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한 입, 달콤 쌉쌀한 한 줄의 문장
이것은 거의 모든 책방의 로망이겠지만, 제대로 하고 있는 책방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물론 내가 전국의 책방 사정을 다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객의 어려움이야 대략 알고 있는 편이고, 독서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통계로도 확인되고 있는 사실이니 그냥 상식선에서 생각해보아도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엄청나게 크고 맛있는 당근을 내어 놓아도, 이것은 정말 하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뜸을 들이고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긴 했지만 역시 답을 듣고 보면 실망하는 바로 그것은,
독서모임!!!
아......, 역시 실망하거나 혹은 납득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그래요, 저도 알아요. 먹고 마시는 모임도 아니고 독서모임이라니.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그래도 독서를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딘가에 많이 숨어 있다. 그러니까 여전히 새로운 책방도 많이 생겨나고, 사라질 줄 알았던 종이책도 아직까지 생산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는 비율의 독서인구 중에서 비슷한 취향을 찾는 것도 어려운 데다, 책을 함께 읽는 것에 거리낌이 없거나 읽고 난 감상을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을 추리고 추려 나가다 보면 결국 독서모임에 참여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도 유행이니, 소확독(소규모지만 확실한 독서모임)으로 만족하자고 마음을 먹고 독서모임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소확독은 소확행처럼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깨닫게 되는 순서는 아래와 같다.
1.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책방지기가 처음에는 소박하게(!) 대여섯 명을 목표로 한다.
2. 아무도 오지 않거나, 오더라도 책을 읽지 않고 온다.
3. 서너 명으로 목표치를 줄이고 선정하는 책을 쉬운 것으로 바꿔보거나 낭독 형식으로 바꿔본다.
4. 아무도 오지 않는다.
5. 한두 명으로 다시 목표를 수정하고, 브런치나 술 모임에 슬쩍 끼워 넣어본다.
6. 오긴 오지만 밥이나 술만 먹고 간다. 독서모임이라는 사실 조차 모르고 온다.
7. 오기가 생겨서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독서모임을 한다.
(정리를 하고 나니 나는 정말 천둥벌거숭이 책방지기였구나, 이것은 정말 이룰 수 없는 로망이었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그러다 지난주에 드디어, 독서모임에 열정적인 한 분을 만났다.(그동안 포기하지 않았구나, 나란 녀석.) 예상했던 시간을 훌쩍 넘겨가며 이야기를 했고, 그분의 열정으로 일단 한 번의 독서모임을 더 진행하기로 했다. 나는 그분을 일단 꼭 안아주고 두 손을 꼭 잡으며 지금이라도 나타나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냥 얌전히 다음 독서모임에서 뵙자고 인사를 했다. 행여나 다음 모임에 오지 않으시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있었지만 티를 내지 않았다. 단 한 번뿐이라고 해도, 그런 분을 만난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동안의 모든 실망에 대해 보상받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동안 찾아 헤매던 어딘가 있을 누군가를 드디어 만난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역시나 독서모임이 잘 되리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이미 경험한 것도 있고, 전망이 밝지도 않다. 하지만 내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결국 그 한 사람, 독서에 열의를 가지고 있는 그 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좋아하는 것이 같다는 것을 확인하고, 함께 나누는 사람을 보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그래서인지 앞으로의 모임이 잘 되지 않을 것이라는 명백한 사실을 앞에 두고도 나는 오히려 희망이 싹트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단 한 번으로도 충분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제 진짜 소확독(소소하지만 확실한 독서모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