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존재의 철학 #01
그의 불행은 이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 불균형한 요소, ‘육체’와 ‘의식’을 밀가루 반죽처럼 짓이겨 만든 존재라는 것.
‘육체’는 세상에 나타난 이후로 환경에 아주 천천히 적응하며 등산을 하듯 한 걸음 한 걸음 진화했다. 그런데 뒤늦게 출현한 ‘의식’은 마치 로켓을 쏘아 올린 것처럼 빠르게 진화했고, 하늘을 날아올라 대기권을 통과해 아주 우주 끝까지 가버린 것이다. ‘의식’의 진화에는 한계가 없었고 ‘육체’는 하늘의 별이 되어버린 ‘의식’을 올려다보는 초라한 존재일 뿐이었다.
그의 ‘의식’은 벗어날 수 없는 활동 영역의 한계, 의존적인 습관, 육신의 나태함으로 인해 항상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그는 ‘육체’의 전원을 완전히 꺼버린 상태에서만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러면 그의 ‘의식’은 하늘을 날아올라 구름 사이를 뛰어다녔고 숲을 음속으로 가로지르며 사자를 찢고 코끼리를 사냥했다. 그리고 이 세상 존재가 아닌 듯한 이성과 만나 열정적인 사랑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어렴풋이 ‘육체’의 전원이 켜지고 ‘의식’과 그것이 하나가 되는 순간 밀려오는 허망함에 어쩔 줄 모르는 좌절과 슬픔을 느꼈다.
이것이 깨어나는 그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 있는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