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곰씨 오만가치 Jun 21. 2024

좌우명은 있으실까요?

저는 있습니다만..

 좌우명[座右銘] 은 늘 가까이 두고 스스로 경계하거나 가르침으로 삼는 말

  내가 어릴 때에는 꿈을 세워야 한다는 말만큼이나 자주 좌우명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초등학교 때엔 늘 장래희망에 대한 글쓰기나 그림을 그렸었는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좌우명을 만들어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당시에 가장 흔한 좌우명은 "하면 된다"였다. 


  초등학교 때 좌우명은 담임 선생님의 좌우명을 가져다 썼다. '최선을 다한 후에 결과를 기다리자는' 진인사대천명이 그것이었다. 당시에는 '서 있는 천재보다 달리는 바보가 낫다'라는 노력 추구형 좌우명도 많았다(천재는 어차피 노력의 대명사니까). 학창 시절에는 아무래도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선생님들의 생각이 많이 반영되었을 것 같다. 당시에는 노력하면 뭐든 이뤄질 것 같기도 했고 말이다.


  '좌우명' 열풍은 그렇게 시들해지는 것 같았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면 좌우명보다 일단 눈앞에 시험을 잘 봐야 하기 때문이다. 수능을 망치고도 재수를 고민하지 않았던 나에게 가장 큰 벽은 바로 '군대'였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회피할 수 없는(회피하는 인간들도 있지만) 당시에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대학원 진학 후 산업체 근무와 입대의 기로에 섰다. 사실 무턱대고 지원했던 의경은 다행스럽게도 신체검사에서 떨어졌다. 이때 내가 가진 좌우명이 바로 <시작하지 않으면 시작되지 않는다>였다. 지금까지 내 좌우명이기도 하다. 

 

  당시 좋아하던 가수의 노랫말에 그 내용이 있었다. 가사는 이별 후 사랑을 잊지 못해 지나간 풍경 앞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얘기였는다. 그 내용이 고민하면서도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는 나와 닮아 있었다. 그와 지낸 풍경들이 너무 넓고 끝이 없어서 잊고 있었지만 뒤돌아 걸 수 있는 것도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도 어쩌면 그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한 발짝 내디뎠기 때문이라는 가사였다.


움직이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지만, 시작하지 않으면 시작되지 않기 때문에

  지방대를 다니는 나에게 전문연구요원 TO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하기로 마음먹었다. 유학까지 고민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회사를 다니며 사회의 불합리한 면을 봤던 것 같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얘기가 싫었다. 그때의 나는 피가 끓었나 보다. 내가 만든 것이 욕먹는 게 싫었고 내가 있는 조직이 하대 받는 것도 언짢았다. 회사는 실력으로 승부하는 곳이 아닌가? 그런 당돌함은 <모난 돌이 정 맞는다면 정을 칠 엄두도 못 낼 만큼 뾰족해 지자>라는 마음가짐으로 변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모르겠다. 고생하지 않고도 잘 지냈을 것 같은데 말이다. 덕분에 사장님 방에 불려 간 적도 있다(다행히 무사히 살아 돌아왔다). 


  관리자가 되면서 조금 동글동글해진 것 같다. 상대를 인간적으로는 최고로 대하고 기술적으로는 최악으로 여겨라라는 마인드로 일했다. 사람은 충분히 존중하지만 일을 할 때는 충분히 어시스트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늘 최악을 생각하며 생활하는 것이 버릇이라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뒤돌아 보면 참 피곤한 스타일이다.


  지금은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시작되지 않는다'를 좌우명으로 삶고 있다. 번아웃인지 뭔지 모를 감정들로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는다. 2막도 준비해야 하니 뭐든 부딪혀야 한다. 글을 쓰는 일도 마찬가지다. 뭐든 해봐야 알 수 있는 것들 뿐이다. 


  남은 인생에도 뭔가 불태울만한 즐거운 일이 생기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간에 주눅들지 말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