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윰 Jul 22. 2021

게스트하우스 스태프

2017, 제주




협재의 작은 숙소

‘앞으로 생일에는 혼자 여행을 가서 나만의 시간을 가져 보겠어!’라고 마음을 먹고 난 후 처음 맞는 생일, 홀로 제주를 여행하기로 했다. 학교에 다니던 중이라 해외를 가기엔 제약이 많았기에 제주는 당시 내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매일 저녁 파티가 열리는 게스트하우스 붐이 일어나던 때, 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기에 6인 도미토리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싼 협재에 있는 작은 숙소의 조용한 개인실을 예약했다.

교수님께 양해를 구해 두 시간짜리 수업을 한 시간만 듣고 김포 공항으로 달려갔지만, 제주에 도착했을 땐 이미 어스름한 저녁이었다. 급행 버스에서 내려 캐리어를 끌고 어둑어둑한 골목길을 지날 때는 조금 무섭기까지 했다.

다행히 숙소를 한 번에 찾아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여성분이 자신을 이곳의 스태프라고 소개하며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살갑지만 똑 부러지게 방을 안내해준 그녀는 다시 거실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 뒷모습엔 내 삶에는 없었던 여유가 묻어났다. 

2학년 2학기, 다중전공까지 하게 되어 치열하게 학교생활을 하던 나와 상반되는 모습에 내내 ‘부럽다’는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숫기가 없어 줄곧 방 안에 콕 틀어박혀 있느라 그녀의 이름도 나이도, 뭐하던 사람이었는지도 모른 채 그 숙소를 떠나왔지만, ‘나도 제주에서 이런 생활을 해보고 싶다’라는 꿈을 갖게 해줬다는 점에서 스물한 살의 제주 여행을 회상하면 빼놓지 않고 그녀가 떠오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숙소를 예약하는 습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