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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남 Aug 09. 2020

오직 읽는 것이 목적

읽는 것이 행복한 사람

교보문고 광화문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가 모두가 외근이다, 출장이다, 나가고 혼자 점심시간을 맞이할 때가 있다. 그러면 2시간 정도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는데 나는 항상 광화문 펠트 커피에 들러 커피를 테이크아웃하고 교보문고로 간다. 그동안 휴대폰에 저장해둔 책 위시리스트를 보면서 하나씩 하나씩 그 책들을 확인해 보는 것이다. 확인해 볼 책은 수십 권이지만 한 권 두 권보다가 세 번째 책으로 옮길 때 즈음에는 이내 평대에 놓인 신간이나 베스트셀러에 이끌려 새로운 책들을 뒤적이게 된다.


표지를 가만히 감상하다가 목차를 보고 또 첫 장의 이야기를 천천히 읽다가 책을 뒤집어서 마케팅 문구들을 읽어본다. 그리고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그 책을 휴대폰의 위시리스트에 넣어둔다. 100권 가까이 채워진 위시리스트가 1권 지워지기도 전에 5권 정도가 또 쌓인다. 책을 구입하고 읽어내는 속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책이 쌓이는 것이다. 오랜만에 그동안 쌓였던 리스트의 책을 쭉하고 훑어보면 이제 더 읽고 싶지 않은 책도 있고, 이걸 왜 리스트에 넣었는지 알 수 없는 책도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 리스트를 볼 때면 이 텍스트를 모조리 섭렵해버린 나 자신을 상상하며 행복한 감상에 젖는다.


주위를 한번 둘러본다. 점심시간이  지난 평일 오후에는 서점에 사람이 뜸하다. 수만 권의 책의 정원에 둘러싸인  자신을 자각하며 이상한 만족감에 잠시 망상에 잠겨본다. 이곳 모든 사람이 사라지고 문이 영원히 잠겨버린다면? 이 방대한 책의 공간이 차원 이동하여 홀로 영원한 시간에 갇혀버린다면? 만약 그럴 기회가 악마 혹은 천사로부터 제안된다면 나는 그것을 받아들일 것인가? 오케이.  세상에 나만 남는다면 지식이란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만은, 오히려  완전한 지식에 파묻혀 영원한 시간을 유랑하고 싶다는 비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오직  텍스트를 감상하고 탐닉하는 쾌락만으로도 나는  시간을 돌파할  있으리라. 수만 권의 텍스트를 모조리  읽고 다시  읽어볼 것이다.



오직 이 텍스트를

감상하고 탐닉하는 쾌락만으로도

나는 그 시간을 돌파할 수 있으리라.



"실례합니다." 점원이 다른 고객의 책을 찾아주느라 나를 잠깐 비켜서도록 한다. 나는 그 자리에 꽤 어색하게 우두커니 서 있었음을 깨닫는다. 그래 사무실에 자리를 너무 오래 비우면 안 된다. 그나저나 손에 들고 있는 이 책은 사야 할까? 아니야. 지금 읽고 있는 책도 있고 다음에 읽을 책도, 또 그다음에 읽어야 할 책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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