기도 문어발이니까.


  2년 남짓한 시간 동안 밥벌이에 투자할 시간을 쪼개 읽고 쓰기에 투자하고 있다. 이쯤 되면 밥벌이도 걱정이 된다. 세상은 빨리 변한다. 기술이라는 건 특히 더 그렇다. 뾰족하고 날 선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그저 그런 사람이 되어 있는 것 같아 가끔씩 마음에 들지 않는다. 모든 일은 다할 수도 없고 다해서도 안되지만 그래도 불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이렇게 끄적이는 시간이 가장 편하다. 의식을 맡겨두는 편이다. 어쩌면 좋은 글을 기대하지 않는 넋두리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어느 정도 준비되면 시작하라는 말이 있다. 완벽한 순간은 없으니 달리면서 채워가야 한다는 것이다. 완벽한 순간은 없으니까 어느 수준에 만족할 건지는 스스로가 정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겁이 많은 것 같다. 더 많은 것을 읽는 것으로 도피 중이니까. 되든 안되든 덤벼야 하는데 이유가 많다.


  그래도 믿는 구석은 있다. 손에서 놓지 않는 일은 결국 마무리가 된다는 사실을 안다. 시간이 오래 걸릴 뿐이다. 일에는 타이밍이 있다지만 마무리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다. 결국 해내는 사람이라는 자기 신뢰가 중요하다. 지금 하는 일이 인생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차곡차곡 쌓아갈 뿐이다.


  넋두리가 심한 거 보니 피곤한가 보다. 잠깐 눈 좀 붙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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