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의 문화와 엄청나게 다양한 인물을 만날 수 있는 이야기
이 소설은 거상 슐레이만의 아들 압둘라와 사이드 장로의 딸 마야의 결혼으로 시작한다. 마야의 시점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바로 압달라의 시점으로 바뀌고, 그 뒤로는 다양한 인물의 시점이 교차하면서 진행된다. 오만의 전통적인 가정 모습과 결혼식과 장례식을 볼 수 있음은 물론이고, 자리파라는 노예를 통해서 노예무역으로 부를 축적한 한 집안의 모습도 보게 된다.
부제인 세 자매 이야기를 고려하면, 마야와 아스마, 칼라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것처럼 생각하게 되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압달라가 중심이 되어 서사를 이끌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묘한 점은 압달라 주변의 여자 인물들의 모습들이 다양하게 등장하면서 오만에서 변화하는 여성들의 삶과 가치관들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압달라 본인이 처한 현실과 트라우마를 보면서 그가 겪는 아버지로 인한 상처와 사회적 압박을 볼 수 있다.
책을 앞쪽에 가계도가 실려 있을 정도로 등장인물이 많은데, 그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스쳐가듯 나오거나 파편적으로 서술되어 있어서 소설은 매우 산만하게 느껴진다. 더구나 다양한 인물의 시점이 교차해서 혼란을 더하고, 한 사람의 시점 안에서도 일인칭과 삼인칭이 교차된다.
오만의 문화와 인물들의 매력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분량에 비해 너무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어서 살짝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몇 줄로 요약이 되어 있다.
“그녀는 그 모두와 화해했다. 그 대가로 예술가인 남편은 아스마가 자신만의 독특한 별자리로서 독립적이고 완전한 하나의 천체라는 사실과 화해했다.”(307)
어쩌면 한 인물에 대한 핍진한 묘사와 밀도 있는 서술은 요즘 소설의 경향과 동떨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스치듯 보여주는 것, 아주 작은 단서로 인물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세련된 스타일일지도 모르지만 아무래도 작가가 너무 무리해서 많은 이야기를 한 작품에 욱여넣어서 이런 스타일이 나온 것이 아닐까 하는 의혹도 생긴다. 시점을 통한 실험이나 서사 중 하나만 선택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