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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도 Jun 27. 2024

경주 청년 마을 방문기 5 : 가자미 팝업 스토어 오픈

감포 가자미 마을 방문기

6월 1일, 2일 이틀간 전촌항에 위치한 가자미 스토어에서 지역 생산자들을 소개하는 팝업 스토어가 열렸다. 생산자는 총 네 명. 감포에서 활동하는 청년 선장과 해녀님, 경주 체리를 활용해 체리빵을 생산하는 김승수 대표님과 로컬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프리뷰의 정진주 대표님.  9명의 크루들이 팀을 이뤄 네 명의 생산자들을 인터뷰한 후 상품을 브랜딩하여 전시했다. 팝업 스토어 오픈이 가까워질수록 크루들은 야근까지 해가며 정성을 다해 팝업 전시를 준비했다.


대단한 것을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결과물에 대한 압박도 전혀 없었다. 그러나 모든 크루들이 자발적으로 열심히 임했던 건 인터뷰를 통해 생산자의 이야기에 애정을 품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프리뷰라는 브랜드를 이끌어 가는 대표이자, 외로움과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는 한 개인인 정진주를 힘껏 응원하고 싶어졌으니까. 그렇기에 어떻게든 좋은 결과물로 이 브랜드를 알리는 데에 힘을 보태고 싶었다.


팝업스토어를 열자 마자 손님들이 몰려올... 리는 없었기에 모객을 하러 갔다. 쨍한 햇빛에 조금만 걸어도 등에 땀이 흐르는 무더운 날. 팜플렛을 한 움큼 쥐고 사람이 많아 보이는 곳을 향해 걸었다. 먼저 간 곳은 캠핑장이었다. 텐트를 치고 있는 사람들, 그늘막 아래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홍보 팜플렛을 나누어주며 홍보를 했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직접 홍보를 하자 비로소 우리가 이 날을 위해 열심히 달려왔다는 사실이 실감되었다. 우리가 연 팝업 스토어를 당당하게 홍보하자 한껏 자부심이 느껴졌다. 여러분, 이 근처에서 저희가 이렇게 멋지고 좋은 걸 하고 있답니다! 부담없이 들려 구경하세요! 많이 많이 와주세요!



완성된 팝업 스토어의 전시존


팝업 스토어는 전시존, 체험존, 관람존으로 나누어 한쪽 벽에는 브랜드와 생산자에 대해 인터뷰한 내용을 전달하는 전시존으로 꾸며 놓았다. 체험존에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했고 관람존에는 생산자들의 인터뷰를 영상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프리뷰를 담당한 우리 팀은 의류와 모자를 DP하고 인터뷰에서 뽑은 인상적인 정진주 대표의 말들을 기반으로 질문 카드를 제작하였으며 직접 티셔츠를 디자인할 수 있는 오더 시트를 만들어 방문객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오더시트가 홍보에 톡톡한 역할을 해주었다.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많았던 덕분에 어린이들이 직접 도장을 찍어 티셔츠를 그릴 수 있었기에 인기를 끌었다. 



프리뷰의 전시존


프리뷰의 체험존





청년 선장 팀은 선장님이 운영하는 '선라이즈호'를 홍보하기 위해 깃발과 페넌트를 준비했고, 낚시하는 모을 담은 엽서를 제작하여 함께 낚시하고 싶은 이들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도록 기획했다.



체리빵을 생산하는 브랜드 1935 경주체리의 경우 체리 캐릭터를 이용한 스티커를 제작하였으며 못난이체리를 이용해 체리빵을 제작하는 점에 착안하여 자신의 못난 점을 체리 모양 쪽지에 적어 보도록 만들었다.



이정숙 해녀 팀은 감포 해녀의 특징인 '돌을 닦아 농사짓듯' 미역을 키우고 채취하는 모습을 그림으로 담아냈고 계속해서 새로운 꿈을 품고 꿈을 이뤄나가는 해녀님의 말들을 반려돌 책갈피로 만들었다.






이정숙 해녀님이 팝업 스토어에 들렸던 순간이 생생하다. 가족들이 모두 함께 팝업 스토어를 둘러보며 환한 얼굴로 우리가 준비한 전시와 프로그램, 영상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 보시면서 기뻐해주셨다.


아,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구나. 이런 게 보람이구나. 앞으로도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중간 다리가 되는 일. 그리고 생산자에게 바투 다가가 그들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듣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일. 그 과정을 이어가며 생산자들의 진심과 소비자들의 필요와 즐거움의 주파수를 맞추는 일. 지역 잡지의 에디터로, 편집자로 일하며 목말랐던 기획의 맛을 느꼈던 시간이었다.

 

지역에서는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며, 그런 노력을 해나가고 있는 마카모디에 감탄했다. 타지역 청년들과 지역을 연결시키고, 이주 청년들과 정착 청년들을 연결시키고, 생산자와 더 많은 소비자들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마카모디. 마카모디 외에도 지역에서 새롭고 즐거운 일들을 도모하고 있는 청년 마을들에 무한한 응원을 보내고 싶어졌다. 여러 소도시들이 각자의 매력과 이야기를 더욱 살려내길, 각자의 터전이 즐겁고 풍요로운 공간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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