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방관아빠 무스 Aug 08. 2022

내가, 내가, 막둥이가!-난감하네~

아빠로 살아간다는 것(25)

   우리 막둥이가 이제 29개월이 되었다. 태어난 지 어언? 2년 하고도 5개월 차에 들어선 것이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만 최근의 가장 큰 변화는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어느샌가 굉장히? 많은 단어를 알게 되었고-아마도 어린이집과 유**의 도움이 가장 컸으리라 생각한다.- 그 단어들을 조합해서 많은 문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 단어와 문장들이 그 조그만 입에서 갑자기 튀어나올 때면 나도 깜짝깜짝 놀라곤 하는데 그럴 때면 '얘가 이런 말을 어떻게 알았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하지만 말을 못 할 때와는 달리 조금 의사소통이 되니 좋은 점도 많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배가 고픈지, 기저귀를 갈아달리는 말인지, 좀 더 자고 싶다는 것인지, 말을 못 할 때는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울고 떼를 쓰면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어 힘들었다.-물론 엄마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눈빛만으로?~ㅠㅠ) 막둥이의 필요를 채워주곤 했다.- 하지만 이제 말을 하게 되니 막둥이가 원하는 것을 알게 되고 그걸 해 줄지 말지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보육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안 되는 것은 왜 안되는지 설명해 줄 수 있으니 막둥이도 이해를 하고 넘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물론 이해를 못 하고 울며 떼쓰다가 지쳐서 잠이 들거나 다른 데로 주의를 옮기며 넘어가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그중에서도 요즘 가장 많이 쓰는 말은 바로 '내가, 내가, 막둥이가!'라는 말이다. 아빠랑 장난감 놀이를 하다가도 아빠가 뭘 먼저 만지면 이렇게 외치는 것이다. 


   "내가, 내가, 막둥이가!"


(내가, 내가, 막둥이가!~이런 말은 이제 자아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형성되었다는 뜻일까?)


   뭐든 자기가 먼저,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린다. 요플레 껍질도 자기가 벗겨야 하고 아빠처럼 혀로 핥아 먹어야 한다.  장난감 아이스크림 기계도 자기가 직접 눌러봐야 한다. 그런 건 물론 자기 꺼니까 자기가 먼저 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어른들이 하는 것도 자기가 해보려 한다는 것이다. 변기에 쉬를 하고 물을 내리는 버튼을 누르는 것도 자기가 하려 한다. 엉덩이를 씻으러 세면대에 가면 레버를 올리는 것도 자기가 하려 한다. 심지어는 마트에 가서 카트를 끄는 것도 자기가 하려 한다는 것이다!


(마트에서 카트를 끄는 것은 못 찍었고 자기 자전거를 탈 생각은 하지 않고 끌고 있는 울 막둥이~)


   처음에는 좀 적극적인 성격이구나 하고 넘겼었다. 요즘은 알파걸의 시대라 여자도 매사에 적극적인 게 좋다고 생각했다. 조선시대처럼 여자라면 조신하게(?) 가만히 있는 게 미덕이었던 시대는 지났다. 여자도 남자 못지않게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성격이 환영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하게 해 준다. 그리 위험하지 않다면 옆에서 지켜보면서 카트도 끌게 해 주고 세면대 레버를 트는 것도 하게 해 준다. 그렇게 자주 해보고 손으로 만져봐야 두뇌에 새겨지고 익숙하게 된다. 그래야 여러 가지 사물이 작동하는 원리를 알게 되고 더불어서 두뇌발달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여러 가지 장난감을 사주고 손으로 직접 그것들을 갖고 노는 즐거움을 주려고 했었는데...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무지막지한 강적이 나타난 것이다. 바로 인터넷과 유튜브이다. 요즘엔 그것들에 맛이 들려서 다른 장난감은 거들떠보지도 않게 된 것이다. 아빠와 몇 가지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도 곧 싫증을 내고 '아빠, 보여줘!'를 연발한다. '막둥이가 좋아하는 *** 틀어줘~'라며 애처로운 표정을 짓는데 그 표정을 보면 또 안 틀어줄 수가 없다. 일단 틀어주면 30분은 기본이고 한 시간이 지나도록 한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앉아 거기에 몰입하는 집중력을 보인다. 이걸 또 어떡해야 하나, 손을 쓰고 몸을 쓰는 놀이를 해서 두뇌발달에 도움이 되게 하고 싶었는데 유튜브에서 나오는 영상들로 인해 다이렉트?로 두뇌발달에만 도움이 되게 생겼다. 그로 인해 언어나 시각, 청각적인 감각에 있어서 두뇌 발달엔 도움이 되겠지만 손을 쓰고 몸을 쓰는 즐거움과 그로 인한 두뇌발달은 어떻게 되는 건가?,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안 보게 하는 것만이 정답일까? 앞으로 21세기의 더욱 발전된 디지털 시대, 더 나아가 AI의 시대를 살아갈 우리 막둥이, 인터넷의 홍수 속에서 더  많고, 더 유익한 정보를 습득해야 할 텐데 그러자면 어릴 때부터 인터넷과 디지털에 친밀도?를 높여주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되도록 30분에서 한 시간 이내로 유튜브를 시청하게 하려고 하는데 가끔씩 한 시간이 지나서 휴대폰을 끄려고 하면 눈물 바람을 날리며 더 틀어달라고 떼를 쓸 때가 있다. 그럴 땐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거 참 난감하네~


https://youtu.be/YVDw265N8aw

이전 13화 막둥이, 소방서에 가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