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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체 Jan 01. 2023

해찰解察

  - 2022를 보내며

해찰解察

 - 2022를 보내며




해거름 산을 내려오는 초저녁

우물가 공터 즘개미터에 들리는 목소리

밥묵어 밥묵어라 밥묵으랑께

놀이, 끝났다


육중한 무게 달콤한 고단백젖

마지막 한 모금 쪼오옥 빨았다

어미 바다사자물범 뒤도 없이 바다로 갔다

날 선 바다 어둠 속 파도, 새끼 마주 섰다

살아야겠다


세상에 내려왔다 산을 내려왔다

해찰解察 날들 문득 끝났

누에 치는 뽕밭 토란대 고춧잎 밭일에 섰다

살아야겠다


당황과 경악의  엄마가 떠났

두루마리 휴지처럼 끝이 있었다


밥벌이의 지극한 찰의 시작

해찰 끝난 한 나절 집은 멀고 손은 비었다

선물처럼 왔다 가시 돋친 돌밭 특별한 산책

엄마는 없었다, 이제


걸었다

엄마 안녕

오늘도 뿌리째 걸었다

               (2022.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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