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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곰씨 오만가치 Jun 18. 2024

서평을 누가 읽는다고 그래요?

꼭 읽으라고 쓰는 건 아니지만...

  서평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 나는 내가 산 책 50%와 출판사에서 지원받는 책 50% 정도로 유지할 생각이었다.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매달 책 구입 비용이 부담스러워서가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는 최근에 나온 책들 사이에는 폭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책을 무수히 쏟아지고 있지만 실상 감동을 받을 만한 책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속 고전을 사게 된다. 우선 검증이 끝난 책이니까.


  출판사에서 책을 지원받으면 아무래도 정성껏 작성해야 한다. 도서를 받고 할 일을 하지 않는 먹튀들도 많고 책은 한 권도 사지 않으며 지원만으로 연명하는 사람들도 있다. 재능 팔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책을 사랑한다면 한 달에 적어도 한 권을 사줘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책이 사라지는 건 생각하고 싶지 않다.


  서평이 쌓이다 보니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에 당첨될 확률이 점점 높아진다. 기존과 비슷할 거라고 여기저기 도전하다 보면 엄청난 당첨률로 책상 위 지원받은 책으로 책탑을 쌓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책을 읽는 게 노동이 된다. 틈틈이 책만 보게 된다(심지어 화장실에서도 읽게 된다). 서평을 작성하는 만큼 새로운 책들이 쌓인다.


  이제는 출판사 이벤트에 참여하지 않아도 출판사 측에서 먼저 제안을 해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최근에는 골라서 신청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사놓은 책들도 읽어야 하고 글 쓸 시간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서점의 폭탄들 속에 나의 손으로 만든 폭탄도 올려두고 싶으니까.


  서평을 쓰다 보면 곤란할 때가 가끔 있다. 필요 이상으로 빡빡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출판사가 있다. 그런 곳은 바로 '아웃'이다. 나는 책을 구걸하는 거지는 아니다. 책을 받은 후 제시한다면 책을 돌려준다. 사실 이런 어려움은 어려운 것도 아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아무래도 나의 수준을 능가하는 책들을 만날 때다. 이해가 돼야 좋은지 나쁜지를 적을 텐데 도대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책을 읽고 공부까지 따로 해야 한다. 그래야 겨우 몇 자 끄적댈 수 있다. 뒷 맛이 좋지 않지만 그런 책을 읽어야 내가 발전할 수 있다.


  최근 에세이들은 비슷한 경우가 참 많다. 그런 경우 가장 먼저 만나는 책이 가장 좋은 책이다. 같은 소리를 반복해서 읽자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두 번 읽어 재밌지도 않다). 저자는 특별한 이야기를 적었겠지만 읽는 입장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책은 좋은데 감동이 생기지 않으면 곤란하다. 서평을 카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전의 감동을 최대한 걷어내 보려고 노력한다. 


  서평을 하게 되면 좋은 점이 출판사 직원들의 친절함을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다 그런 건 아니다). 특히 친절한 마케터들이 주는 책들은 아무래도 더 좋은 말들을 담게 마련이다. 사람 느낌이라는 게 주관적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눈이 뻑뻑할 정도로 읽었다. 점심시간에는 읽지 않으려고 한다. 책을 읽고 음미해야 하는데 활자만 쫓고 있다는 생각도 가끔 든다. 하지만 많이 봐야 좋은 글을 구분할 능력도 생길 거라 생각한다.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니까. 인풋이 많이 필요하다.


  이제는 많은 책을 신청하지 않고 있지만 책은 여전히 많이 쌓여 있다. 서평 쓴다고 보질 못한 내 돈 주고 산 책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기 때문이다. 내돈내산으로 산 책들도 리뷰를 모두 하고 있다. 흔적을 남기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훈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열심히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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