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全盛期
한때
스물하나스물둘
문학상 최종심 가고 칭찬 박수에 달 떠
글쟁이 수이 되는 줄 알았지
새해 첫날 신문 뒤적이며
시 쓰는 너른 신작로 금세 오를 줄 알았지
신춘 당선인의 생년을 눈여겨봤지 안도했었지
찬바람 겨울 동지 둥둥 떠올라 밤새 잠 못 들었지
서른마흔 되었을 때
쉰에 데뷔 예순 전성기 좋다 좋다 그거다 했지
시집 표지 안쪽 출생 고향 등단 나이 애써 피했지
쓰다 보면 닿고 걷다 보면 이르려니 가보자 했지
산을 오르다 시내를 건너다 저만치 혼자 피어난
마알간 들꽃들 차마 좋아라 보기만 했지
그랬지 소월처럼 그랬지
시마詩魔를 만났지
함께 마시고 밤새 부둥켜 울었지
예순
아하, 예순
벌써 빼꼼 보인다
이름도 약력도 연보도 아니 보고
용악이나 백석만치 마종기 황동규만치
가까워 낯설고 두꺼워 무너질 듯 가벼운
더 가까워 시는 다 기형도의 엄마걱정이 되었지
시는 녹슨 나비처럼 바람 잃은 무중력
나는 멀리 달아나고 싶었지
숨고 싶었지
다짐이 필요했지
이제 진짜 시작이다
이제 진짜 쓴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