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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체 Nov 01. 2022

길이 멀었다

길이 멀었다




한때

어서 나이를 먹기 원했다

산길 밤과 도토리 우두둑 떨어졌다

슬픈 꽃들이 우수수 선채로 뭉개졌다

가까운 길이 멀고 멀었다

엄마와 아빠가 손 앞에 있는데 닿지 않았다


빌고 빌었다


혼자

공원에 앉아 잠시 사라짐 생각한다

낙엽 밟는 소리와 중국어 듣는 노인의 소리

붉음에 닿지 못한 초록의 잎들이 스르륵스르륵

하늘 향해 오르고 있고 학생들의 슬리퍼 소리

아이 안고 서걱이는 엄마의 숨소리

김훈의 소설집 속 슬픈 명태와 고래 지나

더 서글픈 시대처럼 손을 읽다 멈춘 오후

일도 멈춘 채 무얼 서성이는지 몸이 포롯 누웠다


원추천인국이 길가 금계국들 사이 우뚝하고

아픈 여자의 휠체어를 더 아픈 노인이 밀고

세 여자의 밝은 웃음이 낙엽들의 낙하를 늦췄다


빌고 빌었다

일요일처럼 가을처럼 1150번 광역버스처럼

달처럼 봄동처럼 기침처럼 처럼 생강나무처럼

네들도 그대들도 엄마도 다시 오기를


                       (202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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