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체 Nov 03. 2022

백일

백일




7월 27일 한낮

하늘이 내려오고 땅이 솟다 꺼지던 날

어느새 백일이다  굶지도 않고 잘 간다


아침 달리다 말고 눈물이 났다

어깨 무거워 힘들다고

울지 말라고 그냥 가자고

머리 들어 하늘


가을 오고

은행잎 사무쳐 노랗고

자란 잎들의 찬찬한 낙하들


언젠가 떠난 나의 뒷자락 두고

슬퍼 우는 아해 도니재니의 모습 떠올라

오늘은 문득 엄마 글썽이는 눈을 봤다


사람은 언젠가 떠날라고 있는 뱁이다

속창시 무너져도 인자 적당히 했으믄 되얏다

거두고 저만치 내버려둬부러 언능

나두고 우는 새끼들 보는 에미  

애간장 보타져 뒤져불것다


내 아이들의 얼굴을 봤다

이것은 무섭고 두려운 일

날 두고 아파 속울음 그칠 새 없는 날들 보내는

그들의 날을 난 어찌 보려는가

이것은 무섭고 두려운 일

엄마에게 미안하고 또 슬펐다


어쩌라는 게야

대체 나는 어찌해야 하는가

 

오늘은 백일

적배추 속이 차오르는 가을


나는 혼자 모올래

엄마도 봄동도 벤자민도 모르게

혼자 모올래 숨은 꽃처럼 울기로 했다


              

                       (2022. 11.03)

적배추 봄동 모종과 씨앗이 날들을 머금고 이 세월 함께 지나고 있다. 고마운 이들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길이 멀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