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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남 May 06. 2020

자율신경이 담당하는 샤워

영감(inspiration)에 대한 모노드라마

브라운 면도기와 닥터브로너스 퓨어 캐스틸 숍

자율신경… 들숨 날숨처럼 의식 안 해도 몸 안에서 자동으로 돌아가는 거요. 그러니까 우리가 워낙 단순한걸 반복적으로 할 때 뇌는 거의 일을 하지 않고 그냥 근육의 기억으로 뭔가를 한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발걸음이나 뭐… 운전같은 거요. 걸으면서 아이디어 떠올리는 사람도 있잖아요. 제가 아는 유명한 CEO분은 아이디어 회의를 운전하면서 하신대요. 참 독특하죠. 근데 왠지 이해되지 않아요? 패턴처럼 반복되는 운전 행위를 하면서 옆 사람이랑 사업 이야기를 한다. 괜찮은 거 같아요. 암튼 저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행위를 하면 좋은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는 것 같아요. 샤워하는 거 그냥 반복 행위잖아요. 하루를 마치고 습관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하는 거요. 루틴이죠. 저는 루틴이 된 모든 행위가 들숨 날숨처럼 아주 단순해져서 자율신경이 처리하는것 처럼 되었으면 좋겠어요. 생각을 거의 안 하고 그냥 무의식에 가깝게 자동으로 돼버리는 거요. 숨 쉬고, 소화하고, 똥 마렵고, 잠 오면 잠들고 그런 신체작용처럼요. 생활작용이라고 하면 되려나요. 그러면 뇌는 매일 해야 할 일을 하는 데 쓰는 에너지를 엄청나게 적게 쓰겠죠. 그럼 제 뇌는 아마도 다른 생각을 할 힘이 더 생길 거예요. 창작하고 싶은 인간에게 이건 효율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네…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제 샤워가 최대한 자율신경의 작용처럼, 아주 효율적으로, 생활작용이 되듯이 그렇게 획하고 지나가 버렸으면 좋겠어요. 고등학교 때 제가 생각에 자주 잠기니까 엄청 친했던 친구가 옆에서 그랬어요. “너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보고 싶다.”고요. 이건 아마 제가 태어날 때부터 그런 인간이라서 그럴거에요. 태어날 때부터 쓸데없이 생각 많이 하는 사람은 창작하는 일을 하는데 적합한 사람이거든요. 그리고 그 사람의 생활은 생각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세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밥 먹고, 고양이 밥 주고, 출퇴근하고, 씻고, 청소하고 하는 모든 반복적인 일들을요. 그러면 제 창작적 생각은 아주 효율적으로 작동할 거란 말입니다... 아 그래요 쓸데없이 말이 좀 길어졌네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건식면도기 쓰고 나서부터 샤워가 엄청나게 심플해졌다는 겁니다. 습식면도 하려고 쉐이빙폼을 바르는 과정이 없으니 그냥 닥터브로너스 몸에 뿌리고 한방에 쏴아아 하면 끝입니다. 딱 5분 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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