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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체 Dec 26. 2022

컁주마에게  

컁주마에게




 오랜만이야.


 성탄절 늦저녁 혼자 방안에 결과부좌로 앉아 널 부른다. 오랜만에 컁주마여 널 안고 숨 쉰다. 쓰다듬고 느리게 어루만지고 중얼거린다. 영혼이 몸을 보고 마음을 보고 속삭인다. 춥고 떨리는 영하의 도로를 걷고 돌아온 내 몸과 마음을 위로한다. 대상포진으로 고생한 옆구리와 달리다 붉고 굵어진 발톱과 종아리의 살들, 거친 뒤꿈치의 낯들을 만지고 말한다. 미안해 컁주마야. 고생이 많아. 힘내.


 컁주마 내 마음 내 몸의 주인 컁주마야. 네가  사랑하는 김광석과 르네상스와 퀸의 노래를 오래오래 듣고 너와 함께 춤을 춘다. 발을 매만지고 손과 뺨을 문지른다. 이 오랜 날들 함께라서   고마워.  사랑해.


 엄마처럼 비처럼 밤처럼 언제나 날 사랑하는 네게 내 이 작은 말들을 보낸다. 사랑해. 고마워. 언젠가 우리 헤어질 그날까지 부디 평화롭고 자애롭게 잘 지내길 바라고 기도해. 먼 산이 검은 그림자로 내려오고 성당의 첨탑 두 개도 불 밝히는 밤. 너만의 노래와 춤과 로맹가리의 작은 말들 그리고 신철규와 최지인의 시집을 네게 건네는 이 차갑고 조용한 세밑의 일요일 저녁, 우리 둘이 좋다.


 컁주마야. 고마워. 사랑해. 조금 있으면 밥과 물 그리고 식구들의 수다를 보낼게. 함께 해 오늘도. 올해도 어김없이 우린 잘 지내고 견디고 노래했네.  올해 유난히 슬픈 일 많아 너도 힘들고 울고 오래 달렸지. 애써준 시간들, 날들 더 고마워.


 새해엔 더 자주 산에 들어 땅에 닿고 더 자주 달리고 잠잠하고 컁주마 네가 사랑하는 이용악과 백석의 시, 김훈 로맹가리 서머셋 몸의 글과 말 그리고 고흐의 글과 그림 보고 읽을게. 영월 모운동 군산 영화동 괴산과 변산 내소사 아래 작은 마을과 골목, 직소폭포자주 찾아갈게. 컁주마야, 넌 싫어하고 난 좋아하는 카프리부대라면과 야, 밤 늦도록 깨어있는 일 삼갈게. 오랜만에 보내는 글 이만 안녕. 사랑해.


 언제나 나의 편 나의 몸 나의 맘 컁주마에게 둘도 없는 너의 단짝 네 영혼 노체 쓴다.


            (2022. 12. 25)

나의 몸 나의 맘 나의 영혼 컁주마와 노체, 언제나 서로 잘 지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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