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한 입, 달콤 쌉쌀한 한 줄의 문장
가끔 입맛이 없을 때, 점심 대신 초콜릿을 먹을 때도 있다. 밥도 빵도 먹기 귀찮고, 읽고 있는 책을 손에서 놓기 싫을 때 초콜릿을 한 접시 가득 꺼낸다. 꼭 커피나 홍차도 함께 마신다. 카페인이 과하다 싶으면 따뜻한 물을 한 잔 준비한다. 그리고는 입안 가득 초콜릿을 물고 책을 읽는다. 속이 든든해지고 단맛이 꽉 차올랐다 싶으면 이미 한 접시가 다 비어있다. 초콜릿 책방에서 일하는 사람의 호사랄까. 초콜릿은 언제든 마음껏 먹을 수 있다.
특히 양껏 먹을 수 있을 때는, 초콜릿 만들기를 망쳤을 때다. 초콜릿은 섬세하고 예민한 음식이라서, 만들 때도 역시 섬세하고 예민해져야만 한다. 충분히 그런 상태가 되지 못한 채 만들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결과물이 망가져있다. 초콜릿을 만들 때 가나슈를 만드는 게 아니라면 템퍼링을 해야 하는데, 온도를 정확하게 맞추지 않고 과정을 넘겨버리면 완성된 초콜릿이 푸석푸석해지거나 하얀 얼룩이 생기게 된다.
이런 초콜릿은 전적으로 내 몫이다. 가족들에게도 좀처럼 나눠주지 않는다. 실수에 대한 책임은 내가 오롯하게 가져가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래야만 다음에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적어진다. 그래도 실수의 결과물이 초콜릿이라면 꽤나 괜찮은 조건이라고 위안한다. (주변에서는 내가 그냥 초콜릿 욕심쟁이라서 나눠주기 싫은 건데 거창한 핑계를 댄다고 한다.) 사실 물리도록 먹어야 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래도 먹기 싫은데 억지로 먹는 경우는 없다. 억지로 먹다니, 초콜릿인데!
밥 대신 먹을 초콜릿으로는 현미 튀밥이나 시리얼, 견과류 등이 섞여 있는 초콜릿을 좋아한다. 그렇게 있는 재료로 편하게 섞어서 펼친 후 굳혀서 뚝뚝 떼어먹는 초콜릿을 '바크 초콜릿'이라고 하는데 유럽에서는 이걸 그냥 바구니에 쌓아두고 그램 단위로 재서 판매를 한다. 한국에서는 수제 초콜릿이 대중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판매하는 수제 초콜릿은 전문점에서나 드물게 볼 수 있다. 물론 나는 아무 때나 만들어서 먹을 수 있지만, 요즘은 꽤 자주 먹고 있다. 그만큼 자주 망치고 있다는 뜻이라서 기쁘면서도 슬프다.
이렇게 색이 탁하고 모양이 찌그러진 초콜릿을 먹으면서, 그동안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벽돌책이나 좀처럼 읽히지 않는 노벨문학상 수상작품집 같은 것들을 꺼내어 읽는다. 이해하기 힘든 문장들과 머리로는 갈등을 겪는 동안, 갈등을 이겨낼 만한 땔감 같은 것을 입안에 넣어두고 있는 것이다. 몇 번이고 집어던지고 싶은 책들과 씨름을 하는 동안 초콜릿 한 접시는 동이 나고, 단맛으로 충분히 풀어진 몸은 단단하게 굳어진 듯한 머리를 쉽게 용서할 수 있다. 그래서 독서에는 역시 초콜릿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초콜릿 책방에서는 여러 형태의 초콜릿을 판매하고 있다. 여러 가지 종류의 초콜릿과 다양한 책들을 조합해보는 것도 초콜릿 책방에서 느껴볼 수 있는 재미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