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같은 나입니다.
얼마 전 길을 걷다 공유 킥보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동안 그림의 떡이라 생각하며 무시하고 지나갔는데 그때는 무슨 일인지 킥보드 앞에 멈춰서 물 흐르듯 회원가입을 하고 운전면허증을 등록을 마침 무료 쿠폰 등록이 가능해 그마저 등록을 마치고 QR코드까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완료를 하였습니다.
QR코드 찍고 나니 경쾌한 사운드가 나의 심장을 뛰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저는 킥보드를 타고 저 앞에 펼쳐진 길을 시원한 바람에 머리를 휘날리며 달려가고 있는 자신을 보고 있었던 듯합니다. 어린 시절 자전거를 처음 탈 때 느꼈었던 그 짜릿함과 설렘의 감정을 느끼며 저는 거는 이미 저 길을 달리고 있었던 거지요.
이제 진짜 달릴 차례입니다. 설레는 마음을 다잡고 킥보드의 스탠드를 풀었습니다. 한쪽 발을 올리고 다른 한쪽 발을 굴러 봤습니다. 하지만 킥보드는 전혀 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겁니다. 다시 한번 발을 굴렀지만 여전히 달려가지 않았습니다. 저는 발을 굴러 출발하면 되는 줄로만 알고 있었던 거죠.
다시 보니 오른쪽 핸들에 당기라는 표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상상의 내 모습이 현실이 되는 순간입니다. 다시 한번 한쪽 발을 올리고 오른쪽 핸들을 돌렸습니다. 이 순간 제 상상은 무참히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튀어나가는 킥보드의 속도를 제 몸이 못 이기고 바로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몸은 다치지 않은듯했습니다.
이때 멈췄어야 하는데 무슨 일인지 저도 모르게 다시 한번 도전을 하고 맙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처음 넘어졌을 때보다 처참하게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넘어졌다기보다는 끌려갔다가 맞을듯합니다. 넘어짐과 동시에 저는 킥보드에 잠시 동안 끌려가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 양쪽 무릎이 심하게 까지고 손목은 염좌, 신고 있던 신발은 이제는 더 이상 밖에서는 신고 다닐 수 없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정만 무슨 생각으로 제가 킥보드에 올랐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성치 않은 몸으로 보통 사람처럼 걷지도 못하고 계단도 오르지 못하면서 말입니다.
아마도 제 속에는 아직도 예전의 나 자신의 모습이 깊이 남아 있나 봅니다. 아니면 돌아갈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집착이 아직도 남아 놓지 못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가끔씩 잊고 지내며 살다 문득 내 몸에 대해 자각하고 실망하고, 인정하고, 다시 희망을 갖고... 이런 것이 반복되며 살고 있나 봅니다.
이번 킥보드 사건(?)은 다행인 부분도 있습니다. 출발과 동시에 넘어져서 다행이라고..
아마 조금이라도 달렸다면 균형을 잃고 차도로 가버리거나 더 심하게 넘어져 크게 다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니 그래도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아직도 왜 킥보드 앞에 서서 그렇게 자연스럽게 탈수 있을 것처럼 행동을 했는지 이해는 되지 않습니다. 역시 불가항력은 존재하며, 행동에 앞서 한 번 더 고민해 보자는 교훈도 얻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결과는 참담했지만 그래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거리를 달리는 상상은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